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글로벌 경제: 월가 서버는 왜 불탔고, 미국인들은 왜 뼈다귀를 모을까?
1. 오프닝: 오늘의 글로벌 경제 이모저모
'조PD의 글로벌 경제'입니다.
11월의 마지막 날, 전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한 편의 블랙 코미디 같았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11월의 마지막 날 미국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는데, 진짜 불타오른 건 주가가 아니라 서버실이었다는 코미디 같은 소식. 둘째,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의 총성 이후 방아쇠를 당긴 초강력 이민 정책의 어마어마한 나비효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미국인들의 눈물겨운 '냉장고 파먹기' 올림픽 현장까지! 오늘 파헤쳐 볼 이야기가 아주 많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2. 첫 번째 주제: 안도의 한숨과 식은땀이 교차한 월가 - 11월 미국 증시 결산과 서버 대란
11월의 마지막 거래일, 전 세계 투자자들의 눈과 귀는 월가로 쏠렸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2월에는 드디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 이 훈풍 하나만 믿고 시장은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었죠. 하지만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준비를 하던 그때, 월가의 심장부에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기술적 대참사가 터졌습니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11월 미국 증시는 막판 랠리에 힘입어 S&P 500 지수와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1%, 0.3% 상승하며 월간 상승 마감에 겨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인공지능(AI) 거품에 대한 우려로 3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1.5% 하락을 기록하며 찬물을 끼얹었죠.
이에 대해 인프라스트럭처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CEO 제이 햇필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이런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거품을 터뜨리고 투자자들에게 실적과 현금 흐름, 그리고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건강한 조정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사랑의 매'였다는 건데, 이 매를 맞으면서도 시장이 버틸 수 있었던 건 역시 '연준'이라는 든든한 형님에 대한 믿음 덕분이었습니다. CME의 FedWatch 툴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무려 **87%**로 보고 있었습니다. Annex Wealth Management의 수석 경제 전략가 브라이언 제이콥슨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0.25%포인트 인하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연준이 노동 시장 둔화 신호를 인지하고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중요한 신호적 가치가 있는 것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렇게 시장이 안도와 기대로 들떠있을 때, 정작 월가의 숨은 주인공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의 서버였죠.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시카고 교외 오로라에 위치한 CME의 핵심 데이터 센터에서 냉각 장치에 고장(chiller plant failure)이 발생한 겁니다. 서버실 온도가 순식간에 **화씨 120도(섭씨 약 49도)**까지 치솟으면서, 미국 주가지수, 국채, 금, 원유 등 핵심 선물 거래가 무려 10시간 이상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서버가 말 그대로 불타오른 거죠.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던 건, 하필이면 이 사태가 거래량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추수감사절 연휴에 터졌다는 점입니다. 프라하의 한 트레이더, 아구스틴 레브론은 "적어도 정전이 일어나기 좋은 날짜를 골랐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CME에 고도로 집중된 미국 선물 시장이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경고 메시지였습니다. 뉴욕에 백업 센터가 있었음에도 즉각 전환되지 않은 것은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었습니다. 외신 분석에 따르면, 시장 구조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CME에서 시세를 제공하는 대형 트레이딩 회사들이 백업 사이트에는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갖추지 않았고, 차라리 주 데이터 센터의 장애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편을 선호했다는 겁니다. 즉, 이건 단순 사고가 아니라 주요 시장 참여자들이 백업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가 빚어낸 시스템적 취약성이었던 셈입니다.
한편, 아시아 증시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니케이 225와 홍콩의 항셍 지수는 11월을 하락으로 마감했습니다. 반면, 다른 시장에서는 은 선물이 온스당 56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비트코인은 9만 2,000달러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월가가 연준의 정책 '신호' 하나에 목을 매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신호, 즉 이민 정책의 급격한 전환으로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구조를 뒤흔들고 있었습니다. 기술적 결함이 하루짜리 혼란이었다면, 이것은 수십 년의 파장을 몰고 올 태풍이었습니다.
3. 두 번째 주제: '역이민(Reverse Migration)' -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 정책, 그 배경과 파장
이민 문제는 단순히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 국가의 노동 시장 구조를 바꾸고, 경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국제 관계의 향방까지 결정하는 거대한 변수입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이민 정책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책 강화의 직접적인 방아쇠가 된 사건은 웨스트버지니아 주 방위군 소속 20세의 세라 벡스트롬이 아프가니스탄 국적자 라흐마눌라 라칸왈에게 총격으로 사망한 비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의 '역이민(Reverse Migration)' 아젠다를 세상에 공표했습니다.
모든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주를 영구적으로 중단시킬 것입니다.
이어서 그는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오직 역이민만이 이 상황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었습니다. 행정부는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에 착수했습니다.
- 첫째, 국토안보부(DHS)는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모든 이민 요청 처리를 즉시, 그리고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 둘째, 이민서비스국(USCIS)은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이란, 아이티 등 '고위험'으로 간주하는 19개국 출신 신청자의 영주권 발급을 사실상 거부하도록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이들 국가 출신이라는 사실 자체가 범죄 기록과 유사한 '중대한 부정적 요인'으로 간주됩니다.
- 셋째, USCIS는 모든 망명 신청 결정을 보류하고,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 시절 승인된 모든 난민 및 망명 케이스를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해외에서 광범위한 심사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수십만 명에 달하는 난민들의 사례를 다시 열어보는 것으로, 이미 부여된 영주권까지 박탈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례 없는 조치입니다.
이 정책의 가장 무서운 점은 불법 이민자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심지어 이미 합법적인 지위를 획득한 이민자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미국 이민 위원회의 아론 라이클린-멜닉 선임 연구원은 "한 사람의 범죄를 근거로 집단 처벌로 비약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아프간 동맹 대피 연합 역시 라칸왈의 행동이 아프가니스탄인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성명을 냈습니다.
이렇게 한 국가의 거대한 정책 방향이 개인의 운명을 뒤흔드는 동안, 또 다른 종류의 경제적 압박은 미국인들의 아주 사적인 공간, 바로 냉장고 문을 열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4. 세 번째 주제: '냉장고 파먹기' 올림픽 - 미국인들은 왜 뼈다귀 국물을 우리고 피자 달걀을 만들까?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경제 지표가 우리 삶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궁금하십니까?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금 미국 가정의 냉장고 속에서 기상천외하고 눈물겨운 '창조 경제'가 펼쳐지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이름하여, **'냉장고 파먹기 올림픽'**입니다.
시카고에 사는 건축학 교수 켈리 베어 씨는 '뼈 가방(Bone bags)'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남은 립 아이 스테이크 뼈, 치킨 뼈까지 알뜰하게 챙겨와 냉동실에 모아둡니다. 이 뼈들을 채소 쪼가리와 함께 압력솥에 넣고 푹 고아내면, 어떤 요리에도 깊은 맛을 더하는 마법의 육수가 탄생합니다.
미네소타의 세라 두갈 씨는 '피자 달걀(Pizza eggs)'이라는 메뉴를 개발했습니다. 먹다 남은 피자를 잘게 잘라 스크램블 에그에 섞어 볶는, 대학 시절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죠. 노라 슐레진저 씨는 한술 더 뜹니다. 그녀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천재 수학자 존 내쉬처럼 냉장고 속 남은 재료들을 보며 머릿속으로 조합을 완성해 새로운 요리를 창조해냅니다. 그녀는 이를 '냉장고 파먹기(fridge foraging)'라고 부릅니다.
이게 일부 알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의 미즈호 증권 애널리스트 존 바움가트너는 지난 15년간 소비자 습관을 조사해왔는데, 지난 10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49%**가 6개월 전보다 남은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고 답했습니다. 평소 이 비율이 20%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역대 최고치'입니다. 심지어 연 소득 20만 달러(약 2억 8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층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들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 없죠. 마치 가난까지도 브랜드화해서 팔 기세입니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추수감사절 시즌을 겨냥해 아예 라벨에 **'남은 음식용 그레이비(Leftover Gravy)'**라고 적힌 짜서 쓰는 소스 병을 한정 판매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눈물겨운 절약 열풍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바움가트너 씨조차 며칠 지난 스테이크를 보며 "'에이, 그냥 신선한 걸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인간적인 고백을 했습니다. 켈리 베어 씨의 어머니는 딸이 뼈 육수를 끓일 때면 그 냄새가 꼭 대장내시경 준비약 냄새 같다며 이틀 동안은 딸의 집에 방문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높은 물가 앞에서 남은 피자 조각과 고기 뼈다귀 하나 허투루 버리지 않는 미국인들의 '웃픈' 절약 정신이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5. 클로징
네, 오늘 '조PD의 글로벌 경제'에서는 세 가지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속에서 서버가 불타버린 예측불허의 미국 증시, 한 개인의 비극이 국가 전체의 빗장을 걸어 잠그게 만든 미국의 강경한 정책 선회, 그리고 멈추지 않는 인플레이션이 만들어낸 미국인들의 웃픈 식탁 풍경까지.
전혀 다른 곳에서 벌어진 이 세 가지 이야기는 결국 예측 불가능하고,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자들께서 부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주에 더 흥미로운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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