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하는 일본의 EV 배터리 산업, 닛산·토요타 포기선언에 한국 기업 웃는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닛산자동차가 지난 5월 9일, 북큐슈시에 건설 예정이었던 전기차(EV) 배터리 공장 계획을 전격 포기했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계획이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1월에 지자체와 협약을 맺은 바로 직후라는 점입니다. 토요타 역시 3월에 후쿠오카현에 계획했던 EV 배터리 공장 건설을 연기한다고 발표했죠. 일본의 대표 자동차 기업들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생산에서 백기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세계 시장에서 고전하는 일본 EV 배터리

일본 경제신문(닛케이)은 "국산 EV 배터리가 위기에 몰렸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습니다. 닛산의 평타 테이지 집행역은 "짧은 기간에 이런 결과가 되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19. 업적 부진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일본 EV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상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세계 EV 배터리 시장의 현실은 냉혹합니다. 한국 배터리·에너지 관련 조사 회사 SNE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세계 EV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67.1%에 달하는 반면, 일본은 고작 3.9%에 불과합니다4. 중국의 CATL은 37.9%의 점유율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한국계 기업은 18.5%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45. 일본 기업은 파나소닉이 겨우 6위에 올라있을 뿐입니다.

벼랑 끝에 선 일본의 국가 전략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150GWh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15. 이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로, 지금까지 약 120GWh 정도의 생산 기반을 확보했습니다11. 하지만 닛산의 계획 철회로 이 목표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닛산이 포기한 공장은 약 1533억 엔(약 1.4조 원)을 투자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습니다19. LFP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생산 비용을 30% 정도 줄일 수 있어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제품이었죠. 경제산업성에서는 최대 557억 엔(약 5천억 원)의 보조금까지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닛산은 "투자 대비 효과"를 이유로 포기했습니다17.

웃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

반면 한국 배터리 업계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굳건한 입지를 다지고 있죠.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일본의 퇴조로 기회를 얻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인프라 구축 방안'을 발표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6. 또한 2021년에는 'K-배터리 발전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40조 원(약 3.8조 엔)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7. 일본이 주저하는 사이, 한국은 공격적인 투자로 배터리 강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반도체의 교훈

이런 상황은 마치 과거 반도체 산업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한때 일본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했지만, 장기 불황 속에서 투자를 주저하는 사이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해 주도권을 빼앗았죠. 엘피다 메모리는 2012년, 시황 악화로 자금난에 빠져 파산했습니다. 같은 시기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해 스마트폰 수요를 선점한 대만 TSMC나 한국 삼성전자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일본 자동차 산업도 반도체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단기적인 수익을 우선해 배터리 등 성장 투자를 줄인다면, 과거 전자 산업이 걸었던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습니다.

냉정한 한마디: 일본의 패배는 필연이었다

사실 이번 일본 배터리 산업의 퇴조는 예견된 것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하이브리드 기술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순수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세계 트렌드를 놓쳤습니다. 또한 수직 통합으로 원료 조달부터 배터리 제조까지 공급망을 구축한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려웠죠.

한국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일본 기업들이 철수하는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중국과는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히 일본의 주요 자동차 기업들과의 협력 기회도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퇴조가 한국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 속에서 한국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결국 누가 가장 과감하게 투자하고, 미래를 준비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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