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글로벌 경제: AI 패권 전쟁, 디즈니의 줄타기, 그리고 잠 못 드는 당신을 위한 머더쇼
'조PD의 글로벌 경제'입니다.
미국이 AI를 발명하고 최고의 칩을 만들었는데, 정작 AI 전쟁의 비장의 무기는 중국이 갖고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바로 '전기'입니다.
첫 번째 주제: AI 패권 전쟁 - 중국의 값싼 전기가 '게임 체인저'가 되다
AI 기술 패권 경쟁이 이제 단순히 더 좋은 반도체 칩을 누가 만드느냐의 싸움을 넘어서, 어느 나라의 인프라가 더 튼튼하냐, 특히 어느 나라의 전력망이 더 강력하냐는 거대한 인프라 전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최신예 전투기는 다 사 왔는데, 정작 비행기를 띄울 기름이 부족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AI 경쟁의 판도가 아주 흥미롭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미국이 최첨단 AI 모델 기술과 엔비디아 같은 회사의 최고급 반도체 칩 시장을 꽉 쥐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는데, 그게 바로 '전기'입니다. 숫자를 보면 입이 떡 벌어집니다. 2010년에서 2024년 사이, 그러니까 지난 십사 년간 중국의 전력 생산 증가량이요,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의 증가량을 다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작년 한 해만 해도 중국은 미국보다 두 배가 넘는 전기를 생산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부 중국 데이터 센터는 미국 데이터 센터가 내는 전기 요금의 절반도 안 되는 돈을 내고 있습니다.
OpenAI조차 이 상황을 '전자 갭(electron gap)', 즉 '전자의 격차'라고 부르며 미국의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주 자신만만합니다. 중국 국가데이터국장 류례홍은 지난 3월 "중국에서 전기는 우리의 경쟁 우위입니다"라고 대놓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전략은 이렇습니다. 자국산 반도체 칩이 엔비디아 것보다 성능이 좀 떨어지니, 그걸 수천 개씩 묶는 이른바 '칩 번들링' 방식으로 성능을 따라잡겠다는 겁니다. 이 방식은 엔비디아 칩의 성능을 흉내 낼 수는 있지만, 결정적으로 전기를 말 그대로 빨아들이는 하마와 같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국의 값싼 전기가 진정한 무기가 되는 겁니다. 반면 미국은 어떻습니까? 모건 스탠리는 앞으로 삼 년 안에 미국 데이터 센터들이 뉴욕주 전체가 한여름에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 44기가와트의 전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AI를 돌리고 싶어도 전기가 없어서 못 돌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거죠.
이런 와중에 현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최근 엔비디아의 H200 칩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을 완화해줬습니다. 이게 중국의 숨통을 틔워준 건지, 아니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트럼프식 외교의 한 수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야말로 국제 정세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이처럼 AI 패권 전쟁은 반도체 칩이나 전력 같은 하드웨어 싸움을 넘어, 이제는 콘텐츠와 지적재산권(IP)이라는 소프트웨어 전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 전쟁의 최전선에 선 한 기업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주제: 디즈니의 AI 줄타기 - 1조 원의 투자와 소송을 동시에
AI라는 거대한 기술의 파도가 밀려올 때, 디즈니 같은 콘텐츠 제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요? 디즈니의 최근 행보를 보면, 이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지 명확히 보입니다. 한마디로 '당근과 채찍' 전략입니다.
우선 '채찍'부터 보시죠. 디즈니는 OpenAI와의 초대형 계약 발표 바로 전날, 구글을 향해 아주 날카로운 채찍을 휘둘렀습니다. 구글의 AI가 자사 캐릭터들의 저작권을 "대규모로 침해했다"면서 '중지 요청서(cease-and-desist letter)'를 보낸 겁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OpenAI에게는 아주 달콤한 '당근'을 건넸습니다. OpenAI에 무려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투자한 겁니다. 단순히 돈만 투자한 게 아닙니다. 디즈니는 OpenAI의 주식을 현재 기업가치 기준으로 살 수 있는 권리, 즉 워런트까지 챙기면서 이 게임에 장기적으로 베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백 개가 넘는 디즈니, 마블, 스타워즈, 픽사 캐릭터들을 Open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Sora)'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삼 년간 라이선스 계약까지 맺었습니다.
한쪽과는 싸우고 다른 쪽과는 손잡겠다, 이 상반된 행동의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요? 이것은 AI 시대에 자신들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 바로 지적재산권(IP)의 가치를 어떻게든 지켜내고 그 통제권을 잃지 않으려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디즈니의 밥 아이거 CEO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 계약에서 OpenAI는 우리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했다." 즉, 우리 IP를 쓰고 싶으면 정당한 대가를 내고, 우리 규칙을 따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겁니다. 구글처럼 무단으로 데이터를 긁어가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죠.
상황을 비유하자면, 미키마우스가 한쪽 로봇에게는 변호사를 보내고 다른 쪽 로봇과는 악수하는 격입니다. 계약 내용을 들여다보면 디즈니의 고민이 더 잘 보입니다. 예를 들어, 겨울왕국의 엘사나 블랙팬서 같은 캐릭터들이 마약이나 술, 혹은 성적인 장면에는 절대 등장할 수 없도록 못 박아 뒀습니다. AI의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하면, 디즈니가 벌이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업들이 정교한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동안, 국가 간의 힘겨루기는 훨씬 더 거칠고 노골적인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주제: 트럼프의 유조선 나포 - 베네수엘라를 향한 '실존적 위기'
미국이 경제 제재라는 서류상의 압박을 넘어, 이제는 바다 위에서 직접 실력 행사에 나섰습니다. 현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의 원유를 가득 실은 유조선 '스키퍼(Skipper)'호를 나포했습니다. 이 배에 실린 원유의 가치는 약 8,000만 달러(약 1,120억 원)에 달합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유조선 한 척을 빼앗은 것을 넘어,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의 명운을 뒤흔드는 지정학적 태풍의 눈이 되고 있습니다.
왜 이 조치가 마두로 정권에 '실존적 위기'가 되는 걸까요? 숫자를 보면 명확해집니다. 베네수엘라는 수출 수입의 90% 이상을 원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나라 살림 전체가 기름값에 달려 있다는 뜻이죠. 이번에 나포된 8,000만 달러는 베네수엘라가 한 달간 수입품을 사는 데 쓰는 돈의 약 5%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입니다. 이게 막히면 당장 국민들에게 필요한 물자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덴버 대학교의 경제학자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미국이 한 달에 유조선 한 척만 나포해도 베네수엘라를 경기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만큼 치명적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마두로 대통령은 길길이 날뛰고 있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을 '해적 행위'라고 맹비난하며 국민들에게 "미제국의 이빨을 부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반면,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이 조치를 환영하며 정권의 돈줄을 죄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지지했습니다. 한 사건을 두고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겁니다.
이번 사건으로 수면 위에 드러난 것이 바로 '그림자 함대(shadow fleet)'의 존재입니다. 이란, 러시아,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은 낡은 유조선 천여 척으로 구성된 이 비밀 함대를 이용해 몰래 석유를 팔아왔습니다. 이번 나포는 이 그림자 함대의 허점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며, 국제 제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전쟁이 얼마나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 간의 살벌한 힘겨루기를 보고 나니 좀 피곤하시죠? 분위기를 바꿔서, 아주 뜻밖의 방식으로 대성공을 거둔 비즈니스 이야기를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네 번째 주제: 살인 사건 다큐멘터리가 최고의 수면제가 된 사연
세상에는 참 기묘한 성공 공식이 있습니다. 어떤 제품이나 콘텐츠가 제작자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경우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포렌식 파일(Forensic Files)'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포렌식 파일'은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방영된 고전 범죄 다큐멘터리입니다. 과학수사 기법으로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이, 놀랍게도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수면제'로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한 팬은 인터뷰에서 "이걸 틀어놓으면 30분도 안 돼서 곯아떨어진다"고 고백할 정도입니다. 살인 사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이 든다니,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이 기현상의 중심에는 바로 내레이터였던 고(故) 피터 토마스의 목소리가 있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그의 목소리를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마취시키는 듯한(engaging and anesthetizing)" 마력을 지녔다고 평가합니다. 바로 이 의도치 않은 '제품 특성'이 '포렌식 파일'을 전 세계 백 개가 넘는 국가에서 방영되는 '신디케이션의 거물(syndication juggernaut)'로 만든 일등 공신입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제작자 폴 다울링이 피터 토마스를 발탁한 계기입니다. 다울링 역시 2차 세계대전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그의 목소리를 듣다가 소파에서 깜빡 잠이 들었던 경험을 하고는, "바로 이 사람이다!"라며 그를 내레이터로 섭외했다고 합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이 현상에 대해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끔찍한 살인 사건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안정감을 느끼고 잠드는 현대인의 모습. 어찌 보면 참 씁쓸한 풍경이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기가 막힌 성공 사례인 셈입니다. 심지어 이 쇼에 등장했던 실제 살인 사건 피해자의 아들인 콜리어 랜드리조차 사람들이 자신의 어머니 사건을 다룬 에피소드를 보며 잠든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콘텐츠와 소비자가 맺는 관계가 이토록 기묘하고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에필로그
AI 패권 경쟁부터 살인 사건 자장가까지, 참 다채로운 세상입니다. 조PD의 글로벌 경제,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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