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글로벌 경제: 2025년 12월 17일, 월스트리트저널 뽀개기
'조PD의 글로벌 경제'입니다. 2025년 12월 17일, 수요일 아침입니다. 오늘 아침에 배달된 월스트리트저널을 딱 펼쳐보니까, 아주 그냥 머리가 지끈지끈한 뉴스들로 가득합니다. 미국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다, 현 트럼프 대통령은 갑자기 기업들의 '큰형님' 노릇을 하고 나섰다, 심지어 저 멀리 남미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운하 하나를 두고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 이거 뭐부터 읽어야 할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시죠? 괜찮습니다. 시청자들께서 골치 아프게 고민하실 필요 없도록, 제가 오늘 이 어려운 숙제를 대신 풀어드리겠습니다. 이 세 가지 사건, 겉보기엔 달라 보여도 사실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겁니다. 바로 기존의 경제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 '예측 불가능의 시대'라는 뿌리 말이죠.
미국 경제, '고용 서프라이즈'의 배신?
자, 첫 번째 소식입니다. 우리가 왜 맨날 미국 고용 지표에 이렇게 목을 매달까요? 그건 바로 미국 고용 시장이 '세계 경제의 건강검진'과 같기 때문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소비를 줄이고, 그럼 미국 시장에 물건을 파는 우리나라 같은 나라들은 직격탄을 맞게 되죠. 그런데 이번에 나온 건강검진 결과가 심상치 않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11월 실업률이 4.6%를 기록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무려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어? 그래도 일자리가 6만 4천 개 늘었다는데요?" 네, 맞습니다. 11월에는 늘었죠. 그런데 바로 그 전 달인 10월에는 일자리가 10만 5천 개나 사라졌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최근 여섯 달 중 무려 세 달 동안 일자리가 줄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거 뭐, 한 걸음 나아가면 두 걸음 후퇴하는 것도 아니고, 경제가 춤을 추고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현 상황을 아주 기가 막힌 표현으로 요약합니다. 'low-fire, low-hire environment'. 이게 무슨 뜻이냐? 쉽게 말해 "해고는 잘 안 하는데, 채용도 아예 안 하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다들 그냥 숨만 쉬고 버티고 있다는 거죠.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세 가지 원인을 꼽습니다. 첫째, 현 트럼프 행정부의 변덕스러운 무역 정책. 둘째, 강력한 이민 단속. 그리고 마지막 셋째, 기업들이 슬슬 인공지능(AI)으로 사람을 대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드디어 미국부터 로봇들이 우리 일자리를 뺏으러 오는 걸까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안 들고, 노조도 없고, 휴가도 안 가는 AI 직원이 얼마나 예뻐 보이겠습니까?
회계법인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이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모든 길은 워싱턴 D.C.의 정책으로 통한다." 이건 그냥 시장이 알아서 아픈 게 아니라, 누군가 정책이라는 주사를 잘못 놔서 생긴 부작용이라는 날카로운 지적이죠.
브루수엘라스의 지적처럼, 이 모든 혼란의 진원지는 워싱턴입니다. 그런데 워싱턴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국가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더 큰 불확실성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큰형님을 자처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 과연 그 속내는 무엇일지 바로 파헤쳐 보겠습니다.
트럼프의 '국가 자본주의', 엔비디아는 왜 웃었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현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미국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아주 드라마틱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세금 깎아주고 규제 풀어주는 차원이 아닙니다. 정부가 아예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국가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게 앞으로 세계 경제의 판을 뒤흔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 자본주의'가 뭐냐? 사회주의처럼 국가가 모든 걸 소유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장에 모든 걸 맡기는 자유방임주의도 아닙니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국가가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기업들의 행동을 조종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그냥 규칙만 만드는 심판이 아니라, 특정 선수(기업)의 뒷배를 봐주면서 '너는 반칙해도 돼, 대신 나한테 상납해'라고 말하는 형님 노릇을 하는 겁니다. 엔비디아 딜이 바로 그 상징이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엔비디아 딜'입니다. 엔비디아가 중국에 최첨단 반도체를 팔 수 있도록 정부가 허가해줬는데, 조건이 있습니다. 그 매출의 25%를 연방 정부에 상납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거 라이선스 비용이라기엔 너무 비싼 자릿세 아닌가요? 그런데 엔비디아는 "괜찮다, 중국에 팔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며 웃고 있습니다. 막힌 혈을 뚫어줬으니 그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거죠.
이게 '쌍방향 거래(two-way street)'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기업들은 현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에 발을 맞추는 대가로 관세 면제, 인수합병 승인 같은 선물을 받아 갑니다. 사실 많은 기업에게 이런 변화는 이전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규제와 집행의 맹공'에서 벗어나는 반가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업 규제와 감독을 철회하고, 더 많은 인수합병을 통과시키며, 법인세 감면 법안에 서명해주니까요.
특히 실리콘밸리의 거물들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AI 전쟁'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완벽한 한 팀이 되었습니다. OpenAI,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손잡고 무려 5천억 달러 (최신 환율 기준 약 700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라는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대표적이죠.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이 '중국과의 AI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한 팀이 된 건, 겉으로는 국가안보지만 속으로는 거대한 이권 카르텔의 탄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전쟁의 첫 번째 희생양은, 아이러니하게도 아까 우리가 걱정했던 바로 그 미국의 일자리가 될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서로 물고 물리는 '순환 거래(circular deals)'도 나타납니다. 엔비디아는 경쟁사이자 협력사인 인텔과 고객사인 OpenAI에 투자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투자하는 식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구조가 과거 일본의 '케이레츠(系列)', 즉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청업체들이 똘똘 뭉쳤던 그 시스템과 닮았다고 분석합니다. 국가와 특정 기업들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거대한 이익 집단을 형성하는 거죠.
물론 이 모델에는 명백한 위험이 따릅니다. 공정한 경쟁과 혁신을 가로막고, 결국 친한 기업들만 챙겨주는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구체적인 예시로, 현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관여된 파라마운트와 워너 브라더스의 인수전이 거론됩니다. 결국 '국가'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위' 자본주의가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이 AI와 반도체로 보이지 않는 전쟁을 벌이는 동안, 남미에서는 아주 노골적인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세계 물류의 심장,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싸움입니다.
파나마 운하, 미중 힘겨루기의 새로운 전장
마지막 토픽입니다. 파나마 운하, 그냥 배 지나다니는 좁은 물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곳은 전 세계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그야말로 글로벌 경제의 대동맥과 같은 곳입니다. 이곳의 통제권을 누가 쥐느냐가 곧 세계 패권의 향방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바로 이 전략적 요충지에서 미국과 중국이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파나마 운하의 주요 항구들을 인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중국의 국영 해운사인 코스코(Cosco)에게 동등한 지분을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중국 정부가 여기에 끼어들었습니다. 코스코에게 '경영권과 거부권이 포함된 지배 지분'을 넘기지 않으면 이 거래를 막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겁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백악관까지 나섰습니다. 백악관 관계자는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통제는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를 위협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거의 선전포고에 가까운 발언이죠.
그런데 중국은 왜 이렇게 배짱을 부릴 수 있을까요? 그들의 손에 든 패 때문입니다. 블랙록 같은 거대 기업조차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요구를 함부로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14년에 서방의 대형 해운사 세 곳이 동맹을 맺으려 하자, 자국의 무역 이익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단칼에 무산시킨 전력이 있습니다. "우리 시장에서 돈 벌고 싶으면 우리 규칙을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인 셈이죠.
이 싸움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요? 아닙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에게 파나마 운하의 불안정성은 곧바로 물류비 상승과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미에서 벌어진 싸움이 우리 집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클로징: 예측 불가능성의 시대
오늘 우리는 미국의 고용 시장이라는 '결과'를 보고, 국가 자본주의라는 '원인'을 분석했으며, 파나마 운하에서 벌어지는 미중 갈등이라는 '전쟁'을 목격했습니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다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용을 얼어붙게 만들고, 그 불확실성을 무기로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며, 그 통제력이 결국 국제 무대에서 패권 다툼으로 폭발하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인 것입니다. 이제 과거의 공식과 경험만으로는 앞으로의 세계 경제를 내다보기 어려운, 그야말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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