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연차휴가 의무화 제도, 과연 효과는 있었을까?
일본 닛케이 신문에서 최근 흥미로운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휴식법의 현재 위치: 연차휴가 사용 촉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일본인들의 연차휴가 사용 실태와 개선 방안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일본인은 휴가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연차휴가 사용을 장려해 왔지만, 버블 붕괴 이후 30년간 연차휴가 사용률은 계속 저조한 상태였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2018년 개정 노동기준법에 '시키 지정권'이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는 노동자의 연차휴가 사용 시기를 지정할 권리 중 5일분을 사용자(회사)에게 이전하는 것입니다.
즉, 회사가 직원에게 최소 5일의 연차휴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한국 vs 일본, 누가 더 '휴가 못 쓰는' 나라인가
이 제도의 효과는 어땠을까요?
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사회생활기본조사에 따르면, 법 개정 전인 2011년과 2016년에는 연차 사용 분포가 거의 동일했지만, 개정 후인 2021년에는 0~5일 사용 비율이 줄고 6~10일 사용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5일간의 의무 사용 제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11일 이상의 연차 사용 비율은 낮은 편으로, 100% 연차 사용률에는 아직 멀었다고 합니다.
2021년 일본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62.1%로, 198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국제 수준에서는 여전히 낮은 편입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사용률은 일본보다도 더 저조합니다.
익스피디아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은 평균 15일의 연차 중 8일만 사용하여 세계 28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6년 연속 꼴찌라는 부끄러운 기록입니다.
휴가 사용률 저조의 숨은 원인은 '문화적 압박'
2022년 근로자휴가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이 1년간 평균 사용하는 연차일수는 15.2일이며, 5일 이상 장기휴가를 사용한 비율은 9.5%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한국 직장인의 절반 이상(56.5%)이 자신에게 주어진 연차를 모두 사용하지 못했고, 사용되지 못한 연차는 별다른 보상 없이 소멸되는 경우(38.1%)가 가장 많았습니다.
왜 한국과 일본은 이렇게 연차휴가 사용률이 낮을까요?
양국의 직장인들이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유사합니다.
'직장 내 분위기', '업무 과다 또는 대체 인력 부족', '상사의 눈치'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한국 직장인들은 '빡빡한 업무 일정과 대체 인력 부족(43%)', '회사로부터 불이익을 받을까봐(25%)' 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연구로 입증된 휴가의 놀라운 효과
닛케이 기사에서는 휴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휴가는 직원의 웰빙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으며, 그 효과는 업무 복귀 후에도 평균 1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합니다.
또한 짧은 휴가라도 '디태치먼트(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일과 거리를 두는 것)'가 심신의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의 발견입니다.
종교적·문화적 휴일 이후에는 직원들의 업무 정확도가 27% 증가했지만, 일반 주말 이후에는 오히려 15% 감소했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휴일에는 업무에서 완전히 분리되는 것이 핵심"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일본의 정책에서 배운다, 한국에 필요한 3가지 해결책
한국도 일본처럼 연차휴가 의무 사용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합니다.
닛케이 기사에서 제안하는 미사용 연차휴가의 기업 매입 조치나 법정 병가 제도 도입도 우리나라에 적용해볼 수 있는 정책입니다.
일본의 경우 미사용 연차를 2년 후 자동 소멸시키지만, 한국은 1년으로 더 짧아 근로자들의 부담이 큽니다.
첫째, 미사용 연차에 대해 150%의 임금을 지급하는 '연차휴가 매입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연차와 별도로 연 5일의 법정 병가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셋째, 휴가 사용을 방해하는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 휴가 사용률'을 기업 평가 항목에 반영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입니다.
개인적 논평: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
개인적으로는 제도적 변화뿐만 아니라 문화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쉬는 것은 나태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은 생산성 향상에 필수적'이라는 인식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회사들도 직원의 휴가 사용을 장려하고, 휴가 중인 직원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최근 한 일본 기업의 사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직원이 휴가 중에 업무 관련 연락을 하면 해당 휴가일수를 무효화하고 추가 휴가를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 결과 휴가 사용률이 40% 증가했다고 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런 창의적인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차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입니다.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할 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한국도 '휴식할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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