미국의 항공기 관세 폭탄, 보잉도 울고 일본도 울고... 한국에겐 또 다른 기회?
미국의 항공기 관세 폭탄, 보잉도 울고 일본도 울고... 한국에겐 또 다른 기회?
트럼프 미국 정권이 민간 항공기와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일본 닛케이 신문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는 글로벌 항공 산업의 공급망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이번 결정은 미국 자국 기업인 보잉은 물론,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들에게도 직격탄이 될 전망입니다. 한국 항공우주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 소식, 함께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트럼프의 신무기, 232조 항공기 관세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월 9일, 민간 항공기와 제트 엔진 및 관련 부품의 수입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통상확대법 232조에 근거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1. 이 조사는 5월 1일부터 이미 진행 중이며, 법률에 따라 270일 이내에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게 됩니다6.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이들 수입품에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에도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대해 같은 법을 적용하여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한 전력이 있습니다11. 현재 미국에 수입되는 항공기와 부품에는 이미 1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는 상황에서12, 추가 관세는 글로벌 항공 산업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잉의 아이러니한 자충수
"발등에 불을 떨어뜨리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바로 미국의 국가적 자부심인 보잉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항공기 제조는 글로벌 분업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보잉은 세계에 공급하는 항공기의 80%를 미국에서 수출하고 있으며, 미국의 2024년 항공기 관련 수출액은 1,236억 달러로 수입액 621억 달러보다 훨씬 큰 상황입니다16. 부품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인데, 부품 수입에 관세가 부과되면 제조 비용이 상승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죠.
더구나 보잉은 이미 항공기 사고와 품질 문제 등으로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깊은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케리 오르트바그 CEO도 "수입 부품에 대한 관세 환급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말할 정도로 비상이 걸렸습니다16.
일본 기업들의 깊은 한숨
일본 기업들에게도 이번 결정은 악몽과 같은 소식입니다. 보잉의 주력 항공기인 787 드림라이너의 경우, 일본 기업들의 생산 분담률이 무려 35%에 달합니다16. 미쓰비시 중공업은 주 날개를, 가와사키 중공업은 기체 전방 부분을 담당하고 있죠5.
특히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가와사키 중공업의 경우, 기체와 거의 같은 크기의 거대한 전용 용광로에서 탄소 섬유 복합재를 구워내 일체 성형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16. 이런 고도의 기술과 노하우는 쉽게 대체할 수 없기 때문에, 관세를 이유로 미국 기업으로 즉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2014년부터 일본 기업들은 보잉의 777X 개발에도 21%를 분담하며 협력해 왔는데5,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장기적인 협력 관계에 금이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왜 이 소식이 한국인에게 중요할까?
자, 이쯤에서 한국인 독자 여러분들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우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비롯한 국내 항공 부품 업체들도 보잉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비록 일본 기업들만큼 큰 비중은 아니지만, 향후 관세가 부과된다면 한국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한국 항공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일본 사이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 한국 기업들이 그 틈새를 공략할 여지가 생깁니다. 특히 현재 급성장 중인 국내 항공우주 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위기는 기회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와세다 대학의 이리야마 교수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이런 보호무역 조치는 결국 모든 관련 산업에 전체적인 손실을 가져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관세 폭탄은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을 위해 장기적인 경제 손실을 감수하는 정책이었죠.
특히 항공기 산업은 단순한 조립이 아닌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과 신뢰가 바탕이 되는 산업입니다. 보잉의 생산 차질은 글로벌 항공기 공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항공 여행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됩니다.
현재 보잉은 5,648기의 주문이 밀려 있어 "소화하는 데 6~7년이 걸릴" 정도입니다16. 부품 공급이 지연되면 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 초연결 시대의 고립주의는 양날의 검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복잡하게 얽힌 현대 산업에서 고립주의적 무역 정책은 결국 자국 산업에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단기적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 효과를 홍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항공기 관세는 철강이나 자동차와 달리 고도로 글로벌화된 공급망을 가진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파급 효과는 훨씬 더 복잡하고 광범위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은 국경을 넘어선 협력과 혁신에서 나옵니다. 무역장벽으로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 국제 협력을 통해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