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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판도를 바꾸는 '동의 없는 인수합병': 일본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

by fastcho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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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판도를 바꾸는 '동의 없는 인수합병': 일본 기업들의 새로운 전략

최근 일본 모터업체 니덱(Nidec)이 공작기계 대기업 마키노 플라이스 제작소(牧野フライス製作所)에 대한 TOB(공개매수)를 전격 철회했습니다. 사전 접촉도 없이 진행된 인수합병 시도에 마키노 측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 M&A 드라마는 허무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과연 이 사태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동의 없는 인수합병'이란?

일본에서는 과거 '적대적 인수합병'이라 불리던 것을 최근에는 '동의 없는 인수합병'으로 부르는 추세입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23년 여름에 발표한 '기업 인수에 관한 행동지침'에서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용어를 '동의 없는 인수합병'으로 바꾸었습니다2. 이 지침에서는 기업 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동의 없는 인수합병을 "주식 시장의 건전한 신진대사에 도움이 된다"며 적극적으로 평가했습니다2.

경제산업성의 이러한 방침 전환은 적대적 인수합병의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피인수 기업의 동의가 없는 인수합병이라도 주주 이익 등 경제적 합리성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동의 없는 인수합병을 더 이상 금기시하지 않고, M&A를 통해 상장 기업의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여 기업 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주식 시장 활성화로 이어가려는 의도가 있습니다2.

니덱의 TOB 철회, 무엇이 문제였나?

니덱은 2025년 4월 4일 마키노 플라이스 제작소에 대한 TOB를 시작했지만, 마키노 측은 대항 조치로 신주예약권의 무상할당을 계획했습니다1. 이에 니덱은 도쿄지방법원에 이 대항 조치의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5월 7일에 기각되었고, 다음 날인 8일 TOB 철회를 결정했습니다11215.

니덱은 "공개매수에 대응하는 방침에 따라 신주예약권 무상할당이 실시될 경우 당사에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공개매수를 유지하는 것은 현저하게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1.

흥미로운 점은 니덱이 2023년에 타키사와(TAKISAWA)라는 중견 공작기계 제조사에 대해 '동의 없는 인수합병'을 성공시킨 전례가 있다는 것입니다2. 당시에는 계속된 대화를 통해 제안 전 주가의 2배라는 높은 인수가격과 인수 후 사업계획 등을 제시하면서 주주 이익과 기업 가치 향상에 대해 설득했고, 결국 타키사와의 경영진도 인수에 동의했습니다2.

일본의 '동의 없는 인수합병' 성공 사례

제1생명홀딩스(HD)도 2023년 12월 복리후생 대행 업체인 베네피트원에 대해 피인수 측의 동의를 얻지 않고 TOB를 발표했습니다2. 이는 베네피트원의 모회사인 파소나와 의료 정보 사이트 운영사 엠스리가 베네피트원에 대한 TOB에 합의한 상황에서, 제1생명이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며 대항한 형태였습니다. 결국 제1생명은 인수가격을 인상하며 2024년 5월 베네피트원을 자회사로 편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2.

치열해지는 시바우라전자 쟁탈전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동의 없는 인수합병' 사례는 온도센서 대기업 시바우라전자(芝浦電子)를 둘러싼 쟁탈전입니다. 대만의 전자부품 대기업 야게오(YAGEO)가 시바우라전자에 대한 '동의 없는 인수합병'을 시도하자, 종합부품제조사인 미네베아미쓰미가 '화이트나이트(우호적 인수자)'로 참전했습니다459.

5월 1일 미네베아미쓰미는 시바우라전자에 대한 TOB 가격을 4,500엔에서 5,500엔으로 인상하여 야게오가 제안한 5,400엔을 상회했습니다5. 그러나 5월 8일 야게오는 TOB 가격을 6,200엔으로 재인상하고, 9일부터 TOB를 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91316.

이 쟁탈전의 배경에는 시바우라전자가 '서미스터'라는 온도센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4, 자동차, 산업기기, 가전제품, 의료 분야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높은 기술력이 있습니다19.

한국의 '적대적 M&A' 현황과 비교

한국에서도 최근 적대적 M&A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20건 미만이었던 행동주의 펀드의 적대적 M&A 공격이 2023년에는 80건 가까이 증가했습니다10. 이러한 배경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과 주주가치 향상에 대한 요구 증대가 있습니다10.

그러나 한국 기업 대부분은 적대적 M&A에 대한 효과적인 방어 수단을 갖추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국에서 가능한 경영권 방어 수단은 주로 자사주 매입이지만, 이는 비용이 많이 들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만이 실행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10.

특히 한국은 3세, 4세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되는 시기에 있으며, 높은 상속세율(50% 이상)로 인해 다수의 대기업 지주사에서 오너의 지분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입니다20. 이러한 취약한 소유구조가 투기성 자본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 기업에 주는 교훈

일본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최고의 그리고 유일한 인수합병 방어책은 '주가를 올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마키노 플라이스는 니덱의 TOB 철회 후 주가가 18%나 하락하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 미만으로 떨어지는 사태를 맞았습니다. 이는 시장이 "자력 경영으로는 청산가치에 해당하는 PBR 1배조차 실현하지 못한다"고 평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인수 측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수 후 경영 비전과 기업가치 향상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피인수 측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니덱의 타키사와 인수 성공과 마키노 플라이스 인수 실패의 차이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경영권 방어 수단의 다양화와 주주가치 향상 방안 강화가 시급합니다. 특히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적 보완과 함께 징벌적 상속세 제도의 개편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20.

이제는 탓만 할 수 없는 '동의 없는 인수합병'의 시대

일본에서는 이제 '동의 없는 인수합병'이 더 이상 금기가 아니며,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점차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기업들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의 없는 인수합병'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방어책을 마련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 향상에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입니다. 결국 건전한 기업 경영과 지속적인 가치 창출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방어책이 될 것입니다.

일본의 최근 사례들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귀중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동의 없는 인수합병'의 시대에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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