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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플라자 합의 40년, 달라지지 않은 일본 - 경제 개방이라는 미완의 숙제

by fastcho 2025.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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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플라자 합의 40년, 달라지지 않은 일본 - 경제 개방이라는 미완의 숙제

일본 닛케이 신문에서 보도한 "기축 없는 세계 플라자 합의 40년(2) 폐쇄적인 일본에 미래 없다"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새삼 느꼈습니다. 40년이나 지났는데도 일본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에 사는 우리도 이웃 나라의 이 미완의 숙제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해 드립니다.

마에카와 리포트와 일본의 개혁 시도

"1. 내수 확대 외수 의존에서 내수 주도형의 활력 있는 경제성장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이렇게 시작하는 '마에카와 리포트'는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 1개월 후,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의 요청으로 설립된 '국제협조를 위한 경제구조조정연구회'가 작성한 보고서입니다23. 이 연구회의 좌장이었던 마에카와 하루오 전 일본은행 총재의 이름을 따서 '마에카와 리포트'라 불립니다.

당시 일본은 전후 복구 모델을 넘어 새로운 사회 모델을 모색하던 시기였습니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길은 바로 '경제 개방'과 '국제화'였죠. 같은 해 4월에는 일본전신전화공사가 민영화되어 NTT가 탄생했는데, 이는 규제 완화의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3.

잘나가던 일본, 어디로 갔나?

그 후 NTT가 걸어온 길은 마치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의 행보와 오버랩됩니다. 1987년 상장 당시 주식 시가총액은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가 돈을 끌어모았습니다3.

하지만 그 기대는 무색하게도 현실은 달랐습니다. IT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제품은 탄생하지 못했고, 휴대폰으로 문자 정보를 주고받는 'i-모드'는 선구적인 서비스였지만 세계 진출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자 일본의 휴대폰 시장은 스마트폰에 점령당했죠3.

폐쇄적인 일본, 변하지 않은 40년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일본과 해외의 물품·서비스 거래를 나타내는 국제수지를 보면 'GAFA'로 대표되는 미국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지불로 디지털 분야의 적자가 2024년에는 6조 엔을 넘어선다는 점입니다. 1985년 일본의 수출 중 19%가 자동차였는데, 2024년에도 여전히 17%! 자동차에 의존하는 무역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3.

폐쇄적인 노동시장 구조도 그대로입니다. 1985년은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제정되어 다양한 인재가 활약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를 시작한 전환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은 좀처럼 진전되지 않아 세계경제포럼이 집계한 젠더 갭 지수에서 일본은 146개국 중 118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도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보다는 나은 상황이죠3.

돈도 사람도 모이지 않는 닫힌 나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힘도 초라합니다. 일본의 창업률은 3.1%로 미국의 11.6%, 영국의 11.5%를 크게 밑돌아 주요국 중 최하위가 고정 자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일본에 해외 자금이 모일 리 없죠. UN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대내직접투자 잔액은 GDP 대비 5.9%로 북한보다 낮은 199개국・지역 중 196위에 침몰했습니다. 닫힌 채로 있는 일본에는 미래가 열리지 않습니다3.

재미있는 점은 일본은행이 지난 25년간의 금융정책을 총괄한 2024년 12월의 '다각적 리뷰'에서 공개한 2개의 논문이 은근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금융정책과 환율의 관계, 통화의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에 각각 초점을 맞춘 논문인데요3. 환율의 소관은 재무성이며, 일본은행은 표면적으로는 다루지 않는데... 그런 불문율을 뛰어넘는 논문 발표는 일본은행 내의 미묘한 공기 변화를 보여줍니다.

한국에게 주는 교훈

이런 일본의 상황은 한국에게 큰 교훈이 됩니다. 우리도 경제 개방과 국제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의 40년 전 개혁이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개혁의 중요성과 지속성을 일깨웁니다.

특히 요즘 한국도 청년 인구 감소와 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웃 나라의 40년 전 숙제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개혁이 더욱 시급하다는 경종을 울립니다. 일본이 놓친 개방과 혁신의 기회, 우리는 놓치지 말아야겠죠?

"금융정책 운영에 있어서는 대내외 통화가치의 안정을 확보하면서도, 내수주도형 경제의 실현을 향해 기동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에카와 리포트의 한 구절은 오늘날에도 통합니다3. 85년에 지향했던 개혁은 지금도 일본이 짊어진 숙제입니다. 우리는 이웃의 숙제에서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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