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이 주목하는 '탈미국 자금 대이동', 한국 투자자들이 놓치면 안 되는 이유
일본 언론이 주목하는 '탈미국 자금 대이동', 한국 투자자들이 놓치면 안 되는 이유
최근 일본 닛케이신문에서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다111. "신흥국으로 향하는 탈미국 자금"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현재 글로벌 투자 트렌드의 대전환을 다루고 있는데,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이 기사가 일본에서 화제가 되는 이유를 보면, 일본 투자자들 역시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8개월 만의 대반전, 신흥국으로 몰려가는 글로벌 머니
국제금융협회(IIF)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5월 신흥국 주식과 채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8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12. 5월 22일 기준으로 이미 100억 달러(약 14조원)가 순유입된 상태다. 이는 2024년 9월 미 연준이 4년 반 만에 금리를 인하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5월 2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313,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체 주가지수도 26일 최고치를 기록했다414. 특히 브라질의 경우 139,541포인트까지 상승하며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이 만든 '예상치 못한 수혜자'
재미있는 건 이런 신흥국 자금 유입의 직접적 원인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라는 점이다16. 본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정책이었지만, 오히려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마치 "미국만 좋아하겠다"고 했더니 "그럼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겠다"는 식으로 시장이 반응한 셈이다.
JPMorgan은 19일 신흥국 주식 투자 판단을 '중립'에서 '오버웨이트(강세)'로 상향 조정했다8. 투자 대상국으로는 인도, 브라질, 필리핀, 칠레, UAE, 그리스, 폴란드 등을 꼽았다. 특히 인도는 "무역전쟁 2.0에서의 안전한 피난처"라고 표현할 정도다.
달러 약세, 신흥국에게는 '단비'
현재 달러 지수는 2025년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6. 달러 약세는 신흥국에게 여러 면에서 호재다. 달러표시 부채 부담이 줄어들고,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진다. 또한 자국 통화 강세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더 적극적으로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실제로 멕시코 중앙은행은 15일 7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9, 인도 준비은행도 4월 금융정책 스탠스를 '완화적'으로 변경했다10. 이런 금융 완화 기조는 주식시장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한다.
과거 데이터가 말하는 '신흥국의 시간'
역사적으로 보면 달러 약세 국면에서 신흥국 주식이 선진국 대비 우세했다1. 2001~2010년 달러 지수 하락 시기에 MSCI 신흥국 주식 수익률이 선진국을 상회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2010년 이후 달러 강세 기조에서는 신흥국이 뒤처졌지만, 이제 그 흐름이 다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입산아키에 교수 스타일로 말하면, "시장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지만, 데이터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신흥국 주식은 선진국 대비 예상 PER 12.4배 vs 19.1배로 상당한 할인 상태다8.
한국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
한국은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있지만, 이번 트렌드에서 여러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한국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포트폴리오가 지나치게 미국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고생한 경험을 생각하면, 지역별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또한 한국 역시 대미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는 점에서 트럼프 관세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신흥국 자금 유입 트렌드를 보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IMF는 4월 22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에서 신흥국의 2025년 성장률 전망을 1월 대비 0.5%포인트 하향 조정해 3.7%로 제시했다715. 특히 수출 성장률 하향 조정 폭이 3.4%포인트에 달해 선진국(0.9%포인트)보다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수 의존도가 높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들은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침체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있다1. 실제로 말레이시아 주요 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마이너스권에 머물고 있다.
개인적 논평: 변화의 바람을 읽는 눈
일본에서 생활하다 보니 일본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과거 일본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자산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분산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국 이외 지역에 대한 투자 관심도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국 테크주와 한국 주식에만 매달렸다면, 이제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물론 신흥국 투자는 변동성이 크고 리스크도 따르지만, 적절한 분산투자 차원에서 고려해볼 만하다.
이진우식으로 표현하면 "돈은 물과 같아서 항상 더 좋은 곳을 찾아 흘러간다"는 것이다. 지금 그 물줄기가 신흥국으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