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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감축 연장, 한국에게 던지는 메시지

by fastcho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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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감축 연장, 한국에게 던지는 메시지

일본이 또 다시 우리에게 경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엔 닛케이가 보도한 일본은행(BOJ)의 국채 매입 감축 연장 계획이 그 주인공이다. 언뜻 보면 일본 내부의 통화정책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건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변화다.

일본은행의 '점진적 정상화' 시나리오

일본은행은 2026년 4월 이후에도 국채 매입 감축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1. 현재 2026년 3월까지로 설정된 계획을 2027년 3월까지 1년 더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감축 폭을 현재의 분기당 4000억 엔에서 2000억~4000억 엔 수준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1.

이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일본은행의 세심한 계산이 담겨있다. 시장 참가자들도 이런 점진적 접근을 선호한다고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언급했듯이1, 일본은 '소프트 랜딩'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과는 정반대 행보를 걷는 일본

흥미로운 점은 한국과 일본이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2.50%로 인하했으며31,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들은 해외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13.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은 42.1%에 달하고 있다13.

반면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 현재 0.50%까지 금리를 올렸고3112,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상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2026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1%까지 올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29.

생보사들의 행동 변화가 말해주는 것

더욱 흥미로운 건 일본 생명보험사들의 움직임이다. 2024년 회계연도에 일본 대형 생보사들이 일본 국채 순매입 물량을 절반 가량 줄일 계획이라고 조사됐다7. 이들은 **"현재 수익률 수준에서는 적극적으로 매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다7.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 일본 국채의 든든한 매수 기반이었던 생보사들조차 투자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대신 이들은 대체투자나 해외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7.

글로벌 금리 지형의 대변화

현재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상황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 연준은 4.50%31,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0.25%포인트 인하해 2.15%18, 영국은행은 4.25%를 유지하고 있다31.

특히 ECB의 금리 인하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2.25~2.50%포인트로 확대시켰다18. 이런 상황에서 일본만이 유독 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엔화 강세 압력의 시작?

일본의 이런 행보는 엔화에 장기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현재는 여전히 미일 금리차가 4%포인트 가까이 나서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되고 있지만11, 일본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미국이 인하 기조로 돌아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JP모건은 미국 연준이 내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2.75~3%로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15.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일본이 1% 수준까지 금리를 올린다면, 미일 금리차는 현재보다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한국에게 던지는 함의

이런 변화가 한국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첫째,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원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는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16.

둘째,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의 변화다. 그동안 엔저 덕분에 일본 제품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었다면, 엔화 강세는 이런 구도를 바꿀 수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극복 선언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완전히 회복됐다"고 선언했다32.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구조가 안착했다는 것이다32. 이는 단순한 자축이 아니라, 일본이 정말로 경제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아베노믹스의 3개 축 - 중앙은행의 통화 확대,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촉진 - 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다32.

개인적 논평: 일본이 또 한번 앞서가고 있다

일본에서 직접 이런 변화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일본이 또 한번 경제 정책의 '선진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양적완화(QE)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던 것처럼1, 이번에도 '양적긴축(QT)의 점진적 실행'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시장과의 소통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접근은 한국도 배울 점이 많다. 우에다 총재가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1은 중앙은행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모범 사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도 있다. 일본 국채시장에서 매수 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9, 국채 가격 급락과 금리 급등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한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일본의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한 통화정책 조정이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 금융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의 시작일 수도 있다. 한국도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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