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과 비효율 사이, 일본 '티셔츠 장인'의 부업 이야기로 본 인간다운 작업의 가치

닛케이 신문이 최근 소개한 흥미로운 기사 하나에 주목해보겠습니다. '나는 티셔츠를 손수 만든다'는 제목의 이 기사는 대량생산과 효율성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손맛과 정성의 가치를 되찾고 있는 일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색다른 부업, 한 땀 한 땀 티셔츠 제작

아파레 기업에 다니는 계견유우스케(計見由祐)씨에게는 특별한 부업이 있습니다.

천천히, 하지만 정성스럽게 자신만의 티셔츠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이죠.

그의 브랜드명은 '크래프트 메리야스(CRAFT MELIYAS)'입니다.2

회사에서는 상품 기획을 담당하는 그이지만, 대량생산의 논리 앞에서 종종 아쉬움을 느낍니다.

시제품 단계에서 정성껏 디자인하고 원단을 고르더라도, 대량생산 단계에서는 비용과 효율을 위해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부업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합니다.

와카야마현의 장인이 전통 방식으로 짠 원단을 사용하고, 한 벌씩 직접 재단하고 세탁한 후 봉제까지 모두 혼자 완성합니다.9 20

장시간 노동이 필요하지만, 그에게는 이것이 진정한 만족을 주는 작업입니다.

효율의 시대에 비효율을 선택하는 사람들

계견씨의 티셔츠는 장소와 반팔에 따라 7천~9천엔(약 6만~8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품절이 계속됩니다.

"생산량을 늘리면 더 많이 팔 수 있을텐데..."라는 제안에 그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자본주의적인 규모 확장은 본업에서만 충분해요. 여기서는 말뚝을 박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회사에서는 톱니바퀴가 될 수밖에 없지만, 티셔츠 제작을 통해 모든 과정을 스스로 완결짓고 사회와 연결되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현대인의 딜레마가 느껴집니다.2

손맛의 가치를 지키는 두 번째 사례: 인형 작가의 고민

오사카에 사는 키타무라 카노씨는 얼굴 부분이 집중된 독특한 느낌의 동물 인형을 손바느질로 만드는 작가입니다.5

개인전을 열고 작품집까지 출판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녀는 5년 전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그녀에게 변화가 찾아온 건 작년이었습니다.

한 회사가 그녀의 인형을 재현한 캡슐 토이를 출시한 것입니다.

몇백 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이 알려져 기쁘긴 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 같은 불안감도 느꼈다고 합니다.

"자신의 손으로 만든 것이 가장 편안하다" - 이 말에서 대량생산과 손맛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업의 선택: 효율 대신 진정성을 택한 곤충 도감

대규모 출판사 Gakken의 사례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그들은 최신판 곤충 도감을 제작하면서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곤충 도감은 표본(죽은 상태)을 촬영하는 것이 효율적이지만, Gakken은 도감에 실린 2,800종의 곤충을 모두 살아있는 상태로 촬영했습니다.6

살아있는 곤충은 잡기도 어렵고, 카메라 앞에서 도망가기 일쑤입니다.

어떤 나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유충과 번데기부터 키워 나비가 된 순간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위해 무려 40명의 촬영팀을 구성하고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습니다.

감수를 맡은 곤충학자 마루야마 무네토시 교수는 "아이들이 잡은 곤충을 도감과 비교해볼 때 살아있는 상태가 가장 적합하다"며 이상적인 도감을 목표로 했다고 합니다.

AI나 이미지 처리 기술을 사용하면 표본을 바탕으로 그럴듯한 사진을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Gakken은 비록 비용 효율성은 떨어져도 진짜의 가치를 선택했습니다.

한국인이 주목해야 할 이유: 지나친, 그리고 어쩌면 잘못된 효율성의 추구

우리 한국 사회는 어떨까요?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하고, MBTI도 '효율'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우리는 어쩌면 일본보다 더 효율에 중독된 사회인지도 모릅니다.

AI와 자동화 기술은 이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12

일은 빠르게, 소통은 간결하게, 개인 취미도 '인생의 ROI'를 계산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정말 행복할까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시장이 10년 후 세계적으로 5조 엔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11

무엇이든 기민하게 만드는 로봇이 현실이 되면,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할 자리는 과연 얼마나 남을까요?

나의 관점: 효율과 비효율 사이의 균형점

현대사회의 딜레마는 "너무 효율적인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라는 역설에 있습니다.

극단적 효율 추구는 오히려 우리의 창의성과 인간다움을 희생시킬 수 있습니다.

'돈보다 행복'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진부해졌지만, '효율보다 가치'라는 명제는 어떨까요?

계견씨나 키타무라씨, 그리고 Gakken의 사례는 반(反)테크놀로지가 아닙니다.

그들 모두 SNS와 온라인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현대 기술의 혜택을 누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술과 효율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지 않고, 인간의 손길과 감성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가치를 지켜냅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의 우리들도 배워야 할 '뉴 노멀'이 아닐까요?

지나친 효율성의 압박 속에서,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으로서의 '의도적 비효율'을 고민해볼 때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에서 어디에 효율을 추구하고, 어디에 정성을 들일지 주체적으로 선택하는 능력이 아닐까요?

단기적 경제 효율이 아닌 다른 가치의 축을 찾아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더 변화에 강하고 창의적인 곳이 될 것입니다.

닛케이 기사의 마지막 문장처럼, "자동화만을 절대시하고, 인간의 열정을 경시하는 분위기는 위험합니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온 정성을 쏟는 일본인의 이야기가, 효율에 지친 한국인들에게 작은 위안과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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