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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투자자 앞에 내세우는 이유 -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숨기고 있는데

by fastcho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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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투자자 앞에 내세우는 이유 -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숨기고 있는데

일본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닛케이신문(2025년 5월 23일)에 따르면 일본 주요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투자자와 직접 대화시키는 기회를 대폭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NEC, 이토추상사 같은 대기업들이 앞장서고 있고, 주요 기업의 실시율이 최근 3년간 무려 2배나 증가해서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떨까? 아직도 사외이사들을 "장식품" 취급하며 뒷방에 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본 기업들의 담대한 실험

NEC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외이사와 투자자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기 시작했다1. 오므론 회장인 야마다 요시히토를 비롯한 사외이사들이 직접 나서서 주주환원이나 중장기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토추상사도 2024년 12월 사외이사와 투자가들이 참여하는 소규모 미팅을 개최했다210.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시가총액 5000억엔 이상 주요 기업 중 사외이사와 투자자 대화 기회를 마련한 비율이 2024년 48%에 달했다1. 3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두 배나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여전히 "거수기" 논란

그런데 한국 상황을 보면 참 대조적이다. 한국ESG평가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국내 100대 기업에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이 교수 출신이고, 54%가 재선임이며, 32%가 2개 기업을 동시에 맡는 겸직이다4. 여전히 "경영진의 거수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더 충격적인 건 한국 100대 기업 중 70개 기업이 여성 사외이사를 단 1명만 임명해서 법적 최소 기준만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13. 이게 진정한 다양성을 추구하는 모습일까?

투명성 vs 은밀성 - 문화적 차이의 실체

일본과 한국의 이런 차이는 단순한 제도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기업 문화의 차이를 보여준다. 일본 기업들은 이제 사외이사를 "보여줄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이토추상사의 원전 IR부장은 "투자가로부터 경영에 대한 신뢰를 높여 주주자본비용 하락으로 연결하고 싶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2.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사외이사를 감추고 싶은 존재로 여기는 듯하다. 사외이사가 투자자 앞에 나서서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조용히 뒤에서 "적당히" 역할 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입산 아키에 와세다대 교수라면 이렇게 분석할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으면서 진짜 실력 있는 사외이사를 영입하고, 그들을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형식적 컴플라이언스에 머물러 있다."

실제로 일본의 코포레이트 거버넌스 코드는 2021년 개정을 통해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 상장기업에 이사회의 3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7. 한국도 비슷한 규정이 있지만, 운영의 실효성 면에서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인적 논평: 한국 기업들의 근본적 한계

솔직히 말하면, 이런 차이는 한국 기업들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다.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어쩔 수 없이 둬야 하는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다.

일본에서 몇 년째 지켜보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일본 기업들의 이런 변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고, ESG 경영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외이사를 "숨겨둘 자산"이 아니라 "자랑할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언젠가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을까? 이미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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