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학자가 본 트럼프의 '민주주의 파괴 매뉴얼' - 한국도 이미 3단계?
일본경제신문이 최근 발표한 경제교실 기사가 한국 정치학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도쿄대학 동도 마사아키 준교수가 분석한 트럼프 2기 정권의 권위주의 이행 과정이 한국의 현실과 묘하게 겹치면서, 민주주의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16. 특히 권위주의화의 4단계 중 미국이 이미 3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사태를 겪은 한국 독자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8.
일본이 주목하는 미국 민주주의의 '스테이지 3'
동도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권위주의 이행의 4단계 중 3단계 중반에 위치해 있다고 진단된다16. 이는 단순히 학술적 관심사가 아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안보동맹국인 미국의 민주주의 후퇴가 직접적인 안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학자가 제시한 권위주의화의 4단계 모델이다. 1단계는 정치적 분극화, 2단계는 포퓰리스트 지도자의 등장, 3단계는 권력 기반 강화와 자유주의 침식, 마지막 4단계는 선거 조작을 통한 민주주의 완전 붕괴다1.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분극화의 늪
V-Dem 연구소의 데이터를 보면, 한국 역시 민주주의 후퇴국가로 분류되고 있다1016. 2019년 0.78점에서 2023년 0.60점으로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급락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한국이 독재화가 진행되는 42개국 중 하나로 분류되었다는 점이다16.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 젠더 평등 공격, 언론 자유 위축 등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최근 계엄령 사태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다행히 국회의 신속한 대응과 군부의 헌법 준수로 위기를 넘겼지만, 동도 교수가 강조한 '군의 동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했다8.
분극화 지수로 본 한국과 미국의 현주소
정치적 분극화를 수치로 측정한 데이터들을 보면 상황의 심각성이 더욱 드러난다. 미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분극화 수준이 7번째로 높으며1, 이는 터키나 폴란드 수준이다.
한국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V-Dem의 정치적 분극화 지수에서 한국은 2013년부터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해 현재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3. 특히 '부정적 당파성'이라는 현상이 주목된다. 이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을 미워해서 투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 학자가 놓친 것과 한국이 배울 점
동도 교수의 분석은 정교하지만, 아시아적 맥락에서의 권위주의 특수성을 간과한 면이 있다. 서구 민주주의 모델을 기준으로 한 평가틀이 과연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아시아 국가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한국의 계엄령 사태는 서구의 권위주의 이행 모델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시민사회의 즉각적 반응, 국회의 초당적 대응, 군부의 헌법 존중 등은 서구 사례에서는 보기 드문 패턴이었다8.
오히려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형식적 제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민주주의 문화'의 힘이 작동한 것이다.
개인적 단상: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질기다
도쿄에서 이 기사를 읽으며 느낀 것은, 일본 학자들도 자국의 민주주의 현실에 대해 나름의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라는 거울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성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하지만 동도 교수의 분석에서 아쉬운 점은 지나치게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후퇴를 경고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시민사회의 복원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계엄령 저지 사례가 보여주듯, 민주주의는 생각보다 질기고 회복력이 강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시민들이 깨어있고,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정치인들이 최소한의 양심을 갖고 있다면 민주주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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