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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스크랩

포스트 버핏 시대, 버크셔의 고민: 39조 엔의 무게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by fastcho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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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버핏 시대, 버크셔의 고민: 39조 엔의 무게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버핏 없는 버크셔, 그 배는 어디로 가나?"

2025년 5월, 일본 닛케이에서 '포스트 버핏, 버크셔의 진로'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기사, 일본에서 꽤 화제인데, 한국인 입장에서도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내용이 가득합니다. 왜냐고요? 바로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의 시대가 저물고, 그 뒤를 잇는 버크셔 해소웨이의 미래가 한일 투자 환경과도 미묘하게 겹치기 때문이죠1.

버핏 신화의 끝, 그리고 두 명의 후계자

버핏은 1965년, 당시 섬유회사였던 버크셔 해소웨이를 인수한 후 60년 동안 S&P500을 능가하는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코카콜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해자(堀, moat)'가 깊은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버핏의 방식은 전설이 되었죠. 하지만 이제 94세의 버핏은 2025년 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납니다. 그 뒤를 잇는 건 토드 콤즈(54)와 테드 웨슈러(62) 두 명의 펀드매니저. 이들은 2010년대 초반 버크셔에 합류해, 최근엔 애플, 스노우플레이크,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테크주' 투자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1.

버핏 vs 후계자, 투자 스타일의 차이

버핏은 "모르는 것엔 투자하지 않는다"는 보수적 원칙으로 IT 버블도 피했고, 수십 년간 같은 종목을 보유하는 '장기 가치투자'의 대명사였습니다. 반면, 콤즈와 웨슈러는 테크주 투자에 적극적입니다. 애플이 버크셔 포트폴리오의 최대 비중이 된 것도 이들의 영향이 컸죠. 하지만 두 사람은 미국 외 규제산업(예: 일본 은행주 등)에는 신중합니다. 규제 리스크를 잘 모른다는 이유에서죠. 그래서 일본 상사주(종합상사) 외에 일본 주식 추가 매수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1.

거대자본의 역설: 수익률의 하락

버크셔가 굴리는 주식 자산은 무려 39조 엔(약 350조 원). 이 정도의 덩치가 되면, 작은 투자로는 전체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버크셔의 주식 투자 수익률은 S&P500을 밑돌고 있습니다. 버핏, 콤즈, 웨슈러 모두 2014~2024년 누적 수익률이 S&P500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왔죠. "버핏의 3~5할 연간 수익률을 후계자들이 재현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평가도 덧붙여집니다1.

한국과 일본, 그리고 '버크셔의 눈'

여기서 한국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가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 몇 년간 버핏의 '일본 상사주 투자'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일본 주식은 여전히 PBR 1배 미만, 배당 확대 등 '가치투자'의 매력이 남아 있습니다4. 반면, 한국은? 한국 증시 역시 저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의 관심은 일본에 비해 한참 부족합니다. 왜일까요?

  • 일본은 정치적 안정성, 환율 메리트, 주주환원 강화 등으로 외국인 자금을 빨아들이는 중입니다.
  • 한국은 재벌 중심의 경직된 구조, 노동·임금 리스크, 북한 리스크 등으로 여전히 '투자하기 까다로운 시장'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8.

실제로 일본의 한국 직접투자는 2024년 반짝 증가했지만, 대체로 서비스업 중심이고, 제조업이나 금융 등 '버크셔 스타일'의 대형 투자는 드뭅니다8. 반대로 버핏이 일본 상사주에 투자한 건,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자원 밸류체인'과 '주주환원'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4.

개인적 논평: "버핏이 한국에 투자했다면?"

만약 버핏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졌다면, 어떤 종목을 골랐을까요? 아마도 '해자'가 깊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으면서, 주주환원 정책이 명확한 기업에 집중했을 겁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LG화학 같은 대형주가 떠오르지만, 이들조차 일본 상사주만큼의 '주주친화성'이나 '안정적 배당' 이미지는 약합니다. 한국 기업들도 이제 '주주환원'과 '글로벌 밸류체인'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버핏의 후계자들도 '규제산업'이나 '해외시장'에선 신중합니다. 한국 시장이 진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정치·노동·지배구조 리스크부터 줄여야겠죠. '버핏 없는 버크셔'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 그 뒤에 숨은 메시지를 한국도 곱씹어볼 때입니다.

결론: 버핏 이후, 투자자들의 새로운 질문

버핏은 곧 무대에서 내려가지만, 그의 '원칙'은 여전히 투자 세계의 나침반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진 만큼, 후계자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읽어야 하죠. 일본은 그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포스트 버핏' 시대, 한국 증시와 기업들은 어떤 전략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이제 우리 모두의 숙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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