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은 찍어내면 되는데, 전기는 어디서 끌어오죠?
여러분, 세상에서 제일 신나는 구경이 불구경, 싸움 구경, 그리고 남의 나라가 돈 푸는 구경이라고 하죠. 오늘 그 구경 한번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정부는 산타클로스인데 시장은 왜 울상일까요?" 입니다. 일본의 새 총리가 역대급 돈 보따리를 풀었는데, 시장은 "이러다 다 망해!"라며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잔칫집은 신났는데 옆집 아저씨는 외상값 걱정에 잠 못 드는 이 아이러니, 한번 파헤쳐 보겠습니다.
두 번째는 "엔비디아는 신나게 달리는데 발전소가 못 따라가겠다고 드러누운 사연" 입니다. AI 반도체의 제왕 엔비디아가 역대급 실적을 내며 "나 혼자 다 해 먹겠다"를 시전 중인데,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습니다. 바로 '전기 부족'이죠. 돈이 있어도, 반도체가 있어도 전기가 없으면 다 꽝이라는 이 뼈아픈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 대신 일본과 손잡겠다는 그린란드의 속내는?" 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통째로 사겠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그 땅, 그린란드가 희토류라는 비장의 무기를 들고 글로벌 무대에 등판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이랑 안 놀아. 일본, 너네랑 놀래"라고 선언했는데, 인구 5만 6천의 작은 섬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아슬아슬한 외교전의 막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언뜻 보면 전혀 다른 이 세 가지 사건은, 사실 눈에 보이는 돈과 기술보다 더 중요한 '보이지 않는 힘'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서들입니다. 그럼, 첫 번째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주제: 브레이크 없는 일본 경제, 엔화와 국채는 어디까지 추락하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새 정권이 출범 한 달 만에 초대형 경제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건 단순히 선거를 앞두고 돈 좀 푸는 수준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 일본은 빚을 내서라도 성장에 올인하겠다"는, 경제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대한 신호탄이죠. 정부는 경기 부양이라는 명분으로 액셀을 끝까지 밟았는데, 시장은 "이러다 벽에 박는 거 아니냐"며 비상 브레이크를 찾는 형국입니다.
다카이치 정권의 '화끈한' 돈 풀기
이번에 발표된 종합 경제 대책, 규모부터가 입이 떡 벌어집니다.
- 국비 지출: 21.3조 엔 (우리 돈으로 약 192조 원)
- 총 사업 규모: 42.8조 엔 (약 385조 원)
이 어마어마한 돈은 주로 "생활 안전 보장·물가 상승 대응"에 11.7조 엔, 그리고 "위기관리 투자·성장 투자"에 7.2조 엔이 투입됩니다. 쉽게 말해 당장 국민들 주머니에 돈 꽂아주고, 미래 성장 동력에도 투자하겠다는 건데요. 문제는 이 돈이 어디서 나오냐는 겁니다. 당연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대부분 국채, 즉 빚을 내서 조달해야 합니다.
시장의 '차가운' 반응: 17년 만의 금리 쇼크와 엔화 추락
정부가 "돈은 찍으면 되고, 빚은 미래의 우리가 갚을 거야!"라고 외치자마자,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두 가지 지표가 일본 경제의 위험 신호를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 국채 금리 폭등: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한때 연 **1.835%**까지 치솟았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17년 반 만의 최고 수준입니다. "정부가 앞으로도 돈을 마구 찍어내서 빚잔치를 벌일 것"이라는 공포가 퍼지자,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내다 팔기 시작한 겁니다. 국채 가격이 떨어지니 금리는 당연히 오르죠.
- 엔화 가치 추락: 같은 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7엔대 후반까지 곤두박질쳤습니다. 나라의 빚이 늘어나면 그 나라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는 게 당연한 이치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겁니다. 잔칫집(정부)은 신나게 음식 시키고 술을 푸는데, 외상값 걱정하는 옆집 아저씨(시장)는 "저 집, 곧 망하겠는데?"라며 표정이 썩어가는 거죠.
전문가들의 경고: "재정 규율이 무너진다"
이런 상황을 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더 냉정합니다. 일본 경제학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는 의미심장합니다.
재정 건전화 목표를 완화하는 것에 대해 응답자의 54%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교토대 하세가와 마코토 준교수는 "재원의 뒷받침 없는 재정 확장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꼬집었고, 도쿄대 와타나베 야스토라 교수는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목표를 수정하면 신뢰가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한마디로 "신용카드 빚이 산더미인데, 한도 증액부터 하자는 소리"라는 겁니다.
결론 및 전환 문장
물론 다카이치 정권은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당장은 국민들이 좋아할 만한 정책을 쏟아내며 인기를 유지할 수 있겠죠. 하지만 시장의 신뢰를 잃는 순간, 엔화 가치 폭락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날아와 서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 정부가 국가의 신용(trust)이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담보로 미래의 돈을 끌어다 쓰는 동안, 기술 업계는 전력(electricity)이라는 가장 물리적인 인프라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미래를 향한 질주가 전혀 다른 종류의 벽에 막힌 셈입니다.
두 번째 주제: AI 잔치는 끝났다? 엔비디아의 발목을 잡는 '전력의 벽'
AI 혁명은 단순히 똑똑한 소프트웨어가 등장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막대한 양의 전기를 집어삼키는 물리적 인프라의 전쟁입니다. AI 반도체의 절대 강자, 엔비디아의 경이로운 실적 발표는 AI 산업의 눈부신 미래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뒤에 가려진 거대한 그림자, 즉 '전력 부족'이라는 장벽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엔비디아, 혼자서 시장을 끌어올리다
일단 엔비디아의 실적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부터 보시죠. 2025년 8~10월 실적 발표는 그야말로 '어닝 서프라이즈'였습니다.
- 매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 600만 달러 (약 78조 7,000억 원)
- 순이익: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319억 1,000만 달러 (약 44조 원)
이 실적이 발표되자 AI 산업에 대한 과열 우려가 쏙 들어가며 도쿄 증시의 닛케이 평균주가가 하루 만에 1,286엔이나 급등했습니다. 엔비디아 혼자서 글로벌 증시를 들었다 놨다 하는 수준이죠.
드러난 아킬레스건: "전기가 부족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파티 뒤에는 설거지거리가 쌓이는 법. 엔비디아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 새로운 리스크 요인을 추가했습니다. 바로 "고객이 전력을 확보할 능력"입니다. "우리 반도체는 완벽한데, 너네가 꽂을 콘센트가 없을 수도 있어"라고 대놓고 경고한 셈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데이터로 보시죠.
| 구분 | 현황 및 전망 | 비유적 설명 |
|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 2028년까지 최대 3배 증가 예상 | AI가 전기를 먹는 하마 수준 |
| 미국 내 전력 비중 | 2028년 12%까지 상승 가능 | 미국 가정 10집 중 1집 이상이 데이터센터용 전기를 쓰는 셈 |
| 서버랙 1대 소비량 | 미국 500가구 분의 전력 | 냉장고 크기 서버 하나가 아파트 한 동 전체보다 전기를 더 씀 |
| 미래 전력 부족분 | 원자력 발전소 10여 기 분량 | 지금 당장 원전 십수 개를 짓지 않으면 감당 불가 |
결론 및 전환 문장
이 문제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대의 과제는 전력이다. 재고에 대량의 반도체가 잠든 채로 있을 수 있다."
최첨단 AI 반도체를 산더미처럼 쌓아놔도 전기가 없으면 그냥 비싼 돌덩이에 불과하다는 뜻입니다. 결국 첨단 기술도 전기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뼈아픈 현실입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중요해지는 시대, 자원의 중요성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원자재 시장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극의 그린란드에서 아주 흥미로운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세 번째 주제: "우리는 팔 상품이 아니다" - 희토류 대국 그린란드의 줄타기 외교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첨단 기술을 넘어, 이제는 지구의 마지막 미개척지인 북극과 그 땅속에 묻힌 핵심 광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인구 5만 6천, 웬만한 서울의 한 개 동보다도 사람이 적은 이 얼음 땅이 갑자기 지정학의 '핫플'이 됐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땅속에 묻힌 로또, 바로 희토류 때문이죠.
트럼프의 쇼핑 리스트와 그린란드의 답변
사건의 발단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였습니다. 그는 그린란드를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죠. 단순히 부동산 투자가 아니었습니다. 북극 항로의 지정학적 요충지이자, 무엇보다 막대한 양의 희토류 자원이 묻혀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린란드의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자치정부 수상의 답변은 단호했습니다.
"우리는 결코 팔 상품이 아니다. (We are by no means for sale.)"
이 한마디는 그린란드가 더 이상 강대국들의 놀이터가 아닌, 주체적인 플레이어로서 행동하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중국이냐, 서방이냐: 그린란드의 선택
그린란드가 이토록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경제적 가치 때문입니다.
-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은 150만 톤으로 세계 8위 수준입니다.
-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무기에 필수적인 중(重)희토류가 풍부해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전 세계 희토류 공급망의 70% 이상을 장악한 중국이 당연히 군침을 흘릴 만한 상황. 하지만 닐센 수상은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우리는 중국을 시야에 넣고 있지 않다. 민주주의 등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와 협력할 것이다."
그가 협력 대상으로 지목한 나라는 EU, 미국, 그리고 일본이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일본의 관민 시찰단이 사상 처음으로 그린란드의 광산을 방문하는 등, 양측의 협력은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결론 및 분석
그린란드의 이러한 선택은 단순히 경제 파트너를 고르는 문제가 아닙니다. '탈중국'을 외치며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건 서방 세계에 그린란드라는 핵심 플레이어가 합류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한국처럼 자원은 부족하지만 첨단 산업을 이끌어가야 하는 나라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반도체 기술만큼이나 안정적인 자원 확보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 자원 안보가 곧 경제 안보라는 사실을 그린란드의 줄타기 외교가 똑똑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로징
오늘 세 가지 이야기를 살펴봤습니다. 재정으로 미래를 당겨 쓰는 일본, 전력난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AI, 그리고 땅속 자원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린란드.
결국 오늘날 경제는 눈에 보이는 돈과 기술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뢰, 전기, 그리고 땅속 자원이 좌우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가 더 커지는 세상,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조PD의 일본 경제"였습니다.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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