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역전쟁의 실체: 일본의 9조엔 대미 흑자, 해결하려면 미국차 72배 수입해야?
일본과 미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가 무려 9조엔(약 85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해소하라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요. 과연 이 어마어마한 흑자를 해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일본 경제신문(닛케이)의 분석 기사를 통해 그 실체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9조엔 무역흑자, 그 규모는?
재무성이 발표한 2024년도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대미 수출액은 21조 6483억엔, 수입액은 12조 6434억엔으로 9조 48억엔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1517. 이는 전년 대비 1.3% 감소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금액이죠17.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미국 자동차의 판매대수가 적다는 점에 불만을 표시했고, 미국 각료들은 미국산 쌀의 수출 확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차를 72배 더 수입해야?
닛케이의 분석에 따르면, 이 무역흑자를 자동차 수입으로 해소하려면 얼마나 많은 양이 필요할까요? 미국차의 평균 수입가격이 1대당 933만엔이라고 할 때, 9조엔어치를 수입하려면 약 96만 5천대가 필요합니다13. 이는 현재 일본이 수입하는 미국차(약 1만 3천대)의 72배에 달하는 양입니다.
2024년도 일본 국내 신차 판매대수는 386만대인데, 미국차 100만대를 수입해서 일본차를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판매되는 신차 4대 중 1대가 미국차가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현재 일본 신차 시장에서 미국차 점유율이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이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죠.
쌀이라면? 일본 생산량의 8년분!
쌀로 무역흑자를 해소하려면 어떨까요? 현재 일본은 34만톤의 쌀을 수입하고 있는데, 9조엔의 무역흑자를 상쇄하려면 현재의 190배에 가까운 6,402만톤의 미국산 쌀을 수입해야 합니다13.
일본 농림수산성의 식량수급표에 따르면, 2023년도 일본의 쌀 생산량은 791만톤, 식용과 가공용을 합친 소비량은 820만톤 정도입니다. 즉, 일본에서 8년 동안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쌀의 양을 한꺼번에 수입해야 무역흑자를 해소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게다가 미국의 쌀 생산량 자체가 700만톤 정도에 불과해 그만큼의 양을 생산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옥수수는? 미국 생산량의 60%가 필요
옥수수로 해소하려면 2억 3천만톤을 사야 합니다. 2024년도에 일본은 1,280만톤을 수입했는데, 그 18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는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60%, 미국 내 소비량의 70%에 해당하며, 일본의 15년치 소비량과 맞먹는 양입니다.
관세로 해결? 일본 경제에 타격
무역흑자는 수출을 줄이는 방법으로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나 철강에 추가 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24%의 상호 관세가 발동될 경우, 일본의 대미 수출이 4조 3천억엔 감소해 무역흑자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합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을 0.7% 끌어내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에 주는 시사점
이 닛케이 기사가 우리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뭘까요? 한국 역시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보고 있는데, 만약 트럼프 정부가 일본에게 했던 것과 같은 요구를 한국에게도 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미국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25%로 10배나 인상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2. 이는 현대·기아차 같은 한국 자동차 기업에게도 큰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대미 수출 구조가 반도체, 자동차 등 일본과 비슷한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역 갈등, 과연 해결 가능할까?
솔직히 말해서, 9조엔이라는 무역흑자를 단기간에 해소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미국차를 72배 더 수입하거나, 일본 전체 쌀 생산량의 8년치를 한번에 수입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죠.
결국 일본과 미국은 절충점을 찾을 수밖에 없을 텐데, 그 과정에서 일본이 어떤 카드를 내밀고 미국과 어떻게 협상할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미일 관세 협상의 결과는 한국에게도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터이니,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가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15입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일본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자동차 부품에도 추가 관세를 발동할 예정4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무역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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