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일본 경제] 로봇이 공장을 점령하고, 개그맨이 은행을 차리는 세상
'조PD의 일본 경제'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저희가 들여다볼 세상은 2025년 12월 18일입니다.
오늘 일본에서는 공상과학이 현실이 됐습니다. 로봇 군단이 공장을 접수하는 동안, 각국 정부는 전기차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유턴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일본의 짠돌이들은 수십 년 묵힌 장롱예금을 깨기 시작했고, 이걸로는 부족했는지 이제는 개그맨들이 은행까지 차렸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그야말로 대격변의 현장입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토픽: 히타치의 공습! 인간 대신 공장에서 일할 휴머노이드 로봇
첫 번째 소식은 정말 영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거대 기업 히타치가 인간형 로봇을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공장을 자동화하겠다는 차원을 넘어서, 지금 일본과 한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심각한 인력난에 대한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것이 과연 인구 감소 시대의 구원투수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터미네이터의 시작일까? 한번 자세히 뜯어보겠습니다.
히타치의 야심 찬 계획
히타치는 2027년까지 자사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로봇, 생긴 게 좀 재밌습니다. 두 개의 팔에 각각 두 개의 손가락이 달려 있고, 다리 대신 바퀴 달린 대차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AI 두뇌까지 탑재했죠. 비유하자면, 상체는 베테랑 일꾼인데 하체는 퀵보드를 탄 듯한, 조금은 어색한 모습입니다.
이 로봇이 일하는 방식은 더 흥미롭습니다. 인간 작업자가 같은 동작을 수십 번 반복하면, AI가 그걸 보고 학습하는 겁니다. 덕분에 기존의 로봇팔이 어려워했던 배선 조립, 전자 기판 삽입, 포장재 넣기 같은 아주 정교한 작업을 해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시청자 여러분, 여기서 웃픈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결국 신입 로봇을 가르치는 건 인간 대리님, 과장님의 몫이라는 거죠. 최첨단 기술의 현장에서도 결국 OJT는 피할 수 없나 봅니다.
뜨거워지는 로봇 전쟁
히타치가 왜 이렇게 서두를까요? 시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모건 스탠리는 2050년이 되면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가 무려 5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70조 원에 이를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220개의 제조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그중 절반이 중국, 20%가 미국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한 점은, 로봇 강국이라 불리던 일본이 정작 이 휴머노이드 시장에서는 유력한 개발 기업 하나 제대로 키워내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국산 기술 개발을 서두르는 건, 사실상 중국과 미국이 선점한 운동장에서 벌이는 필사적인 따라잡기 게임인 셈입니다.
현재 시장을 이끄는 주요 플레이어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선두 그룹: 미국의 테슬라와 피규어AI, 그리고 중국의 UB테크 로보틱스가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 일본 내 개발: 와세다대학 등이 설립한 '교토 휴머노이드 어소시에이션(KyoHA)'이나 가와사키 중공업의 '카레이도(Kaleido)' 같은 프로젝트들이 국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을 구하기 위해 로봇을 만드는데, 그 로봇을 가르치기 위해 또 사람이 필요하다니, 이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인턴십 프로그램이 아닐까요?
이렇게 첨단 기술 경쟁이 치열한 와중에, 또 다른 거대 산업에서는 정반대로 '속도 조절'에 들어가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 토픽: "역시 전기차는 아직이었나?" 엔진차 금지에서 발 빼는 유럽과 미국
다음 소식은 자동차 업계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전 세계 정부들이 전기차로의 전환을 향해 채찍질을 해왔는데, 갑자기 급제동을 거는 모양새입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이 정책 변화의 이면에는 어떤 경제적, 정치적 현실이 숨어있는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EU와 미국의 'U턴'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엔진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던 원칙을 사실상 철회하는 안을 내놓았습니다. '그린 철강' 같은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엔진차를 계속 팔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겁니다.
이 소식에 가장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건 바로 일본 자동차 업계입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의 최강자인 토요타나 혼다에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순풍이 불게 된 거죠.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익면에서도 포지티브한 영향이 기대된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럼프 현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는 바이든 전 행정부가 도입했던 전기차 구매 세액 공제를 폐지하고, 배기가스 규제까지 완화했습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생각보다 더디고, 소비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는 현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딜레마
이런 정책 변화는 자동차 제조사들을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전기차(EV)와 엔진차 양쪽 모두에 막대한 돈을 중복으로 쏟아부어야 하는 '전방위 개발(全方位開発)'의 부담에 직면한 거죠. 이 비용 압박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프랑스 르노와 미국 포드처럼 서로 손을 잡거나, 아예 산업 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의 한 싱크탱크는 이 상황을 두고 "EU는 명쾌함 대신 복잡함을 선택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쪽에서는 소형 전기차를 위한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만들어서 EV를 장려하는 척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특정 조건만 맞으면 엔진차도 계속 팔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이건 뭐, 엑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격이죠.
이런 혼란 속에서 역설적으로 웃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국입니다. BYD 같은 중국 전기차 회사들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선진국 업체들이 엔진차와 전기차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동안, 중국은 전기차 시장에서의 우위를 더욱 굳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부들이 2035년이라는 결승선을 그어놓고 "뛰어!"라고 외쳐서 선수들이 미친 듯이 달렸더니, 이제 와서 "아, 미안. 결승선 좀 뒤로 옮길게"라고 말하는 꼴입니다. 선수들만 죽어나는 거죠.
이렇게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동안, 일본의 개인들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제적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세 번째 토픽: "장롱예금은 끝났다!" 일본인들이 18년 만에 저축을 깨고 투자에 나선 이유
이번에는 일본 가계 경제에 불어닥친 거대한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잃어버린 30년'과 디플레이션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일본인들의 저축 행태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일본은행 발표에 따르면, 가계 금융자산 중 현금·예금 비중이 무려 18년 만에 50% 아래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건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잠자던 돈이 움직인다
데이터를 보면 변화가 더 확실히 보입니다.
- 총 자산 규모: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잔고는 2,286조 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 핵심 변화: 그중 현금과 예금의 비중은 49.1%로 하락했습니다. 이 비중이 50%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07년 9월 이후 처음입니다.
- 변화의 동력: 바로 끈질기게 이어지는 인플레이션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쉽게 말해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가만히 앉아서 손해 보는 시대가 왔다는 걸, 일본인들이 드디어 깨닫기 시작한 겁니다.
- 자금의 이동: 그렇다면 이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주식 자산은 19.3% 증가했고, 투자신탁은 21.1%, 채무증권(채권)은 10.5%나 늘었습니다. 특히 새로운 NISA(소액투자 비과세제도)가 기폭제가 되었다는 분석입니다.
아직은 '투자 초보' 일본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일본은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아래 표를 보시죠.
| 국가 | 현금/예금 비중 | 주식/투신 비중 |
| 일본 | 약 50% | 약 20% |
| 미국 | 약 10% | 약 50% |
| 유럽 | 30% 초반 | 30% 초반 |
보시는 것처럼,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일본 가계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투자 시장으로 흘러 들어올 자금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변화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도 주목해야 합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한 전문가는 "인플레이션과 주가 상승 국면에서는 투자를 시작했는지 여부에 따라 가계 간의 격차가 벌어지기 쉽다"고 지적합니다. 즉, 이 거대한 돈의 흐름에 올라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자산 격차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수십 년간 일본에서 돈의 가장 안전한 피난처는 '다다미 밑'이었는데, 이제 그 다다미 밑에 불이 붙은 셈입니다. 사람들이 부랴부랴 '투자'라는 소화기를 찾기 시작한 거죠.
이렇게 개인들의 돈이 움직이는 와중에, 아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돈을 움직이려는 집단이 나타났습니다.
네 번째 토픽: 일본 최고의 개그 기획사가 은행을? 요시모토의 '웃음 경제권' 대작전
마지막 소식은 정말 황당하면서도 기발합니다. 일본 최대의 개그맨 기획사인 '요시모토 흥업'이 은행업에 진출한다고 합니다. "개그맨이 왜 은행을?" 싶으시겠지만, 이 이면에는 아주 치밀한 사업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BaaS(서비스형 은행)'라는 최신 금융 트렌드를 활용해서 팬덤을 거대한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대담한 시도입니다.
'FANY BANK'의 사업 모델
요시모토가 내놓은 은행 서비스의 이름은 'FANY BANK'입니다. 스미신 SBI 넷 은행과 손을 잡고 만들었죠. 사업 모델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합니다.
- 핵심 전략: 기존에 운영하던 콘텐츠 및 티켓 판매 회원제 서비스인 'FANY'와 은행 서비스를 완벽하게 연동시키는 겁니다.
- 고객 혜택:
- 요시모토 관련 공연을 보거나 굿즈를 살 때 FANY BANK 데빗카드를 쓰면 캐시백을 해줍니다.
- 이 은행으로 급여를 이체하거나 계좌를 새로 만들면 특별한 혜택도 줄 예정입니다.
- 궁극적 목표: 바로 '웃음 경제권(お笑い経済圏)'을 구축해서 5년 안에 20만 계좌를 달성하는 겁니다.
이건 사실상 팬심을 금융자산으로 바꿔버리는 연금술입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덕질'이 예금이 되고, 공연 티켓 구매 실적이 신용평가 점수가 되는 세상이 오는 거죠. 웃음을 팔아서 돈을 버는 회사가 이제는 여러분의 통장까지 직접 관리하겠다는, 정말이지 대담하고도 기상천외한 발상입니다.
과연 '웃음 경제권'이라는 전대미문의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상상해 봅니다. 대출 심사를 만담으로 진행하고, 연체하면 벌칙으로 코미디 무대에 서야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엔터테인먼트와 금융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정말 흥미로운 시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클로징 (Closing)
오늘 정말 정신없는 소식들을 전해드렸습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이 공장을 차지하고, 세계 정부들은 전기차 정책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수십 년간 잠자던 일본 개인들의 돈이 투자 시장으로 몰려들고, 심지어 개그맨들이 은행을 만드는 세상. 세상이 정말 빠르고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도 이렇게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날카롭고 재밌는 일본 경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지금까지 '조PD의 일본 경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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