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일본 경제: 자동차 어벤져스 결성부터 트럼프의 그린란드 쇼핑까지
1. 오프닝: 낡은 확실성의 종말
'조PD의 일본 경제'입니다. 온갖 이해관계가 뒤엉키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며, 상식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혼돈의 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우리는 낡고 익숙했던 확실성들이 어떻게 종말을 고하는지 보여주는 세 가지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겁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씹고 뜯고 맛볼 메뉴는 이렇습니다. 첫째, 기업 간의 영원한 경쟁이라는 신화가 깨지는 현장, 일본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어벤져스' 결성 소식. 둘째, 강대국 간의 굳건한 동맹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 다보스 포럼을 부동산 쇼핑몰로 만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소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소한의 재정적 책임감이라는 약속이 선거 앞에서 휴지 조각이 되는 현실, 일본 정치권의 '소비세 제로' 파티까지.
오늘도 어김없이 주요 외신 기사들을 바탕으로 이 난장판의 행간을 날카롭게, 그리고 시니컬하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2. 첫 번째 주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단종!" 일본 자동차 업계, 반도체 어벤져스를 결성하다
한때 반도체는 '산업의 쌀'이라 불렸습니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 업계에서 반도체는 쌀을 넘어,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생명의 물'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이 생명의 물이 말라붙자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줄줄이 멈춰 섰죠. 특히 일본 자동차 업계는 이 반도체 부족 사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2025년에는 중국 자본의 반도체 제조사 넥스페리아의 출하 중단으로 혼다와 닛산이 또다시 감산을 강요당했고, 혼다는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1,500억 엔이나 깎여나갈 판입니다. 바로 이 뼈아픈 경험이 오늘의 주제, '반도체 동맹'의 탄생 배경입니다.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던 라이벌들이 '재고 없음'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갑자기 의형제를 맺은 꼴입니다. 이 '자동차 어벤져스'의 작전 계획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참여 주체: 도요타와 혼다 등이 속한 '일본자동차공업회'를 중심으로, 르네사스, 롬 같은 일본 기업은 물론 독일 인피니언 같은 해외 기업까지 약 20곳의 반도체 제조사들이 손을 잡았습니다.
- 핵심 내용: 완성차 업체 아래로 1차, 2차 하청업체가 피라미드처럼 얽혀 있어 공급망 전체를 파악하기 불가능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꺼내 들었습니다. 반도체의 사양, 생산지, 생산 시기 등의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해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는 겁니다. 정보가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보안 장치도 마련했습니다.
- 기대 효과: 특정 국가의 경제적 위협이나 지진 같은 재난이 닥쳤을 때, 어떤 반도체가 위험에 처했는지 즉시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체 공급처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공급 안정성이 낮은 반도체를 미리 식별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게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움직임은 단순히 재고 관리를 잘 해보자는 차원을 넘어섭니다. 이것은 명백한 '경제 안보' 전략입니다. 소스에 따르면 이 동맹에는 중국 제조사가 참여하지 않았지만, 일본 자동차 업체가 조달하는 반도체의 80~90%를 포괄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정 국가, 즉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명확히 보입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건 일본 자동차 산업의 체질 개선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자동차 업계는 안전성을 이유로 오래된 구형 반도체를 계속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선 이런 구닥다리 칩에 새로 투자하기 꺼려지니, 공급이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죠. 이번 시스템은 바로 그런 공급 리스크가 큰 구형 반도체를 콕 집어내서 신형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내부적인 혁신 동력의 역할도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삼성,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기업과 현대, 기아 같은 자동차 기업에게는 위협일까요, 기회일까요? 단기적으로는 일본 내수 시장의 결속이 강화되며 우리 기업에게는 위협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해외 자동차 제조사에게도 개방될 수 있다고 합니다. 만약 현대·기아가 이 시스템에 참여한다면, 일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겠죠. 반대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은 이 거대한 일본 자동차 동맹에 안정적으로 칩을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가 될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변화의 파도를 어떻게 타느냐에 따라 위협이 될 수도,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이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5년에 약 1,594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23조 원(1달러=1,400원 기준), 엔화로는 약 25조 엔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이 거대한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일본의 생존 투쟁이 시작된 셈이죠.
이렇게 일본이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는 한 지도자가 동맹 대신 부동산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3. 두 번째 주제: 트럼프 대통령의 장바구니에 담긴 그린란드? 다보스 포럼의 균열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는 세계 정치, 경제계의 거물들이 모여 지구의 미래를 논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권위 있는 자리에서, 한 나라를 통째로 사겠다는, 마치 신대륙 개척 시대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튀어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린란드 인수' 소동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라는 망치가 서방 동맹이라는 유리성에 어떻게 균열을 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한 편의 부조리극 같습니다.
- 트럼프의 쇼핑 리스트: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그린란드 인수를 "안보상의 핵심 이익"이라 부르며 즉각적인 협상을 요구했습니다.
- 마크롱의 일침: 이에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강자의 논리만 통하는 룰 없는 세계"라며 이를 "제국주의의 재래"라고 맹비난했습니다.
- 관세 전쟁으로의 확전: 말이 통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인수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EU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즉시 미국산 공업 제품에 대한 관세 철폐 협정의 의회 승인을 연기하며 맞불을 놨죠.
- G7 정상회의 파국: 결국 이 갈등으로 G7 정상회의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 막장 드라마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트럼프 대통령 눈에는 세계 지도가 거대한 부동산 매물 정보지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입지 좋고, 북극해 전망 트였고... 가격만 좀 조정하면 되겠네.' 하는 식이죠. 하지만 이 '부동산 재벌'식 접근법의 본질은 단순한 말싸움이 아닙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와 다자주의의 정면충돌이며, 전후 80년간 유지되어 온 서방 동맹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러한 강대국 간의 균열은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에게는 치명적인 불확실성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믿었던 국제 질서와 동맹 관계가 한 지도자의 예측 불가능한 변덕 하나로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현실은, 우리의 경제 및 안보 전략 전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이 경제에 큰 혼란을 주는 법인데, 일본 정치인들은 마치 이 혼란의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라도 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4. 세 번째 주제: 영국 '트러스 쇼크'의 망령, 일본 선거판을 배회하다
선거의 계절이 오면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귀에 달콤한 꿀을 들이붓기 시작합니다. 지금 일본이 딱 그 짝입니다. 여당인 자민당과 연립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는 물론, 야당까지 나서서 "식료품 소비세를 2년간 제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외치고 있습니다. 당장 장바구니 물가가 걱정인 유권자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겠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눈에는 2022년 영국을 강타했던 '트러스 쇼크'라는 악몽이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트러스 쇼크'가 무엇이었는지 간단히 복기해 보겠습니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는 재원 대책도 없이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시장의 신뢰를 한 방에 잃었습니다. 그 결과는 국채 금리 폭등, 파운드화 가치 폭락, 주가 급락이라는 '트리플 약세'였고, 결국 총리는 49일 만에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교훈이 말해주는 것은?
일본의 상황이 왜 위험한지, 영국의 교훈을 통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 시장의 즉각적인 경고: 일본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소비세 감세를 외치자, 2022년 영국 '트러스 쇼크'의 악몽을 똑똑히 기억하는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로 일본 국채 시장이 혼란에 빠졌고, 장기금리가 급등했습니다. 이 충격은 일본 내에서 끝나지 않고 미국, 영국, 독일의 금리까지 끌어올리는 나비효과를 일으켰습니다.
- 재원은 어디에?: 여야 모두 감세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해서는 "국민 회의에서 논의하겠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놓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한도 없는 신용카드로 동네 사람들에게 술을 다 사주고는, 나중에 카드값이 청구되자 "왜 가게에 불이 났지?"라며 놀라는 것과 똑같습니다.
- 고통은 결국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영국의 교훈은 이것입니다. 재원 없는 감세가 불러온 국채와 엔화 가치의 폭락은 결국 더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대출 금리 상승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물가고에 시달리는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포장지가 벗겨지면, 그 안에는 더 큰 고통의 청구서가 들어있을 뿐입니다.
이 문제는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포퓰리즘적 재정 정책이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파괴하고 국가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입니다. 이는 모든 국가에 적용될 수 있는, 쓰라리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보편적인 경제 원리입니다.
5. 클로징: 혼돈의 경제, 그래도 내일은 온다
오늘 우리는 오래된 확실성들이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기업 간의 영원한 경쟁이라는 신화는 생존 앞에서 무너졌고, 강대국 간의 굳건한 동맹이라는 믿음은 한 지도자의 변덕에 금이 갔으며, 최소한의 재정적 책임감이라는 약속은 선거 앞에서 휴지 조각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혼돈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짜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이 광란의 파티에서 혼자 설거지를 도맡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조PD의 일본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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