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극적 반전, 일본제철 2조엔으로 미국 철강왕 등극하나?
트럼프의 극적 반전, 일본제철 2조엔으로 미국 철강왕 등극하나?
돈의 힘 앞에 무릎 꿇은 '아메리카 퍼스트', 그리고 한국 철강업계가 놓친 기회에 대한 뼈아픈 성찰
지난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SNS를 통해 폭탄선언을 했다. 그동안 줄곧 반대해왔던 일본제철의 USSteel 인수를 갑작스럽게 승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19. "많은 고려와 협상 끝에 USSteel은 미국에 남고, 위대한 피츠버그시에 본사를 유지한다"며 "이는 USSteel과 일본제철 간 계획된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69.
2조엔의 마법, 트럼프를 돌려세우다
트럼프의 번복을 이끌어낸 것은 바로 일본제철의 추가 투자 약속이었다. 당초 141억 달러의 인수 자금에 더해 140억 달러(약 2조엔)의 추가 투자를 약속한 것이다28. 총 4조엔에 달하는 거대한 투자 규모는 "최소 7만명의 고용 창출"이라는 달콤한 미끼와 함께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9.
흥미롭게도 트럼프는 "인수(acquisition)"라는 표현 대신 "파트너십(partnership)"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사용했다118. 완전 자회사화에 대한 일본제철의 의지와 미국의 안보 우려 사이에서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vs 트럼프, 정치적 계산의 차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인수를 금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정이다319. 하지만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정치적 계산의 차이로 봐야 한다. 바이든은 전미철강노조(USW)의 지지를 의식해 반대했지만,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의 거대한 투자 성과를 중간선거 어필 카드로 활용하려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13.
트럼프가 "나의 관세 정책이 철강이 다시, 그리고 영원히 미국에서 만들어지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6. 관세의 성과로 포장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한국 철강업계, 그들이 놓친 기회를 보며
이 상황을 지켜보는 한국인으로서 복잡한 심정이 든다. 포스코가 세계 5위의 철강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메가딜에서는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이 아쉽다16. 현대제철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로 설비 투자를 검토한다고 하지만, 일본제철의 스케일과는 차원이 다르다16.
특히 한국 네티즌들의 반응이 인상적이다. "일본은 아직 힘이 있네", "포스코는 뭐하고 있는 거야?"라는 댓글들이 쏟아지는 걸 보면6, 우리도 이런 담대한 해외 진출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시대의 생존법칙
일본제철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보면, 단순한 자본력만이 아니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1017. 이사진 과반수를 미국인으로, 경영진 핵심 멤버도 미국 국적자로 하겠다는 약속은 미국 정치권의 우려를 상당히 완화시켰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여전히 '브라운필드 투자'보다는 '그린필드 투자' 위주다16. 기존 기업을 인수하기보다는 새로 공장을 짓는 방식을 선호하는데, 이는 안전하지만 임팩트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 논평: 돈과 정치의 리얼리즘
솔직히 말해서, 이번 일은 트럼프의 일관성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다가도 140억 달러 앞에서는 태도를 180도 바꾸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현실 정치의 맨얼굴이 아닐까.
일본제철 입장에서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지불하게 됐지만, 세계 3위 철강업체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다. 특히 미국의 고급강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자동차 산업과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는 투자다8.
한국 기업들도 이런 담대한 도전 정신을 배워야 한다. 안전한 투자만 고집하다가는 영원히 글로벌 무대에서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 일본제철의 이번 승부수가 성공으로 끝나기를 바라며, 우리 기업들도 더 큰 그림을 그려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