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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비용 도시화'가 부른 부동산 재앙, 한국은 피할 수 있을까?

fastcho 2025. 5. 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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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고비용 도시화'가 부른 부동산 재앙, 한국은 피할 수 있을까?

닛케이신문 최신호에 메이지대학 노자와 치에 교수의 '고비용화하는 도시 만들기' 기사가 화제입니다. 일본에 살고 있는 제가 읽으면서 "아니, 이거 한국 얘기 아냐?"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일본은 집값이 30년째 안 오른다며?"라고요? 천만에! 도쿄 23구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1억 1181만 엔(한화 약 11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1. 집 많은데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집은 넘치는데 살 집은 없다" - 도쿄판 '영끌' 신드롬

노자와 교수의 진단은 명쾌합니다. 주택 "수"는 충분한데, "손에 닿지 않는(너무 비싼)" 주택과 "손을 뻗고 싶지 않은(입지나 노후화)" 주택만 늘고 있다는 것3.

서울과 판박이네요. 강남은 100억, 지방은 미분양 천국. "영끌해도 못 사는 집"과 "공짜로 줘도 안 갈 동네"로 양극화. 부동산에서만큼은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았습니다(웃픔).

한국의 부동산 전문가들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비슷한 요인을 지적합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수요에 비해 부족한 공급, 아파트 선호와 수도권 인구집중, 그리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맞물려 있다는 것이죠6.

타워맨션의 함정 - 건물은 하늘로, 서민은 지옥으로?

도쿄에서 목격하는 역세권 재개발과 타워맨션 건설 열풍. 재개발은 구조적으로 고비용이 됩니다. 기존 건물 철거비와 보상비가 투입되고, 수익을 내기 위해 건물을 높이 지으면서 가격은 천정부지5.

서울의 용산 파크원, 래미안 원베일리와 꼭 닮았죠! "주택 공급 확대"라고 하면서 결국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지는 아이러니. 마치 "샴페인을 많이 공급하면 목마른 사람들의 갈증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셈입니다.

노자와 교수는 "최근 재개발 등으로 타워맨션 건설이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져 주택의 '양'은 상당히 늘어났을 텐데, 왜 여기까지 주택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집니다5. 바로 이것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도 우리가 품고 있는 질문이 아닐까요?

도심 집중 현상 - 부동산의 '빈익빈 부익부' 가속화

노자와 교수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입지에만 집착하다 보니, 도심・역세권이라는 좁은 범위에서 부동산 쟁탈전이 벌어진다고 지적합니다3.

서울에서는 "강남이 아니면 살 가치가 없다"라는 인식.
도쿄에서는 "야마노테선이 아니면 의미 없다"라는 공식.

결국 '좋은 입지'라는 한정된 파이를 놓고 제로섬 게임을 하는 셈이죠. 강남 땅 한 평을 두고 10명이 다투면 가격이 안 오를 수가 없는 구조입니다.

상속 주택의 활용 - 할아버지 집이 부동산 시장의 구세주?

노자와 교수가 제시하는 해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도쿄 23구에서만 2030년까지 단독주택 7.8만 채, 맨션 5.0만 채의 상속이 예상된다고 합니다3. 이 기존 주택들을 활용하자는 것이죠.

한국도 '베이비부머 은퇴 러시'와 함께 강남 1세대, 분당 1세대 등의 대량 상속이 시작됩니다. 이 상속 주택들이 시장에 공급된다면 집값에 제동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물론 상속세 정책과 '빈집 방치' 방지책이 잘 작동해야겠지만요.

'가변성'이 없는 도시의 미래 - 100년 후 서울과 도쿄는 '콘크리트 무덤'?

노자와 교수의 가장 날카로운 지적은 "가변성" 부족에 대한 경고입니다. 대규모 맨션은 한번 지어지면 재건축이나 용도 변경이 거의 불가능합니다318.

지금 서울의 아파트 단지들도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천문학적 가격의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은 향후 재건축 시점에서는 비용 문제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30~40년 된 아파트 재건축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지 아시나요? 100년 뒤에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될 겁니다.

일본에서 바라본 한국 부동산의 미래 - 개인적 견해

일본에서 8년째 살고 있는 제 눈에는, 한국 부동산이 일본의 과거 실패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도쿄의 타워맨션 붐이 서울로, 도쿄의 '역세권 프리미엄'이 그대로 서울로 복제되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노자와 교수는 "요컨대, 공급 측도 수요 측도 입지에 강하게 집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도심・역세권이라는 좁은 범위에서 토지・건물 쟁탈전이 집중되어 주거 비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3. 이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문제와 정확히 일치하는 진단이죠.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도 도쿄처럼 '살 수 없는 도시'가 될까요? 단기적으로는 "부동산은 사는 게 답"이 맞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불안정한 해법입니다.

노자와 교수가 제안하는 단독주택 지역 재생과 다양한 주거 형태의 공급9, 그리고 '가변성'을 고려한 도시 설계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주택 몇 만호 공급"이라는 숫자 게임이 아닌, 100년 후를 생각하는 도시 계획이 절실합니다.

일본이 걸어온 실패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우리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 이 기사는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값진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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