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해병대'와 한국 해병대가 처음 만났다 - 카마르다그 25 훈련이 보여주는 동아시아 안보판의 변화
'일본판 해병대'와 한국 해병대가 처음 만났다 - 카마르다그 25 훈련이 보여주는 동아시아 안보판의 변화
동아시아 군사 안보판에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이 주최하는 '카마르다그 25' 훈련에 일본 자위대와 한국 해병대가 처음으로 함께 참가하게 된 것이다1117. 이는 단순한 군사훈련을 넘어서 미국 의존적 방위체제에서 벗어나 다국간 안보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려는 전략적 변화를 의미한다.
역사적 첫 만남, 그 이면의 전략
5월 26일부터 6월 6일까지 필리핀에서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서 일본은 '수륙기동단'을 중심으로 약 110명을, 한국은 제8해병여단에서 약 50명을 파견한다11519. 겉으로는 쓰나미 피해지역 구조를 가정한 재해구조훈련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해양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다층적 안보협력의 시험장이다11.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의 수륙기동단과 한국 해병대가 다국간 훈련 무대에서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는 사실이다1117. 수륙기동단은 2018년 창설된 일본판 해병대로, 이들이 한국 해병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훈련한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313.
각국의 속내와 전략적 계산
미국의 계산법
미국 입장에서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첫째, 동맹국들의 자주방위능력 강화를 통한 부담 분산. 둘째, 중국 견제를 위한 다국간 연합체제 구축. 셋째, 필리핀을 통한 남중국해 전략거점 확보다78.
일본의 노림수
일본은 이번 훈련을 통해 수륙기동단의 실전능력을 검증하고, 동시에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의 실효성을 높이려 한다17. 또한 한국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북한과 중국이라는 공통 위협에 대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한국의 딜레마
한국은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편으로는 미일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14. 그럼에도 이번 참가를 결정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현실적이고, 중러북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6.
변화하는 동아시아 안보 지형도
기존 체제의 한계
이제까지 동아시아 안보는 미국과의 양자 동맹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급속한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핵 개발, 러시아와의 연계 강화로 인해 기존 체제로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8. 특히 대만과 한반도에서 동시 유사시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새로운 연합체제의 가능성
일본 방위연구소의 츠카모토 카츠야 실장은 "극동의 미군 기지는 일본과 한국에 한정되는데, 미군이 필리핀에 전개하면 중국의 전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11. 여기에 높은 능력을 보유한 한국 해병대가 가세하면 상당한 전력 증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 논평: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본 한국의 선택
솔직히 말하면, 이번 한국의 참가 결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이상론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까지 파견하며 사실상 전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서방 동맹체제에서 이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한국 해병대의 역량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이다. 2011년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에서 보여준 특수부대의 능력이나14, 지속적인 청해부대 파견을 통한 국제적 경험 축적14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이런 다자간 훈련에서 빠질 이유가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균형감각이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고려하면서도 안보상 필요한 협력은 추진하는 것, 이것이 한국이 추구해야 할 전략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