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렌 버핏 은퇴, 버크셔의 향후 방향은? - 보통의 우량기업으로 가는 험난한 길
최근 일본 닛케이 신문에 게재된 '포스트 버핏, 버크셔의 항로(上) - 보통의 우량기업으로 가는 험난한 길'이라는 기사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의 전설 워렌 버핏(94)이 2025년 말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직에서 물러난다는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그 후계자로 지목된 그렉 아벨의 향후 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루고 있어 한국의 투자자와 재벌 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에서 '캐나다 출신 실무형 경영자'로
"저 인파 속 중심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지난 5월 2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전날, 전시장에서 한 주주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그렉 아벨 부회장(62)이 있었죠. 악수를 청하는 사람들의 긴 줄이 형성되었지만, 워렌 버핏만큼의 높은 인지도는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주주총회 막바지에 버핏은 2025년 말로 CEO직을 사임하고 아벨을 후계자로 지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리는 버핏이 세계 8위 규모의 시가총액 약 1조 1000억 달러(약 160조 엔)의 거대 기업을 맡긴 아벨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요?
캐나다 서부 에드먼턴에서 자란 아벨은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소화기 세일즈맨으로 "일자리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공부해 회계를 전공한 그는 PwC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1992년 자신이 감사를 맡았던 전력회사 칼에너지(현 버크셔 해서웨이 에너지)에 입사했습니다.
기업인수합병과 재무 담당을 거쳐 2008년 미드아메리칸 에너지의 CEO가 된 아벨은 그룹 내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18년 현직인 버크셔의 비보험 사업 담당 부회장에 올랐습니다. 에너지부터 의류, 식품까지 다양한 사업을 총괄하고 있죠.
엄청난 현금과 약한 지배력이라는 '두 가지 숙제'
신중하게 인수한 사업체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버핏과 달리, 실무형 경영자인 아벨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스타일입니다. 실적이 저조한 조짐이 보이는 자회사에는 바로 전화를 걸어 개선책을 모색합니다.
회계사 출신답게 아벨의 재무제표 해석과 경영 문제 파악 능력은 재무제표를 즐겨 읽는 버핏도 인정할 정도입니다. 미국 포춘지에 따르면 버핏은 "그렉은 데모인에서 하루에 48시간 이상 존재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농담 섞인 찬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카리스마가 떠나는 버크셔의 경영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발표 이후 버크셔 A종 주식은 5월 5일 전주 대비 5% 급락했습니다.
아벨이 직면한 첫 번째 과제는 엄청난 현금의 배분입니다. 현금성 자산과 미국 단기채를 합친 자금은 2025년 3월 말 기준 3476억 달러(약 51조 엔)로 사상 최고 수준이며, 총자산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불어났습니다.
주주총회에서 아벨은 버핏 퇴임 후에도 버크셔의 투자 방식은 "완전히 동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회장으로 남지만, 기본적으로 아벨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식 투자든 기업 인수든, CEO 취임 후 아벨이 추진하는 첫 대형 투자는 그의 경영 역량을 시험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과제는 경영 지배력의 취약함입니다. 버핏은 버크셔 의결권의 30.4%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버핏의 팬인 개인 주주들까지 고려하면, 의결권의 2/3 이상이 필요한 특별결의에 사실상 거부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아벨이 보유한 의결권은 0.03%로, 버핏의 약 1/1000에 불과합니다.
한국 재벌 승계와 비교해 본 버크셔의 미래
한국의 재벌 승계와 비교해보면 흥미로운 시사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창업주가 경영권을 2세, 3세로 넘길수록 그룹에 대한 총수 지배력 약화가 가장 큰 고민이었죠. 그러나 한국의 재벌들은 전환사채, 일감 몰아주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배력 유지를 위한 승계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4.
반면 버크셔의 경우, 버핏은 자신이 사망할 경우 버크셔 주식 대부분을 자신의 자녀가 관리하는 자선재단에 기부할 계획입니다. 이 재단은 버핏 사망 후 10~15년 안에 물려받은 재산을 모두 자선활동에 쓸 방침을 밝혔습니다.
재단은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조금씩 현금화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동주식 비율은 점차 높아질 것입니다. UBS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메러디스는 **"대다수의 주식이 방출될 때까지 아벨에게 남은 '유예기간'은 약 5년"**이라고 봅니다.
여기서 한국 재벌 승계와의 차이점이 두드러집니다. 한국의 재벌들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검증'보다는 '지배력 유지'에 집중해왔다면11, 버크셔는 카리스마에 의존한 경영에서 벗어나 철저한 실적과 능력 중심의 경영으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투자 제안: 버크셔의 변화가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의미
이러한 변화는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5월 3일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일본의 대형 상사 5개사에 대한 투자를 앞으로 50년간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발언한 점입니다20. 또한 후계자 아벨도 "우리는 일본 상사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함께 큰 일을 이루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버크셔의 2025년 3월 말 기준 3,477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의 운용처로 유럽이나 일본 주식이 주목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20. 일본 시장에서는 상사 외에도 건설·주택, 석유, 금융, 운송, 통신 등의 분야가 버크셔의 투자 가치관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카리스마 없는 '보통의 우량기업'으로 가는 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는 골드만삭스의 우선주 50억 달러를 인수해 위기에 처한 회사를 구했습니다. 버핏의 버크셔는 단순한 기업을 넘어선 존재였죠. 그러나 시장의 시선이 더욱 엄격해지면서, 새로운 버크셔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아벨은 버크셔를 카리스마 경영자에 의존하지 않는 '보통의 우량기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버핏식 경영의 전환을 주주들에게 납득시키면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아벨의 실무형 리더십과 버핏의 투자 철학이 결합된다면, 버크셔는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재벌 기업들도 단순히 지배력 유지에만 집중하기보다, 버크셔처럼 철저한 실력 검증과 투명한 승계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워렌 버핏이 떠나도 버크셔의 항해는 계속됩니다. 그 방향은 '카리스마'에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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