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오프닝 (Opening)
안녕하십니까. 격동하는 일본 경제의 맥을 가장 재치있게 짚어드리는, '조PD의 일본 경제'입니다.
오늘도 정말 흥미로운 소식 세 가지를 꽉꽉 채워서 가져왔습니다. 반도체 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조 단위의 베팅, 사람이 없어서 버스가 멈추고 급식이 끊기는 기막힌 현실, 그리고 갑자기 하늘길이 막혀버린 정치적 뒷이야기까지. 오늘 일본 경제, 정말 흥미진진합니다.
시청자들께서도 궁금하실 겁니다. 대체 왜 일본 정부는 자기 돈 수조 원을 써가며 미국 기업의 공장을 지어주는 걸까요? 그 거대한 그림의 첫 번째 조각부터 함께 맞춰보시죠.
2. 첫 번째 주제: 마이크론의 히로시마 대공습! HBM 전쟁, 한국을 정조준하다
시청자들께서 요즘 AI, AI 이야기 정말 많이 들으시죠. 이 거대한 AI 혁명을 움직이는 심장이자 식량이 바로 고대역폭 메모리, HBM입니다. 이 HBM 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사실상 AI 시대의 패권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바로 이 전쟁의 한복판에 일본이 거대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히로시마에 AI 반도체 신공장을 짓기로 했습니다. 그 규모가 정말 입이 떡 벌어집니다.
- 총 투자 규모: 무려 1조 5,000억 엔, 우리 돈으로 약 14조 원에 달합니다.
- 일본 정부 보조금: 더 놀라운 건 이 중 최대 5,000억 엔, 우리 돈 약 4조 6천억 원을 일본 정부가 현금으로 지원한다는 사실입니다.
- 생산 품목: 여기서 뭘 만드냐, 바로 AI의 핵심 부품인 차세대 HBM입니다.
- 가동 목표: 2028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사실 이번 투자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마이크론이 2023년 이후 히로시마에 쏟아붓기로 한 돈을 모두 합치면 투자액은 약 2조 엔(약 18조 4천억 원), 일본 정부의 총 보조금은 7,700억 엔(약 7조 1천억 원)을 훌쩍 넘어섭니다.
아니, 일본이 자국 기업도 아니고 미국 기업에 왜 이렇게까지 막대한 돈을 퍼주는 걸까요? 여기에는 두 가지 절박한 이유가 숨어있습니다.
첫째는 바로 지정학적 리스크, 특히 '대만 유사시'에 대한 대비입니다. 지금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은 대만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만약 대만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전 세계 산업이 멈춰 설 수 있다는 공포감이 깔려 있는 거죠. 일본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자국 내에 안정적인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지를 확보해야만 하는 겁니다.
둘째는 자국 내 최첨단 반도체 생태계를 부활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과거 반도체 왕국이었던 일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미끼로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 뉴스가 우리에게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사 원문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기술로 앞서가는 한국 SK하이닉스를 쫓는다(技術で先行する韓国SKハイニックスを追う)". 정확히 우리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걸 명시한 겁니다.
이건 마치 우리 안방 마당에, 옆집(일본) 돈으로 라이벌 선수의 최신식 국가대표 선수촌을 떡하니 지어주는 꼴입니다. 심지어 최첨단 EUV 노광 장비까지 들여놓는다고 하니, 이건 그냥 훈련소가 아니라 아예 국가대표 선수촌을 차려주는 수준입니다. HBM 시장의 절대 강자인 우리에게는 정말 뼈아픈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일본이 반도체라는 미래 산업의 '하드웨어'에 국가의 명운을 건 베팅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그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소프트웨어', 즉 사회의 기반을 떠받치는 사람들이 무너지고 있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 주제에서 그 충격적인 현실을 확인해 보시죠.
3. 두 번째 주제: "이 일은 안 합니다"…470만 명 증발 위기, 일본의 '에센셜 워커' 실종 사건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은 사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 덕분에 유지됩니다. 버스를 운전하고, 아이들에게 밥을 해주고, 아픈 사람을 돌보는 분들. 바로 '에센셜 워커', 즉 필수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는 이분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회의 기반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본 경제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숫자는 충격적입니다.
- 2040년 부족 인력 예측: 지금 추세라면 2040년까지 무려 470만 명의 필수 노동자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직종간 이동률: 더 큰 문제는 다른 직종에서 힘들고 어려운 필수 직종으로 오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직업을 바꾼 사람들 중 필수 직종으로 이동한 비율은 단 13%에 불과했습니다.
- 임금 격차: 이유는 간단합니다. 필수 직종의 평균 임금은 다른 직종에 비해 약 10%나 낮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숫자들이 현실에서는 어떤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 교통 대란: 도쿄 시내 한복판에서 버스 운전기사가 부족해 노선이 폐지되고 운행 횟수가 줄어드는 일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발이 묶이고 있는 겁니다.
- 급식 중단: 심지어 니시토쿄시(西東京市)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두 곳의 급식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아이들이 점심을 굶을 뻔한 거죠.
시청자들께서도 "이거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데?" 싶으실 겁니다. 맞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노동력 부족. 우리에게 훨씬 더 익숙한 단어들이죠. 일본의 오늘은 어쩌면 우리의 내일을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일할 사람이 부족한 것도 문제인데, 이제는 일본을 찾을 사람마저 줄어들게 생겼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4. 세 번째 주제: 갑자기 사라진 900편의 비행기, 중국의 '일본 여행 금지령'의 실체
현대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결코 분리될 수 없습니다. 특히 국가 간 갈등은 순식간에 사람과 돈의 흐름을 막아버리곤 하죠. 지금 일본이 바로 그런 상황에 처했습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중국과 일본을 잇는 하늘길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습니다.
- 감소 규모: 올해 12월에 예정됐던 중국발 일본행 항공편 5,548편 중 904편, 무려 16%가 운항을 취소했습니다.
- 영향 좌석 수: 사라진 좌석만 해도 약 15만 6,000석에 달합니다.
- 주요 피해 공항: 특히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정치적 갈등 때문입니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가능성을 언급하는 강경 발언을 내놓자, 중국 정부가 즉각 반응했습니다. 자국민들에게 사실상의 '일본 방문 자제령'을 내린 겁니다. 그리고 항공사들에게 감편을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그 결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때 2만 엔(약 18만 원)을 훌쩍 넘었던 간사이-상하이 노선 왕복 항공권 가격이 지금은 8,500엔(약 7만 6천 원) 전후로 폭락했습니다. 비행기는 텅텅 비고, 일본 관광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죠.
우리 시청자들께서도 이런 장면,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신가요? 사드(THAAD) 사태 당시 '한한령'으로 유커(游客)가 뚝 끊겼던 경험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경제적 영향력을 외교적 압박 카드로 사용하는 이 패턴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셈이죠. 이 사건은 정치적 리스크가 한 나라의 경제, 특히 관광 산업에 얼마나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지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반도체 전쟁부터 인력난, 그리고 외교적 줄다리기까지, 일본 경제는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5. 클로징 (Closing)
오늘 '조PD의 일본 경제'에서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다뤄봤습니다.
첫째, HBM 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14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 일본의 반도체 야망을 살펴봤습니다. 이는 우리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기도 합니다.
둘째,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 노동자들이 사라지면서 버스가 멈추고 급식이 끊기는 일본의 암울한 현실을 들여다봤습니다. 이는 우리에게도 큰 경고를 던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 갈등 한가운데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며 위기를 맞은 일본의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일본 경제의 수면 아래에서는 지금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습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도 이 흥미진진한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시청자들께 가장 먼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조PD의 일본 경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문 스크랩 > 조PD의 일본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반도체 삼국지, 일본의 금리인상 '각', 그리고 AI 왕좌의 게임 (0) | 2025.12.02 |
|---|---|
| 🇯🇵 대탈출 시대, 일본 기업은 왜 베트남과 인도로 향하는가? (0) | 2025.12.01 |
| 🇯🇵 홋카이도 원전 재가동: 반도체 공장이 부른 나비효과? (0) | 2025.11.29 |
| 🇯🇵 일본의 ‘빗장 잠그기’, 중국의 ‘끝없는 추락’, 손정의의 ‘AI 올인’ (0) | 2025.11.28 |
| 🇯🇵 조선업 어벤져스 결성, 메타의 4.2조 엔짜리 분신술, 그리고 세금 꼼수 막는 국세청 (0) | 2025.11.27 |
| 🇯🇵 반도체 전쟁, 혼다의 추락, 그리고 역사의 아이러니 (0) | 2025.11.26 |
| 대륙의 역습, 일본의 반격, 그리고 편의점의 눈물 (0) | 2025.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