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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스크랩/조PD의 일본 경제

🇯🇵 돈과 욕망, 그리고 사무라이 경제의 민낯

by fastcho 2026.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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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원고] 조PD의 일본 경제: 돈과 욕망, 그리고 사무라이 경제의 민낯

조PD의 일본 경제입니다.

시청자들께서도 보셨겠지만, 요즘 일본 열도가 WBC 1차 리그에서 호주를 4대 3으로 꺾고 8강에 갔다며 아주 축제 분위기입니다. 7회 말 투아웃에서 터진 요시다의 역전 2점 홈런, 그리고 천황 일가의 직관까지.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아주 시청률 잘 나오는 그림이긴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야구장 밖으로 한 걸음만 나오면 시나리오가 호러물로 바뀝니다. 야구는 이겼는데 지갑은 지고 있거든요. 일본 서민들의 경제는 지금 9회 말 투아웃 풀카운트 상황보다 더 절박합니다. 겉은 화려한 홈런인데 속은 텅 빈 강정인 일본 경제의 민낯, 오늘 날카롭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자, 야구는 야구고 이제 우리 지갑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뜨거운 기름 동네 이야기부터 시작해 봅시다.

 

최근 중동에서 들려오는 총성이 일본 열도의 에어컨 고지서를 흔들고 있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자마자, 도쿄전력은 기다렸다는 듯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죠. 일본은 원유의 90%를 이 해협에 의존합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94달러까지 치솟으니 전기를 만드는 비용이 감당이 안 되는 겁니다. 여기서 도쿄전력의 태세 전환이 기가 막힙니다. 기업용 전기료는 오는 4월부터 즉각 올리겠답니다. 연료비 변동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서 손해는 단 1엔도 안 보겠다는 속전속결의 의지죠. 반면 가정용 요금은 인심 쓰는 척하며 6월부터 올린다고 합니다. 날씨가 더워져서 에어컨 없이는 못 버틸 여름에 고지서를 들이밀겠다는 소린데, 참 영악한 계산이죠. 일본 에너지의 70%가 화력발전인 상황이라, 이번 사태로 가구당 연간 광열비가 약 13만 5천 원(1.5만 엔) 이상 뛰어오를 전망입니다. 중동의 불꽃이 일본 서민들의 거실까지 옮겨붙은 셈입니다.

 

전기료 무서워서 불도 못 켤 판인데, 일본은 이 위기를 타개하려고 바다 위에 거대한 바람개비를 심겠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자립을 하겠다며 덴마크의 베스타스를 불러들여 홋카이도나 규슈에 해상풍력 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거 참 코미디입니다. 원래 일본은 미쓰비시나 히타치가 직접 풍차를 만들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제 손으로 포기해놓고 이제 와서 수천억 원의 나랏돈을 보조금으로 퍼주며 외국 스승을 모셔온다? 방송으로 치면 자기가 버린 대본을 비싼 돈 주고 다시 사 오는 꼴입니다. 공급망 독립 전쟁은 밖에서도 치열합니다. 말레이시아에 공적개발원조(ODA)를 퍼부으며 희토류 정련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희토류 90%를 쥐고 흔드는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겠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죠. 자원은 밖에서 구하고 기술은 안에서 지키겠다는 계산인데, 정작 안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서 로봇과 AI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식탁 풍경도 기묘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쌀값이 고공행진을 하니 쌀 대신 파스타를 선택하는 이들이 급증했습니다. 최근 2년 사이 파스타 소비량이 10%, 그러니까 약 3억 식이나 더 팔렸다고 합니다. 쌀 씻는 수고보다 전자레인지 2분이면 끝나는 파스타가 가성비 면에서 압도적이라는 거죠.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의 슬픈 생존 전략입니다. 더 가관인 건 사람 대신 등장한 AI들입니다. 유머 감각 있고 스캔들 걱정 없는 AI 유튜버들이 기업들의 총애를 받고 있습니다. 가성비의 끝판왕이자 불평 한마디 없는 완벽한 노예라고 할까요? 일본 기업들이 직무형 고용으로 전환하며 겪는 진통, 즉 일본식 짬뽕 고용의 혼란 속에서 기업들은 차라리 속 편한 AI와 고양이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로 늘어나는 빈집을 고양이 전용 주택으로 개조하는 열풍이 부는 걸 보면, 이제 일본 열도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과 고양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의 결론은 정치로 귀결됩니다. 이제 무서운 언니, 다카이치 총리의 행보를 보시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금 살얼음판 위에서 춤을 추고 있습니다.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자극했다가 중국 외교부장으로부터 간섭할 자격도 없다는 독설을 들었죠.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먼로주의까지 더해지며 일본의 외교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는데 실리는 못 챙기는 형국입니다. 일본은 2011년 대지진 이후 자위대 기지 방재 등에 약 45조 원(5조 엔)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미국에 약 9조 원(1조 엔)어치나 주문한 무기들은 공급 지연으로 구경도 못 하고 있습니다. 돈 들고 줄 서서 기다리는데 순번은 밀리는 코미디 같은 상황이죠. 내부적으로는 53년 만에 39개 항목의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요란을 떨고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눈가림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입니다. 빚더미 나라에서 벌이는 감세 잔치,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내부 갈등과 외부 압박 속에서도 일본은 다시 15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립을 외치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동일본 대지진으로부터 15년이 흘렀습니다. 무너진 수산물 가공업체와 조선소들이 다시 일어서며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건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의 숫자를 보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동북 지역 경제의 공적 수요 의존도는 무려 27%에 달합니다. 전국 평균인 19%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죠. 국가 보조금이라는 인공호흡기를 떼는 순간 자립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복구는 되었을지 몰라도 자생은 여전히 멀어 보입니다. 일본의 변화가 한국에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나랏돈으로 건물을 세울 순 있어도 시장의 신뢰와 인재의 맥을 살리는 건 돈만으론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재건은 훌륭하지만, 정부가 혈액의 27%를 공급해주는 경제를 두고 자립이라 부를 순 없습니다. 그건 서 있는 게 아니라 비싼 줄에 매달린 인형극일 뿐이죠. 우리도 저들의 화려한 갑옷보다는 상처뿐인 속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습니다.

 

조PD의 일본 경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두꺼워진 지갑으로 만나 뵙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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