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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가 직접 "쌀 5kg 3000엔대로" 선언, 비축미 무제한 방출 결정...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by fastcho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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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가 직접 "쌀 5kg 3000엔대로" 선언, 비축미 무제한 방출 결정...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일본에서 쌀값 파동이 일어났습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5월 21일, 고공행진 중인 쌀 가격을 5kg당 3000엔대로 낮추겠다고 전격 선언했습니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최근 쌀 평균 소매가격은 5kg당 4268엔으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두 배에 달하는 역대 최고가입니다. 정부 수장이 직접 나서서 쌀값을 얼마로 해야 한다며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만큼 일본 내 쌀값 상승에 대한 불만이 뜨겁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의 전방위 쌀값 인하 대책, '수의계약'이 해결책?

이시바 총리는 당수토론에서 "쌀은 3000엔대여야만 한다. 4000엔대라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16. 더욱 놀라운 것은 가격이 내려가지 않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까지 언급한 점입니다15. 정부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쌀 가격에 목표 수준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요.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소비자들의 쌀값 폭등에 대한 불만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농림수산성의 발표에 따르면, 5월 5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슈퍼에서 판매된 쌀 5kg당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54엔(1.3%) 오른 4268엔이었습니다17. 이는 작년 같은 기간(2108엔)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15.

그렇다면 일본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았을까요? 핵심은 '비축미 방출 방식의 변경'입니다.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의 전환

이시바 총리는 신임 농수상으로 기용된 고이즈미 신지로에게 비축미의 방출 방식을 기존의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도록 지시했습니다5. '수의계약'이란 발주자가 조건을 고려하면서 계약 상대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7.

지금까지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업자가 낙찰받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낙찰자의 대부분이 JA(일본 농협)였기 때문에, 쌀을 저렴하게 공급하려는 의식이 부족했던 것이죠7. 그 결과 비축미를 계속해서 방출해도 소매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하면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격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국가 제도상으로도 시장에서 다른 쌀과 경쟁하기 어려운 2022년산 쌀의 경우, 대폭적인 가격 인하도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관계 부처의 간부는 "소매 가격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내려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비축미 무제한 방출" 선언

고이즈미 신지로 농수상은 취임 첫날인 21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10만 톤이라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수요가 있으면 무제한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4. 더불어 "그 정도의 일을 하지 않으면 시장의 마인드도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4.

이처럼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축미를 대량 방출함으로써 쌀 공급량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또한 농림수산성은 5월 28~30일에 예정되어 있던 비축미의 4차 입찰을 중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4.

일본의 쌀 정책과 한국과의 비교, '너무 다른 두 나라'

일본과 한국, 두 나라 모두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이지만, 쌀 정책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쌀이 남기 시작하자 생산을 억제하고 가격을 유지하는 '감반정책(減反政策)'을 추진해왔습니다. 2018년에 감반정책을 폐지한 후에도 전작(다른 작물로 전환)을 장려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생산 조정을 계속했습니다. 정책의 대부분이 미가 유지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격을 내리기 위한 대책은 부족했습니다.

반면 한국은 쌀 생산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도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가 쌀을 직접 매입하는 공공비축제를 운영하며, 시장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쌀 소비 장려 정책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죠.

일본의 비축미 방출 체계의 문제점

일본의 비축미 방출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유통 과정에 있습니다. 비축미의 90%를 낙찰받은 JA전농이 도매업자에게 출하한 것은 현 시점에서 낙찰분 전체의 40%에 불과합니다6. 유통의 막힘 현상이 뚜렷합니다.

또한 비축미를 직접 소매업자에게 전달하는 경우, 누가 어떻게 배송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많은 소매점이 정미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미 상태의 비축미를 구입해도 대응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쌀을 사본 적 없다'는 농수상, 결국 경질

이번 일본 정부의 쌀값 대책의 배경에는 전 농수상의 실언도 한몫했습니다. 이토 타쿠 전 농수상은 5월 18일 사가시에서 열린 강연에서 "쌀을 사본 적이 없다"고 발언했고, 이것이 알려진 19일, 총리 주변에서는 "이 발언은 심각하다. 자각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결국 이토 전 농수상은 사임하게 되었고, 그 후임으로 고이즈미 신지로가 임명되었습니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일본 내에서 높은 인지도와 발신력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여론 조사에서도 차기 총리 후보 상위권 단골로 꼽히는 정치인입니다.

한국인의 시각에서 본 일본 쌀값 정책의 아이러니

한국에 사는 우리가 이 일본의 쌀값 파동을 바라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띕니다.

첫째, 총리가 직접 가격 목표치를 언급하며 시장에 개입하는 모습은 '자유 시장 경제'를 내세우는 일본에서 매우 이례적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물가안정 대책회의'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가격을 통제하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소비자 물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일본 정부가 '감반정책'으로 오랫동안 쌀 생산을 억제해온 결과, 정작 쌀이 필요할 때 공급이 부족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식량 안보 관점에서 볼 때, 단기적인 가격 유지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줍니다. 한국도 점차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쌀 생산 정책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셋째, '수의계약'이라는 방식을 통해 정부가 직접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는 당장의 쌀값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시키고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연 이런 임시방편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일본의 쌀값 파동이 한국에 주는 교훈

일본의 쌀값 파동은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식량 안보는 국가 안보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쌀 소비가 감소한다고 해서 생산을 무턱대고 줄이는 정책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식량 위기가 닥쳤을 때 자급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본의 사례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둘째, 농업 정책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농가와 농협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의 관점이 간과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지금과 같은 쌀값 폭등과 그에 따른 국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농업 개혁은 단기적인 가격 통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수상이 말한 "더 이상 (사실상) 감반은 그만둔다"라는 발언은 생산을 억제하는 농정에서 벗어나, 의욕을 갖고 쌀을 생산하고 남은 부분은 수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결론: "쌀값 3000엔대" 선언, 과연 실현 가능할까?

이시바 총리의 "쌀 5kg당 3000엔대" 선언과 고이즈미 농수상의 "비축미 무제한 방출" 방침은 당장의 쌀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일본 농업의 구조적 문제, 특히 JA 전농의 영향력, 농림족 의원들의 이해관계 등이 얽혀 있어, 고이즈미 농수상이 의도하는 대로 정책 전환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권 전체의 후원도 필수적입니다.

더욱이 농가의 소득을 유지하면서 가격은 낮추는 쉽지 않은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직접지불제와 같은 새로운 농가 지원책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일본의 이러한 쌀값 파동과 정부의 대응은 한국의 농업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지금 당장 우리는 일본처럼 쌀값 폭등을 경험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식량 안보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균형 잡힌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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