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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물언' 주주들의 반란, 한국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fastcho 2025. 6. 7.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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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물언' 주주들의 반란, 한국도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2025년 6월, 일본 주식시장에서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물언 주주' 열풍을 보면서 한국의 미래를 내다보게 된다. 일본에서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50개 기업이 아크티비스트들의 타겟이 된 것인데, 이는 단순한 숫자 놀이가 아니다. 바로 우리 옆 나라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숫자로 보는 일본의 '주주 혁명'

일본에서 아크티비스트(물언 주주)들의 활동이 얼마나 활발해졌는지 데이터로 확인해보자1. 2024년 6월 주주총회에서 아크티비스트로부터 제안을 받은 기업이 50개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4개사 증가로 2년 연속 확대세를 보이고 있다1.

더 놀라운 것은 아크티비스트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까지 포함하면 총 114개사가 주주제안을 받았다는 점이다1. 이는 기업과 투자자 간의 대화가 그만큼 활성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과의 비교: 아직은 걸음마 수준

반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안건이 상정된 기업은 총 40개사에 불과했다9. 일본의 114개사와 비교하면 아직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주제안 안건의 가결률이 27.41%로 전년 18.13%보다 크게 상승했고9, 이는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 기업들이 받는 압박의 실체

자본효율성 개선 요구

일본 아크티비스트들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자본효율성 개선이다1. 특히 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기업들이 주요 타겟이 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들에게 개선안 마련을 요구한 결과, 이러한 기업 비중이 2022년 말 43.9%에서 2024년 3월 32.2%까지 감소했지만, 최근 다시 38%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25.

지배구조 개선 압력

친자상장 해소도 중요한 이슈다1. 닛산자동차는 스트래티직 캐피탈로부터 자회사 포함 상장관계회사 주식에 대해 연 1회 이상 매각 검토와 결과 공시를 정관에 명시하도록 요구받고 있다1. 이는 한국에서도 자주 문제가 되는 복잡한 지배구조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안정주주 해체, 게임 체인지의 신호탄

주식 교차보유의 종말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안정주주의 감소1. 2015년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 도입 이후 주식 교차보유 해소가 가속화되었고, 2024년 3월 말 기준으로 기관투자가 보유비율(43%)이 안정주주 비율(40.1%)을 역전했다1.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의 기업지배구조에서도 여전히 계열사 간 지분 교차보유가 중요한 이슈로 남아있기 때문이다10. 일본의 변화를 보면, 한국도 머지않아 비슷한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토요타마저 움직였다

그동안 일본 기업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토요타조차 변화하고 있다1. 토요타 중심 진영이 TOB를 통해 그룹 원류기업인 토요타직기의 주식 비공개화를 추진하고 있다. 토요타직기가 프랑스 펀드 론샹 SICAV로부터 자본개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다1.

한국은 준비되어 있을까?

아직은 보수적인 한국 시장

한국의 주주총회 문화는 여전히 일본보다 보수적이다8. 2024년 정기주주총회 개최 상장회사 2,480개 중 97.2%가 3월 하순 20일부터 29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8. 이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자투표 채택률도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의 72.3%, 코스닥시장 상장회사의 55.9%에 그치고 있어8 주주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변화의 조짐은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관련 주주제안이 2023년 11건에서 2024년 16건으로 증가했고9, 반대로 배당 확대 관련 제안은 27건에서 12건으로 감소했다9. 이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단순한 배당 확대에서 보다 전략적인 자본 관리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일 기업문화 차이에서 오는 함의

의사결정 구조의 근본적 차이

한국과 일본의 기업문화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10. 한국 기업은 톱 중심의 권력 집중형인 반면, 일본 기업은 중간관리자의 권한도 중시하는 권력 분산형이다10. 이러한 차이는 아크티비스트들의 압력에 대한 대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점진적이고 합의 중심적인 변화를 선호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톱다운 방식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10. 하지만 이것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빠른 변화가 가능하지만, 동시에 경영진에 대한 압력도 더 직접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 민영화 경험의 차이

일본은 1968년부터 본격적인 공기업 민영화를 시작했고15, 한국도 1987년 이후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를 통해 체계적인 민영화를 추진했다15. 하지만 두 나라의 민영화 방식과 결과에는 차이가 있었다. 일본이 상대적으로 점진적이고 안정적인 접근을 했다면, 한국은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했다2730.

투자자들의 새로운 관심사: ESG와 인적자본

물언 주주들의 진화

현재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크티비스트들은 과거와 달리 장기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7. 2023년 6월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중 4개사 7개 의안이 가결되었는데7, 이는 제안 내용이 기업가치 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ESG 관련 주주제안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7. 이는 단순한 단기 수익 추구를 넘어서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요구로 해석된다.

인적자본 관리의 중요성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적자본 관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14. 머로우 소달리의 조사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들이 경영 관여활동을 하게 한 요인으로 기후변화(85%), 평판 리스크(64%)에 이어 인적자본 관리(64%)를 꼽았다14. 이는 한국 기업들도 단순한 재무적 성과를 넘어서 포괄적인 경영 품질을 요구받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성공적 대응 사례: 사포로 홀딩스

사포로 홀딩스는 아크티비스트와의 건설적 대화를 통해 윈-윈 상황을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다1. 2024년 주류를 축으로 한 성장으로 중장기 ROE 10% 이상을 목표로 하는 방침을 발표했고, 부동산 사업에 외부자본을 유치해 주류 성장에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1. 이 모든 변화의 배경에는 대주주인 싱가포르 투자펀드 3D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와의 대화가 있었다1.

개인적 논평: 한국의 선택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지켜보면서, 한국 기업들이 마주할 미래가 어렴풋이 보인다. 사실 이런 변화는 피할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일본 기업들의 대응을 보면, 변화를 거부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기업들이 오히려 더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물언 주주들을 적대시하기보다는, 이들의 합리적 제안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의 빠른 의사결정 문화는 오히려 이런 변화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일본보다 훨씬 빠르게 변화를 수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준비된 변화를 할 것이냐, 아니면 압력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변화할 것이냐의 차이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주 혁명'은 분명 한국에도 전파될 것이다.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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