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글로벌 경제: 트럼프의 그린란드 쇼핑과 넷플릭스의 왕좌의 게임
오프닝 (Opening)
'조PD의 글로벌 경제'입니다.
오늘은 마치 한 편의 거대한 블록버스터 영화 예고편 같은 소식들로 가득합니다. 한쪽에서는 부동산 큰손이 된 대통령이 세계 지도를 쇼핑 카탈로그처럼 펼쳐놓고 거대한 섬을 카트에 담으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콘텐츠 제국을 둘러싼 치열한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죠. 그리고 이 모든 소동의 끝에는 언제나처럼 패닉에 빠진 금융 시장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지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부터 명쾌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1. 첫 번째 주제: 트럼프, 그린란드를 카트에 담다? 흔들리는 세계 질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미국이 설계하고 주도해 온 '국제 질서'라는 보이지 않는 약속 위에서 움직여 왔습니다. 동맹은 서로를 지키고, 영토는 무력으로 빼앗지 않는다는 상식이었죠.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상식의 한복판에 거대한 돌덩이를 던졌습니다. 바로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를 인수하겠다는 폭탄선언입니다.
마치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듯,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인수를 추진했습니다. 심지어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이것이 단순한 농담이 아님을 분명히 했죠. 이 '거대한 부동산 쇼핑' 시도는 당연히 동맹국인 유럽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위험한 하향 나선"에 빠져들고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고,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역시 "우리의 덴마크 친구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단호히 맞서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분노가 기존의 중도파 정치인들에게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나름의 교감을 나눠왔던 유럽의 극우 및 민족주의 정당들마저 등을 돌렸습니다. 이는 트럼프의 행동이 단순한 이념적 동맹 관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의 '미국 우선주의'가 정치적 수사를 넘어, 국가 주권이라는 민족주의 정당의 핵심 가치마저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받아들여진 것이죠. 영국의 브렉시트 설계자 나이절 패라지조차 이번 사태를 "매우 적대적인 행위"라고 비판할 정도였으니, 이번 사태가 얼마나 이례적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UN을 대체하겠다며 '평화 위원회(Board of Peace)'라는 새로운 기구를 제안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그가 이 기구의 '종신 의장'이 되겠다는 계획입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위원회의 결정은 오직 의장인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해야만 효력이 발생하며, 후임자 지명 권한도 그에게만 있다고 합니다. 마치 현대판 황제를 꿈꾸는 듯한 이 계획은 그의 권위주의적 성향과 비현실적인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 외교적 파열음은 즉시 무역 전쟁의 전운으로 번졌습니다. 미국은 그린란드를 내놓지 않으면 유럽 상품에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이에 맞서 유럽연합 역시 칼을 갈고 있습니다. 약 930억 유로 (약 1,09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목록을 이미 준비해 둔 상태입니다. 주요 타겟 품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잉 항공기
- 미국산 위스키 (특히 공화당 텃밭인 켄터키, 테네시 주를 겨냥한 정치적 카드입니다.)
- 대두 (Soybeans) (이 역시 미국 농업의 중심지이자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을 정조준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이런 상황을 가장 흐뭇하게 지켜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러시아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동맹, 즉 NATO의 균열을 자신들의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며 옆에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나라의 정상이 일으킨 지정학적 태풍이 단순히 외교 무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전 세계 금융 시장에 거대한 쓰나미를 몰고 왔습니다.
2. 두 번째 주제: 스트리밍 제국의 전쟁: 넷플릭스, 워너브라더스를 삼키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이제 춘추전국시대를 넘어 거인들의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콘텐츠를 무한정 쏟아내야 하는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전략은 바로 '규모의 경제'입니다. 더 많은 구독자, 더 많은 콘텐츠, 더 큰 자본을 가진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죠.
이런 배경 속에서 세기의 빅딜이 터졌습니다. 바로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와 HBO 맥스'라는 거대한 콘텐츠 왕국을 차지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파라마운트가 벌이는 인수 전쟁입니다. 현대판 '왕좌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치열한 경쟁에서 넷플릭스가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 1단계 (전략 수정): 넷플릭스는 경쟁자인 파라마운트를 따돌리기 위해, 기존의 현금과 주식을 섞어주는 방식에서 파격적으로 720억 달러 전액 현금 지급으로 제안을 변경했습니다. 시장에 "우리는 이 딜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입니다.
- 2단계 (실탄 확보): 이런 공격적인 베팅이 가능한 배경에는 넷플릭스의 막강한 실적이 있습니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마지막 시즌 등의 성공에 힘입어, 넷플릭스의 실적은 그야말로 폭발했습니다.
- 수익: 전년 대비 29% 증가
- 분기 매출: 120억 5천만 달러
- 유료 구독자 수: 3억 2,500만 명 돌파
그런데 이 거대한 공룡들의 싸움이 왜 우리에게 중요할까요? 바로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콘텐츠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같은 거대 플랫폼이 워너브라더스까지 품게 되면, 그들의 시장 지배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됩니다. 이는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블록버스터급 작품에 대한 더 높은 제작비와 확실한 글로벌 배급망이라는 기회가 열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대 플랫폼의 입맛에 맞는 획일화된 콘텐츠 제작 압박, 창의적 통제권과 핵심 IP(지식재산권) 상실, 그리고 소규모 독립 제작사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위협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콘텐츠 업계의 지각 변동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다시 한번 그린란드를 둘러싼 태풍의 눈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3. 세 번째 주제: 그린란드발 나비효과: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트럼프 리스크'
'지정학적 리스크'란,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사건이 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발언은 바로 이 불확실성의 '끝판왕'이었고, 전 세계 투자 심리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는 시장 지표에 처참하게 나타났습니다.
- 나스닥 지수: 2.4% 폭락 (작년 10월 이후 최악의 하루)
- S&P 500 지수: 2.1% 하락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약 870포인트 (1.8%) 급락
- 한국 코스피 지수: 1.2% 동반 하락
특히 시장을 이끌던 '매그니피센트 7' 기술주들의 시가총액은 단 하루 만에 약 6,5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900조 원이 허공으로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숫자입니다.
시장에선 두 가지 용어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하나는 'Sell America trade', 즉 투자자들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며 '미국 주식 손절'에 나설지도 모른다는 공포입니다. 다른 하나는 'TACO trade'입니다. "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결국 꼬리를 내린다)"의 약자로, 그동안 시장이 학습해 온 관성이죠. 분석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엄포(TACO)로 끝날지, 아니면 실질적인 미국 자산 투매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자들의 돈은 단 한 곳으로 몰렸습니다. 바로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입니다.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시장에 얼마나 깊은 불안감이 퍼져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북극의 얼음 섬을 둘러싼 설전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예측 불가능하고, 동맹마저 거래 대상으로 보는 리더십 스타일 그 자체가 바로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트럼프 리스크'이며, 이것이 지구 반대편 우리의 은퇴 연금 계좌까지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하루였습니다.
클로징 (Closing)
오늘은 북극의 섬을 사겠다는 한마디가 어떻게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국제 질서를 흔들고, 스트리밍 제국의 패권 전쟁이 한창인 와중에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워지지만, 확실한 건 한 가지입니다. 거인들이 싸울 때 우리는 그저 발밑을 조심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발걸음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지형도를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조PD의 글로벌 경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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