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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운명을 바꾼 40년 전 그 날, 그리고 다시 오는 "플라자 합의 2.0"의 공포

fastcho 2025. 5. 2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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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의 운명을 바꾼 40년 전 그 날, 그리고 다시 오는 "플라자 합의 2.0"의 공포

도쿄에서 생활하다 보면, 일본인들이 1985년을 얼마나 특별하게 기억하는지 느낄 수 있다. 바로 플라자 합의가 체결된 해다. 최근 닛케이 신문이 플라자 합의 40년을 맞아 당시 협상 당사자인 행천 도요오(行天豊雄) 원 대장성 재무관과의 인터뷰를 게재했는데, 이 기사가 일본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다1. 특히 트럼프 정권이 "플라자 합의 2.0"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94세 원로가 털어놓은 충격적 진실

행천 씨의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플라자 합의에 대한 그의 냉정한 평가다. "플라자 합의는 요컨대 달러 환율을 내리기 위한 협조 개입이었을 뿐"이라며, "실제로 실질적인 정책 변경이나 변혁이 이루어진 것은 별로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1. 이는 그동안 일본에서 플라자 합의를 과대평가해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가 플라자 합의를 **"매우 잘 짜여진 드라마"**라고 표현한 점이다1. 미국의 베이커 재무장관이 연출자였고, 일본의 다케시타 도루 장관이 조연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뒷이야기는 국제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이유

한국 입장에서 이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 한미 무역 관계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이다. 1985년 당시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498억 달러였는데, 한국의 2023년 대미 무역흑자는 444억 달러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16. 더욱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는 40년 전 일본과 정확히 일치한다16.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 정권 내 경제 참모들이 "마르아라고 합의"(플라자 합의 2.0)를 구상하고 있다는 관측이다11. 이는 단순한 관측이 아니라 실제로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명된 스티븐 밀란 씨가 작성한 논문에 근거하고 있다11.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행천 씨는 인터뷰에서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범한 정책 실수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엔고 대응으로 일본이 정책 실수를 범한 것은 틀림없다"며, "선택한 것이 금융 완화였는데, 완화 자금이 부동산에 집중되어 버블을 낳았다"고 분석했다1.

이는 한국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만약 한국이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행천 씨는 "민간 섹터를 강화하기 위해 부동산 이외 분야에도 미치는 폭넓은 규제 완화나 투자를 진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1.

시장을 우습게 보면 당하는 법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행천 씨가 시장에 대한 겸손함을 강조한 부분이다. "시장이라는 것은 대체로 잘 보고 있다. 그 나라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진심인지"라며, "시장은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1. 실제로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어느 날 갑자기 시장이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1.

이는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시장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플라자 합의 당시에도 "10-12% 정도 달러가 내려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1 실제로는 훨씬 더 큰 변동이 일어났다.

한국이 준비해야 할 것들

행천 씨의 조언 중 한국이 새겨들어야 할 부분은 "몸에 맞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1.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과 잘 마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1.

현재 한국은 일본이 1980년대에 겪었던 상황과 유사한 위치에 있다. 대미 무역흑자 급증, 주력 수출품목의 유사성, 그리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까지. 하지만 일본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어떤 실수를 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도한 금융 완화보다는 구조 개혁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시장 개입보다는 민간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 경제가 플라자 합의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국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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