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메가뱅크, 최고 이익 행진 중에도 '트럼프 관세'라는 폭탄이 기다린다
일본 메가뱅크들이 웃고 있습니다. 돈방석에 앉은 것처럼 예상치 못한 최고 이익의 행진을 이어가고 있죠. 하지만 저 멀리서 불어오는 '트럼프표 관세 폭풍'이 이들의 웃음을 곧 멈추게 할지도 모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서 최근 보도한 일본 메가뱅크의 실적과 리스크에 관한 기사를 살펴보며, 이것이 한국 경제와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파헤쳐 보겠습니다.
3대 메가뱅크, 3기 연속 최고 이익 행진 중
일본의 3대 메가뱅크(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는 2026년 3월기에 3기 연속 최고 이익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들의 순이익 합계는 무려 전기 대비 8% 증가한 4조 24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36. 특히 미쓰비시UFJ는 처음으로 순이익 2조엔을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입니다3.
"금리 있는 세계"의 부활이 이들의 날개를 달아준 셈인데요,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정상화 정책으로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이 크게 확대된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6. 여기에 정책보유주식 매각 이익까지 더해져 수익을 크게 끌어올렸죠.
하지만 트럼프 관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쓰비시UFJ의 카메자와 히로노리 사장이 15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입니다2. 트럼프 정권의 관세 정책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모든 수입품에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고, 국가별로 추가 관세를 매기는 '상호관세'를 발표했습니다10.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24%의 높은 관세율을 적용한다고 밝혔죠. 이는 일본 수출기업, 특히 자동차 산업에 엄청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3대 메가뱅크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대출 부실화에 대한 준비금을 전기 대비 60% 증가한 7900억엔으로 크게 늘렸습니다2. 특히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 자동차 산업 관련 기업들이 특히 우려 대상입니다. 닛산자동차, 마쓰다 등은 이미 업적 전망을 '미정'으로 발표했고, 도요타도 4~5월 두 달간 1800억엔의 감익 요인이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2.
한국 기업과 은행들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우리에게도 날아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발표한 상호관세에서 한국은 일본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높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더욱 취약합니다. 현대차, 기아차 등이 미국 수출에서 타격을 입게 되면, 이들에 대출을 많이 제공한 국내 은행들 역시 부실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들, 특히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과 대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들은 일본 메가뱅크들의 대응 전략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정적 스파이럴'
메가뱅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무엇일까요? 바로 "금리 상승과 주가 상승"이라는 승리 공식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세계 경제 혼란으로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꺾이고, 경기 냉각으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게 되면, 은행들의 수익 원천이 동시에 사라지는 '부정적 스파이럴'에 빠질 수 있습니다28.
이미 M&A 등 투자은행 비즈니스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M&A(금액 기준)는 1~3월에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했고, 기업들은 현재 관망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8.
트럼프 관세는 약일까, 독일까?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꼭 모두에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것이 일본과 한국 기업들에게 '쓴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미국 시장에 의존해 왔습니다. 와세다대학 이리야마 교수의 말처럼,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는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인도, 중동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은행들도 이러한 기업들의 시장 다변화를 금융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할 수 있습니다.
또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같은 미국을 제외한 다자간 무역협정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10. 한국은 아직 CPTPP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제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아닐까요?
한국 은행들이 배워야 할 교훈
일본 메가뱅크들은 이미 대출 부실에 대비한 준비금을 크게 늘리고, 시장 변동성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워드루킹' 전략을 채택했습니다2. 미쓰이스미토모의 나카지마 사장은 "불투명한 기간이 얼마나 계속될지 주시하고 있다. 다운사이드, 업사이드 양면에서 기동적인 업무 운영을 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3.
우리나라 은행들도 지금처럼 좋은 실적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 다가올 위기에 대비한 준비금을 충분히 마련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합니다. KB, 신한, 하나 등 한국의 대형 은행들은 특히 미국 관세 리스크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마치 야구에서 연패 중에도 승리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는 것처럼, 앞으로 다가올 거친 파도에 대비해 지금부터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운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니까요.
일본 메가뱅크들의 움직임은 한국 은행들에게도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우리도 이제 긴장하고 대비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조금 늦은 건 아닐까요?
금리 상승과 주가 상승이라는 '황금기'는 언제까지나 계속되지 않습니다. 역사는 항상 우리에게 '과거의 영광에 취한 자는 미래의 위기를 맞이한다'고 가르쳐 왔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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