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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스크랩

일본 초장기 국채에 켜진 빨간불, 한국은 괜찮을까?

by fastcho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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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초장기 국채에 켜진 빨간불, 한국은 괜찮을까?

일본 국채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의 30년, 40년 만기 초장기 국채 금리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에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곧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한국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일본 초장기 국채 금리, 사상 최고치 경신

닛케이 신문에 따르면 최근 일본 국내 채권시장에서 초장기 국채의 금리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5월 20일 30년물 국채 금리는 일시적으로 전날 대비 0.165% 높은 3.14%까지 상승했습니다9. 이는 발행이 시작된 2000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40년물 국채 금리 역시 3.6%로 2007년 발행 개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2.

같은 날 일본 재무성이 실시한 2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평균 낙찰가격과 최저 낙찰가격의 차이인 '테일'이 1엔 14전까지 벌어지며 1987년 이래 38년 만에 가장 큰 폭을 기록했습니다13. 도카이도쿄 증권의 사노 카즈히코 채권 전략가는 "충격적이다. 투자자들의 수요가 모이지 않은 모습이 선명해졌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11.

금리 상승의 두 가지 원인: 재정 팽창과 생보사의 매수 감소

이러한 금리 상승 배경에는 두 가지 뚜렷한 원인이 있습니다.

1. 재정 팽창에 대한 우려

일본은 올해 여름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대책으로 소비세 감세 제안이 여야 모두에서 나오고 있습니다11. 일부는 적자국채를 재원으로 하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추가 예산 편성이 필요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10년을 초과하는 초장기 국채는 10년 국채 등에 비해 재정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30~40년 국채의 2025년도 발행 예정액은 12.6조 엔으로, 10년 전의 11.5조 엔보다 1조 엔이나 증가했습니다11. 미래의 국채 증발 시나리오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장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채권의 수급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2. 생명보험사의 매수 감소

일본 국채의 안정적인 매수자였던 투자자 구성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본증권업협회가 5월 20일 발표한 4월 투자자별 매매 동향에 따르면, 주요 매수자였던 생명보험·손해보험사의 매수 초과액은 270억 엔에 그쳤습니다11. 이는 전년 동월 대비 95% 감소한 수치로, 4월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몇 년간 보험 상품과 운용 자산의 연한 차이를 줄이는 새로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초장기 국채를 매입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움직임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스미토모 생명의 마스다 미츠오 운용기획부장은 "규제 대응의 방향성이 잡혔고, 지금은 반드시 사야만 하는 상황이 아니다. 시장 변동이 격렬해 매수 직후 포함손실이 발생할 리스크는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11.

한국에 주는 시사점: 우리도 안전할까?

이런 일본의 상황은 한국에 어떤 시사점을 줄까요? 일본보다 더 빠른 고령화에 직면한 한국도 재정 확대의 압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정부도 각종 복지정책 확대와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재정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금리가 있는 세상의 무서움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일본의 재정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그리스보다 좋지 않다"고까지 말했습니다11. 이는 한국에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한국은 일본처럼 사회보장 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경기 부양을 위한 각종 재정 지출까지 더해지면 국가 부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 일본처럼 초저금리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국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더 클 수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심판, '채권 자경단'이 깨어나다

채권시장은 시장 규모가 크고 당국의 통제가 어려워 때로는 파란을 일으켜 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채권 자경단'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2년에는 영국의 트러스 총리(당시)가 재원 뒷받침 없는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가 영국 국채가 급락하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트러스 쇼크'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11.

이제 일본도 '금리가 있는 세상'이 되면서 채권시장이 일본은행의 통제에서 벗어나 시장 기능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초장기 금리 상승은 재정 규율에 경종을 울리는 기능의 부활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은 지금 당장은 한국과 무관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리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한국의 국가부채비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고령화 속도는 일본보다 더 빠릅니다. 재정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한계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와세다 대학의 이리야마 교수는 종종 "위기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징후가 나타나지만, 사람들이 무시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일본의 현 상황은 한국에게 우리가 무시하고 있던 징후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습니다. 확장적 재정정책의 댓가는 언젠가는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이 지금 그 댓가를 치르기 시작한 것이고, 우리도 그 길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본의 현재는 우리의 내일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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