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상장 주식시장 규제, 왜 한국인은 주목해야 할까?
일본의 비상장 주식시장 규제, 왜 한국인은 주목해야 할까?
일본 경제교실 코너에 실린 "창업을 막는 제도 문제(하) - 비상장 주식 시장의 육성이 시급하다"라는 기사가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일본의 비상장 주식 시장이 과도한 규제로 인해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데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와 비상장 주식 시장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일본의 비상장 주식 시장,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은 현재 비상장 주식의 발행과 유통에 관한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카와모토 아키라 게이오 대학교 특임교수는 이 기사에서 비상장 주식이라도 상장 회사와 동일한 수준의 공시 의무가 요구되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과중하다고 설명합니다4.
특히 일본에서는 비상장 주식 관련 거래에서 증권회사의 역할이 자율규제로 제한되어 있어서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규모 공모의 한도도 1억엔 미만으로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어 스타트업이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습니다18.
결과적으로 일본의 스타트업들은 벤처캐피털(VC)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출구 전략도 주로 IPO(기업공개)에 한정되어 있어 성장에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4. 이러한 환경에서 일본의 유니콘 기업은 단 7개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통계도 있습니다15.
미국과 유럽은 어떻게 하고 있나?
반면, 미국은 비상장 주식 시장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레귤레이션 A, 레귤레이션 D 등을 통해 상장 기업보다 간소화된 공시 의무를 적용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6. 2024년에는 레귤레이션 D를 통한 자금 조달이 무려 1,820억 달러(약 27조 엔)에 달했다고 합니다4.
미국의 비상장 주식 시장은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반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모집 유형이 있는가 하면, '적격 투자자'(미국 가계의 약 19%)를 대상으로 한 유형도 있어 투자자의 특성에 맞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7.
유럽연합(EU)에서도 MiFID II를 통해 'SME 성장 시장'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다자간 거래 시설을 도입해 중소기업의 자본 시장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814. 영국에서는 PISCES라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 분야의 개혁이 글로벌한 트렌드임을 알 수 있습니다9.
한국의 비상장 주식 시장은 어떤 상황인가?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비상장 주식 거래에 관한 규제가 존재합니다. 한국에서는 K-OTC(한국장외주식시장)가 제도권 내 비상장 주식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일부 규제 특례를 받은 플랫폼들도 있습니다5.
2022년에는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에 대해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조건으로 특례 기간이 연장되었지만, 여전히 발행 기업이 정보를 공시하지 않는 경우 일반 투자자는 해당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는 제한이 있습니다12.
왜 한국인들이 일본의 비상장 주식 시장 규제 개혁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한국과 일본은 경제 구조와 금융 시스템에서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전통적으로 간접 금융(은행 대출) 중심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며, 리스크 머니의 공급과 활용에 제약이 있어 왔습니다.
일본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 시장의 규제 개혁은 한국에게도 중요한 벤치마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카와모토 교수가 제안하는 단계적인 간소 공시 제도의 설계나 증권회사의 적극적인 관여를 통한 투자자 보호 방식은 한국의 비상장 주식 시장 개혁에도 참고할 만합니다.
더구나 일본과 한국 모두 지방 경제 활성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데, 비상장 주식 시장의 개혁은 지방의 자금을 지방 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본 상공회의소도 이러한 개혁을 지지하고 있다고 합니다4.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한 시사점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최근 몇 년간 크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고 자금 조달 환경도 제한적입니다. 특히 스케일업 단계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선택지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본의 비상장 주식 시장 개혁 논의는 한국에게도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 사이의 균형: 과도한 규제는 시장을 위축시키지만, 너무 느슨한 규제는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 단계적인 공시 제도의 설계: 기업의 규모와 투자자의 특성에 따라 차등화된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 중개 기능의 강화: 증권회사가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논평: 한국형 비상장 주식 시장의 미래
저는 일본에 살면서 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켜봐 왔는데, 두 나라가 너무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사실 한국은 일본보다 테크 분야에서 더 역동적인 성장을 보여왔지만, 비상장 주식 시장의 활성화 측면에서는 두 나라 모두 개선의 여지가 많습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일본에서 이러한 규제 개혁을 통해 지방 경제의 활성화까지 기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도 수도권 집중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지방의 자금이 지방 기업에 투자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면 지역 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험'을 장려하는 문화의 조성입니다. 아무리 제도가 개선되어도 사회 전반적으로 리스크 테이킹을 꺼리는 문화가 지배적이라면, 비상장 주식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기는 어렵겠죠. 이런 측면에서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결국 비상장 주식 시장의 개혁은 단순한 금융 제도의 변화를 넘어, 국가 경제의 혁신과 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한국에 맞는 비상장 주식 시장의 모델을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