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하락해도 더 벌어지는 미일 주가 격차, 그 이유는?
미국 국채 신용등급이 하락했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의 혼란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주가와 일본 주가의 벌어지는 격차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이 미국 기업보다 일본 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닛케이의 최신 기사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 그러나 제한적인 시장 영향
지난 5월 16일, 미국의 주요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미국 국채 신용등급을 최상위 등급인 'Aaa(AAA 상당)'에서 'Aa1(AA+ 상당)'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습니다4.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채무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가 주된 이유였습니다. 무디스의 예상에 따르면, 미국의 공적 채무 잔고 대 GDP 비율은 2024년 98%에서 2035년에는 1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4.
이러한 신용등급 하락 소식에 미국의 주식, 채권, 통화가 동시에 매도되는 '트리플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위기 상황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5월 19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 주가는 전주 대비 255엔(0.68%) 하락한 3만 7498엔으로 마감했으나19, 이는 예상보다 제한적인 영향이었습니다.
점점 벌어지는 미일 주가 격차의 현실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 자산을 매도하는 중장기 투자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있다 해도 실제로 매도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라고 올니폰 자산운용의 이시미 나오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며, 미국을 떠난 자금의 일부가 일본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우와 닛케이 평균의 수준을 단순 비교하면 그 격차는 작년 말 2600대에서 현재는 약 4900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기업 실적의 희비를 가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상호 관세'를 실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본에 대해서는 2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나, 90일간은 10%의 기본 관세를 적용하기로 변경했습니다6. 90일 후에 관세율이 24%로 돌아갈 경우, 2025년도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기존 예측보다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6.
이런 상황에서도 QUICK·팩트셋에 따르면, 미국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은 2025년에 9.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작년 말 시점의 14%대에서 하향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10%에 가까운 증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26년 예상치도 13.4%로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에 일본은 다소 부진합니다. 다이와증권이 도쿄증권거래소 주가지수(TOPIX)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2026년 3월기 계획을 집계한 결과, 순이익은 전기 대비 6.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IT 산업의 존재감이 만드는 명암
미국 주식시장의 우위가 강화된 배경에는 IT(정보기술) 업종의 존재감이 있습니다. S&P500은 시가총액 전체의 40% 이상을 정보기술과 통신서비스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보기술 업종은 2025년에 EPS가 17.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미국의 정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인공지능(AI) 등 IT 투자는 활발한 상태입니다.
반면, TOPIX의 정보통신과 서비스는 합계로도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정보통신 업종은 올해 7.4%의 증익이 전망되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규모가 작습니다. 테크 기업의 규모 차이가 일본과 미국의 명암을 가르고 있는 것입니다.
T&D자산운용의 나미오카 히로시 치프 스트래티지스트는 "성장성이 높은 AI를 직접 만드는 기업은 일본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AI 수요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자구책은 있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를 발표한 4월 2일 이후, '탈·미국 자산'이나 '탈·거대 하이테크 주식'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서는 그러한 전망의 수정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본 기업의 개혁 기대가 높았던 2024년 전반에는 닛케이 평균 수준이 다우를 상회했습니다. 다시 다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산업의 신진대사가 필수적입니다.
여기서 우리 한국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것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주가 격차는 단순히 경제 상황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구조와 특히 IT 기업의 존재감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한국 역시 반도체와 IT 하드웨어에는 강하지만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신용등급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팬데믹 이후 더욱 가속화된 디지털 전환과 AI 혁명의 중심에 미국 기업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 육성과 디지털 전환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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