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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작기계 업계를 뒤흔든 '1엔의 공방전' - 牧野フライス 인수합병 대전의 숨겨진 이야기

by fastcho 2025.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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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작기계 업계를 뒤흔든 '1엔의 공방전' - 牧野フライス 인수합병 대전의 숨겨진 이야기

일본 공작기계 업계에서 벌어진 史上 최고의 인수합병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아시아계 투자펀드 MBK파트너스가 牧野フライス製作所(마키노 프라이스 제작소)를 인수하게 되면서, 니덱의 적대적 인수 시도부터 시작된 이 긴박한 공방전이 마침내 결말을 맞았다1.

하지만 이 사건의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1엔의 공방전'에 있다. 최종 인수가격이 1주당 11,751엔이라는 어중간한 숫자가 된 이유는 바로 수면 아래에서 벌어진 MBK와 칼라일 그룹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 때문이었다12.

니덱의 적대적 인수 시도와 좌절

갑작스런 인수 제안의 충격

2024년 12월, 모터 제조업체 니덱이 牧野フライス에 대해 1주당 11,000엔으로 적대적 인수를 제안했다35. 이는 말 그대로 '귀에 못이 박힌' 듯한 갑작스런 제안이었다.

한국의 상황과 비교해보면, 이는 마치 삼성전자가 갑자기 LG전자를 적대적으로 인수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일본 공작기계 업계에서 牧野フライス는 세계 9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명문기업이었기 때문이다1721.

포이즌필 전략과 법정 공방

牧野フライス는 니덱의 적대적 인수에 맞서 신주예약권 무상할당이라는 '포이즌필(독약)' 전략을 구사했다59. 이는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예약권을 무상으로 나눠주어 니덱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방법이었다.

니덱은 이를 막기 위해 법원에 차지 금지 신청을 냈지만, 4월 7일 도쿄지방법원에서 기각당했다59. 결국 니덱은 5월 8일 TOB 철회를 발표하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MBK와 칼라일의 은밀한 가격 전쟁

기한을 지킨 유일한 제안자 MBK

牧野フライス가 설정한 5월 7일 마감 기한까지 법적 구속력 있는 제안을 낸 것은 MBK뿐이었다38.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미국의 칼라일 그룹도 늦었지만 여전히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牧野フライス는 칼라일에게 5월 22일까지 새로운 기한을 줬지만, 칼라일은 자산 실사 중이라며 또다시 기한을 넘겼다1. 결국 5월 23일 MBK에게 우선협상권이 주어졌다.

막판 뒤집기 시도와 1엔의 대결

그런데 5월 29일, 칼라일이 갑작스럽게 법적 구속력 있는 제안을 내놓았다. 가격은 11,750엔으로 당시 MBK의 11,560엔보다 높았다16.

이는 한국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막판 뒤집기' 전략이었다. 하지만 牧野フライス의 특별위원회로서는 더 높은 가격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MBK에게 가격 인상을 요구했고, MBK는 6월 3일 칼라일보다 딱 '1엔' 높은 11,751엔을 제시했다12.

한국인이 주목해야 할 이유

MBK의 한국 투자 경험

흥미롭게도 이번 인수전의 승자인 MBK파트너스는 이미 한국의 공작기계 업체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2016년 MBK는 한국의 대기업 두산그룹의 공작기계 사업부문을 약 1조 1,300억원에 인수했다10.

이후 적극적인 R&D 투자와 생산설비 투자를 통해 두산공작기계를 세계 3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10. 이는 MBK가 단순한 금융투자자가 아니라 실제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펀드임을 보여준다.

한일 공작기계 업계의 현실

일본의 공작기계 업계는 여전히 세계적 강자다. 세계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 톱10에 일본 기업이 5개나 들어있을 정도다17. 하지만 최근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19.

반면 한국의 공작기계 시장은 2022년 약 5% 성장을 기록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18.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설비투자 증가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어, 일본과는 다른 성장 동력을 가지고 있다.

왜 이 사건이 중요한가

富士ソフト 사태의 재현?

이번 牧野フライス 인수전은 얼마 전 富士ソフト를 둘러싸고 벌어진 KKR과 베인캐피털 간의 치열한 공방전을 연상시킨다7. 富士ソフト 사건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1엔 단위의 가격 경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富士ソフト 사건과 달리 牧野フライス의 경우 칼라일의 제안이 공개되지 않아 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6. 이는 정보 공개의 투명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 제조업의 미래

牧野フライス는 마시닝센터와 방전가공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다1620. 특히 반도체, 항공우주, 신에너지 자동차 등 성장 분야에 특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

MBK의 인수로 牧野フライス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 주목된다. 한국의 두산공작기계 사례를 보면, 오히려 더 큰 성장을 이룰 가능성도 있다.

개인적 논평: 일본에서 바라본 한국인의 시각

일본에 거주하면서 이런 기업 인수합병 뉴스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기업 문화가 참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들은 여전히 적대적 인수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일본 기업들도 글로벌 자본의 물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MBK 같은 아시아계 펀드가 일본의 명문 제조업체를 인수한다는 것은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공작기계 업계도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MBK의 성공 사례를 통해 우리도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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