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직장인들, 유급휴가 사용률 역대 최고치! 한국은 '눈치 보기' 중?
일본 직장인들의 유급휴가 사용률이 마침내 60%를 넘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유급휴가 취득률이 62.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1013
'과로사'의 나라에서 휴가 개혁이 진행 중인 일본. 그들의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있을까요?
한일 직장인의 민낯, 놀랍도록 닮은 '휴가 현실'
일본 직장인들의 유급휴가 사용률 62.1%는 2019년(52.4%)보다 10% 가까이 상승한 수치입니다.16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 근로자들은 평균 17일의 연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약 11.6일만 사용하고 있으며(사용률 68.2%), 일본 근로자는 평균 17.6일 중 10.9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사용률 62.1%).1318
두 나라 모두 근로자들이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의 1/3 이상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더 아이러니한 사실은 우리나라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의 상황입니다.
근로자의 휴가 사용을 장려해야 할 부처의 공무원들조차 평균 18.4일의 연차 중 9.8일만 사용하고 있다니(미사용률 46.8%), **'의사양반, 자기병은 못 고친다'**는 말이 떠오르네요.19
휴가 사용 못하는 이유? '눈치'와 '인력부족'의 악순환
일본인들이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병가나 긴급한 용무를 위해 남겨둘 필요가 있어서"(64.6%)와 "쉬면 직장의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때문에"(60.2%)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로 "대체인력 부족"(18.3%), "업무량 과다"(17.6%), "상사의 눈치"(11.4%)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18
일본 닛케이 기사에서는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공동체형 시스템'을 지목합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개인의 직무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멤버십형' 고용 방식을 갖고 있어, 한 사람이 휴가를 가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죠.
이런 악순환을 깨기 위해 일본에서는 '직무형(ジョブ型)' 고용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직무형에서 자영형으로, 일하는 방식의 진화
닛케이 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자영형(自営型)' 노동 방식의 등장입니다.
이는 고용된 상태에서도 독립 자영업자처럼 개인이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한 사람이 과거에는 여러 명이 처리하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따라 업무의 자율성도 높아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일과 생활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워케이션(Workcation)'이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가 확산 중입니다.
일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방식으로,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워케이션을 도입한 기업의 61.5%가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했습니다.6
포스코이앤씨, 네이버, 한화생명 등 주요 기업들이 워케이션을 도입하고 있으며, 제주도와 강원도, 부산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워케이션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61114
'억지로' 쉬게 하는 제도보다 '자연스럽게' 쉴 수 있는 환경이 중요
일본 정부는 2028년까지 유급휴가 취득률 7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19년부터 연 5일의 유급휴가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1016
덕분에 일본의 유급휴가 사용률은 꾸준히 상승 중이지만, 여전히 서구 국가들(미국 92%, 독일 93%, 프랑스 94%)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3
우리나라도 법적으로는 연간 15일의 유급휴가가 보장되지만, G7 국가들과 비교하면 독일(30일), 프랑스(25일), 영국(24일) 등에 비해 10일 가량 적은 편입니다.2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휴가 일수보다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문화적 장벽입니다.
**"휴가는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법적 보장을 강화해도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답이다
일본 닛케이 기사가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쉬는 방식'은 '일하는 방식'과 분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워라밸을 중시하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직무 중심의 업무 체계와 자율성이 보장된 근무 환경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단순히 '휴가 사용 권장'을 넘어, 업무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워케이션이나 원격근무 같은 새로운 시도들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한국 기업문화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중요한 실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변화를 지켜보며, 우리도 함께 변화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어쩌면 2025년은 대한민국 직장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휴가를 사용하는 원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Cit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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