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영화 관세 폭탄', 할리우드 살리기인가 업계 죽이기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4일 외국에서 제작된 영화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했습니다. "미국 영화산업이 급속도로 죽어가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상무부와 미국통상대표부(USTR)에 즉각적인 조치를 지시했죠. 이 발표는 전 세계 영화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는데요, 과연 트럼프의 이 파격적인 정책은 할리우드를 살릴까요, 아니면 죽일까요?
파이낸셜 타임스가 꼬집은 트럼프의 '할리우드 구하기' 전략
파이낸셜 타임스의 글로벌 비즈니스 칼럼니스트 라나 포루하르는 이 정책을 "경제적으로는 오류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현명한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34. 그녀에 따르면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슬로건은 주로 제조업 부활을 겨냥했지만, 이제 서비스 산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죠.
흥미로운 점은 미국이 세계 최대의 영화 수출국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보호무역을 들고 나왔다는 점입니다. 할리우드 매출의 상당 부분은 해외 관객들로부터 나오는데, 관세를 통한 보호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12
트럼프의 진짜 의도는 경제적 효과보다는 정치적 지지 확보에 있습니다. 할리우드는 노동조합이 강하고, 많은 영화 관련 종사자들이 일자리와 미래에 불안을 느끼고 있거든요. 로스앤젤레스의 영화 제작 일자리는 수년 전부터 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유출되고 있었고, 여기에 AI까지 등장하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7.
트럼프가 노리는 진짜 타깃은 '불안한 중산층'
포루하르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서비스 산업 종사자들입니다15. 학계 연구에 따르면 극심한 빈곤층보다 오히려 미래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는 중산층이 극우 포퓰리즘에 이끌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56.
할리우드 제작현장의 카메라 기사, 전기 기술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같은 중간층 노동자들은 저비용 국가로 일자리가 이전되면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이들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죠.
"트럼프는 이런 불안을 역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포루하르의 분석입니다. 이런 접근법은 '서비스 경제의 불안한 노동자'라는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명백한 시도로 보입니다15.
100% 관세, 어떻게 적용될까?
그런데 이런 영화 관세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있습니다. 영화는 물건이 아니라 지적재산이므로 일반적인 관세 대상이 아닙니다2.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배급되는 영화는 어떻게 과세할 것인지, 영화 제작비에 과세할 것인지, 아니면 수입에 과세할 것인지도 불분명합니다1.
실제로 할리우드의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이미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세금 혜택이 있는 해외에서 촬영되고 있습니다. 마블 히어로 영화, 로드 오브 더 링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등 수많은 미국 영화가 사실은 '외국 제작'이라고 볼 수 있죠116.
보호주의보다 더 현명한 대안은?
반면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개빈 뉴섬은 트럼프의 "제재" 접근법과는 달리 "지원"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뉴섬 주지사는 75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연방 영화 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할리우드를 부활시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8.
이는 영화 산업의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무역 분쟁을 일으키는 관세보다는 자국 산업 지원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은?
이런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 영화나 K-콘텐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 콘텐츠는 미국 시장에서도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시행된다면 한국산 영화와 드라마도 100%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 콘텐츠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할리우드가 관세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는다면, 그 빈자리를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콘텐츠가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미국 외 지역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 산업의 미래와 포퓰리즘의 위험성
트럼프의 영화 관세 정책은 단순히 할리우드 문제를 넘어 현대 서비스 경제의 불안정성과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AI와 자동화로 인해 창의적인 직종마저도 위협받는 시대에, 정치인들이 노동자들의 불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9.
특히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더 이상 제조업 노동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산업 노동자층까지 지지 기반으로 확대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노동력의 79%가 서비스 부문 종사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민주당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의 영화 관세 정책은 할리우드를 살리기 위한 진짜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대중의 불안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모순되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인 셈입니다.
영화, 콘텐츠, AI, 무역정책 등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앞으로도 이 이슈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트럼프의 '할리우드 구하기' 작전이 어디까지 갈지, 그리고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함께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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