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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는 유럽 안보, 과연 가능할까? 라트비아 전 총리가 말하는 '압도적 억제력'의 필요성

fastcho 2025. 5. 1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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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는 유럽 안보, 과연 가능할까? 라트비아 전 총리가 말하는 '압도적 억제력'의 필요성

최근 유럽이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 안보 체제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2024년 군사비를 전년 대비 28% 증액해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로 올라섰고, 프랑스는 자국의 '핵우산'을 유럽 전체에 제공하는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일본 경제신문(닛케이)은 최근 라트비아 전 총리 크리샤니스 카린슈와 유럽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위원장 마리-아녜스 슈트락트침머만의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정권 하에서 유럽의 안보 자립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했습니다. 과연 미국 없이 유럽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요?

러시아의 위협과 유럽의 각성

"안전을 담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압도적인 억제력입니다." 라트비아의 카린슈 전 총리는 이렇게 단언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약하다고 오판하여 침략했듯, 유럽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의 말에 따르면 푸틴은 "이 뼈는 너무 커서 목에 걸릴 테니 먹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17.

유럽의 안보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는 내년부터 국방비를 GDP 대비 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습니다8. 유럽연합(EU)은 8000억 유로 규모의 방위계획을 제안하며, 1500억 유로를 공동으로 차입해 EU 회원국 정부에 방위자금으로 대출하는 계획을 포함시켰습니다9.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의 핵전력을 유럽 전체에 확대하는 '핵우산'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6.

"미국은 태도를 바꿨다" - 변화하는 대서양 동맹

카린슈 전 총리는 "트럼프 정권은 군사적 중점을 태평양으로 옮기려 하고 있으며, 유럽이 자체 방어에 더 많은 책임을 지기를 원한다"고 지적합니다17. 이는 오바마-바이든 정권부터 이어져 온 일관된 흐름이라는 겁니다.

유럽의 대응은 이중적입니다. 한편으로는 미국과 가능한 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특히 유럽의 강대국들이 방위비를 증액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군수산업 육성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연구·개발하고 생산하는 대기업이 필요하며, M&A를 촉진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병력 부족을 해결하고 군의 숙련도를 높이며 사회의 국방의식을 고양할 필요도 있습니다17.

독일의 군사대국화와 유럽군 창설 전망

"독일이 이제 (유럽의 안보 정책을) 주도하기를 유럽 전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럽의회 안보·국방위원회 위원장인 슈트락트침머만은 독일의 역할 변화를 강조합니다17. 그녀는 또한 "유럽은 방위능력을 급속히 높일 필요가 있다"며 "내가 살아있는 동안 실현되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유럽군'이 탄생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독일에서는 여론조사에서 "당신은 국가를 위해 싸울 것인가?"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싸우지 않겠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슈트락트침머만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느낀다면, 대다수가 자국을 방어할 것"이라고 믿습니다17.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이 문제는 왜 한국인들에게 중요할까요? 우리는 이미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서 안보를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유럽처럼 안보 자립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지 모릅니다.

유럽이 겪고 있는 고민은 곧 한국의 미래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동맹 신뢰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은 국방비 증액, 자체 전력 강화, 지역 동맹 강화 등의 대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에게 그랬듯, 북한과 중국의 위협은 한국에게 계속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억제력의 역설, '핵을 지니면 쓸 일이 없다'

흥미로운 점은 카린슈나 슈트락트침머만이 모두 '억제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입니다. 군사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전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슈트락트침머만은 "잘 훈련된 많은 병력과 최신예 무기로 억제력을 높이면, 공격받지 않는다"고 말합니다17.

마치 우리가 우산을 챙기면 비가 오지 않는 것처럼, 강력한 방위력을 갖추면 공격받을 일이 없다는 역설. 이것이 현대 안보의 냉혹한 진실이 아닐까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약하다고 판단해 침략했듯이, 북한도 한국이 약하다고 판단하면 그때는...

결론: 변화하는 세계질서와 자립의 필요성

세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은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안보 자립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든든한 후견인이 더 이상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한반도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의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안보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고민과 선택은 곧 우리의 미래일 수 있습니다. 압도적인 억제력으로 대비하는 것, 그것이 평화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안보, 억제력, 평화는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립'이라는 단어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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