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동차 부품 거인 마렐리, 인도 기업에 '몸값 제로'로 넘어간다?
마렐리 홀딩스가 인도 마더선 그룹으로부터 매수 제안을 받았다는 니케이 경제신문의 보도가 화제다513. 한때 일본 자동차 산업의 핵심 부품업체였던 마렐리가 실질적으로 '공짜'로 인도 기업에 넘어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을 넘어 글로벌 자동차 산업 지형의 변화와 일본 제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부품업계의 몰락, 그 배경은?
마렐리의 전신인 칼소닉칸세이는 일산자동차의 핵심 부품 공급업체였다6. 2017년 미국 투자펀드 KKR이 이 회사를 매수한 후 2019년 이탈리아의 마니에티 마렐리와 통합해 현재의 마렐리가 탄생했다618. 당시만 해도 이 통합은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7위 규모의 거대 기업을 만들어내는 '성공적 M&A'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일산자동차의 지속적인 감산이 마렐리를 직격했고46, 설상가상으로 유럽 주요 고객사인 스텔란티스(구 피아트 크라이슬러)까지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마렐리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마렐리 매출의 30% 가량이 일산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13. 이는 한국의 현대모비스가 현대기아차에 의존하는 구조와 유사하지만, 일산의 경영 위기가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1조엔 부채의 무게, 그리고 KKR의 '제로 가치' 인정
현재 마렐리의 차입금은 약 6500억엔에 달한다813. 2022년 민사재생법을 적용받을 당시 부채 총액은 1조1856억엔으로 제조업 사상 최대 규모였다618.
더욱 충격적인 것은 KKR이 보유한 마렐리 주식의 가치를 '제로'로 산정했다는 점이다520. 약 3600억엔을 투자한 KKR 입장에서는 사실상 전액 손실을 인정한 셈이다3. 이는 글로벌 프라이빗 에쿼티 업계에서 '최대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마더선 그룹의 야심찬 도전
마렐리를 인수하려는 마더선 그룹은 인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다17. 1975년 창업한 이 회사는 와이어 하네스를 주력으로 성장해왔으며, 현재 세계 자동차 부품업체 매출 순위 25위에 랭크되어 있다14.
마더선이 마렐리 인수에 성공한다면 합산 매출이 230억달러를 넘어 세계 12위 규모가 된다14. 이는 단숨에 글로벌 톱10에 근접하는 메가 서플라이어로 도약하는 것을 의미한다.
흥미로운 점은 마더선이 이미 일본 기업들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0년대부터 스즈키에 부품을 공급해왔고14, 최근에는 시코 공업의 미러 사업과 야치요 공업(현 마더선야치요)을 연이어 인수했다914.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에 주는 시사점
마렐리 사태는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중요한 교훈을 준다. 특정 완성차업체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요 부품업체들을 보면,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이 현대기아차 그룹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물론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이 일산보다 훨씬 견고하지만, 마렐리 사례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데니소, 아이신 등 일본의 대형 부품업체들은 여전히 세계 1-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210. 이들과 마렐리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토요타라는 든든한 파트너의 존재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주역들
마더선의 부상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아시아 시프트'를 상징한다. 인도는 이미 2022년 신차 판매량에서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이 됐다14.
한국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 이어 인도 기업들까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마더선처럼 적극적인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전략은 한국 부품업체들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개인적 논평: 일본 제조업의 '오만'이 부른 참사
마렐리 사태를 지켜보며 든 생각은, 이것이 단순한 경영 실패를 넘어 일본 제조업 특유의 '오만함'이 부른 참사라는 점이다. KKR의 레버리지 바이아웃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통합 이후 시너지 창출에 실패하고,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많은 일본 기업들이 여전히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며 글로벌 경쟁의 치열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인도나 중국 기업들은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26일 열릴 채권자 집회에서 마더선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58. 하지만 이미 KKR이 주식 가치를 제로로 인정한 이상, 마렐리의 운명은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건이 한국 자동차 산업에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안주하는 순간 추월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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