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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아누틴 총리의 '실언'이 드러낸 동남아 '체면 외교'의 추한 실체

by fastcho 2025.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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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아누틴 총리의 '실언'이 드러낸 동남아 '체면 외교'의 추한 실체

갑자기 질문입니다. 혹시 "도둑의 부하가 두목을 배신한 이야기"를 아시나요? 타이와 캄보디아의 국경 분쟁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10월 말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까지 직접 중재하며 체결한 평화협정이 고작 2주 만에 "이행 중단"이 되어버렸거든요. 그 범인은 지뢰가 아니라, 타이 아누틴 총리의 한 마디입니다.

"실언"이 평화를 날려버린 순간

11월 1일, 아누틴 총리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ASEAN 회의에서 뜻밖의 말을 내뱉고 맙니다. "캄보디아가 우리 영토를 침략했을 때, 우리도 상대를 침략했다"고요. 어? 잠깐만요. 이건 큰일입니다. 타이 정부의 공식 입장은 "분쟁 지역은 타이 영토"라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도 잘못했다"고 말해버렸거든요. 이는 수차례 군부 쿠데타를 경험한 타이에서 가장 큰 금기인 "주권 문제 양보"였던 겁니다.

국내에서 즉각 대반발. "국민과의 대화를 소홀히 한 내 책임입니다.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습니다"라며 단 9일 만에 토로 사과하게 됩니다. 마치 아이가 부모에게 혼나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모습 같네요.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기 위한 "강경 포즈"

여기서부터가 동남아의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잃어버린 체면을 되찾으려면 상대에게 강한 태도를 보여줄 수밖에 없거든요. 11월 10일, 타이 군 병사 2명이 국경에서 지뢰를 밟아 부상당했습니다. 그 동안 조정이 진행 중이던 캄보디아 병사포로 18명의 석방은? 중단. 겨우 시작된 중화기 철수는? 중지. "이행 중단"이라는 최강카드까지 꺼내버렸습니다.

캄보디아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훈센 상원의장(사실상의 권력자)이 SNS에 "캄보디아가 재개를 요구한 적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거든요. 마치 코미디 연기 같습니다.

일본 경제로 치면, 도시바의 내분 같은 거예요

여기서 한국 독자 분들께 이 상황을 일본 경영진의 감각으로 이해해보겠습니다. 이건 일본 경제에서 말하는 "경영진 실언이 초래한 기업 위기"와 똑같습니다. 과거 도시바 비리 회계 사건처럼, 경영진의 한 마디가 전 사원을 혼란에 빠뜨리고 직원들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것 말이에요. 아누틴 총리의 실언은 타이 국내의 군부와 국민의 신뢰를 흔들어놓고, 겨우 시작된 외교 협상 전체에 찬바람을 끼얹은 겁니다.

여기에 아누틴 총리는 올해 9월 정권 출범 당시 "내년 1월 말까지 의회 해산 약속"을 했었습니다. 국경 검문소 재개는 표로 이어지지 않으니까요. 오히려 강경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지지율을 올리고 싶은 속셈이 보인다는 거죠.

크메르 유적 "탁와이 사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사실 이번 분쟁의 진짜 불씨는 여기에 있습니다. 타이 동북부 수린 현 인근에 있는 "탁와이 사원"이라는 크메르 유적 말이에요. 지금까지 양국이 공동 관리해온 이곳이 7월 이후 캄보디아군이 실효 지배하고 있거든요.

타이 국방장관 나타폰은 "사원 반환에 관한 평화적 협상이 불성공으로 끝나면 무력 행사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일종의 폭탄 선언이네요.

경제 손실은 월 660억 원. 일본계 기업도 대타격

5월부터 현재까지 계속되는 국경 폐쇄로 인한 경제 손실은 월 140억 바트(약 660억 원). 이는 캄보디아의 GDP의 약 2~3%에 해당하는 엄청난 타격입니다. 특히 고생하는 쪽이 캄보디아 주재 일계 기업들인데, 일본 대사관까지 "국경 재개 요청"을 내놓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마치 한반도의 남북 문제처럼, 주변국(이 경우 일본 기업)까지 말려들어 있는 거예요.

개인 의견: 트럼프식 '중재 외교'의 한계를 드러낸 사건

개인적으로는 이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외교"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10월 26일, 쿠알라룸푸르 평화협정 조인식에서 트럼프는 "쿠알라룸푸르 평화협정"이라고 명명하며 자신의 성과로 어필했거든요. 하지만 동남아의 국경 분쟁은 그렇게 단순하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실 양국이 안고 있는 문제는 복잡하기 짝이 없습니다. 영토 주권, 민족 감정, 정치 권력 기반, 그리고 경제 이해관계. 이 모든 것이 얽혀있는 문제를 외교 문서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총리의 한 마디가 모든 것을 날려버린다. 이게 현실입니다.

더 무서운 건 앞으로의 전망입니다. 내년 1월 의회 해산을 앞두고 아누틴 총리가 어떤 수를 쓸지. 강경 자세를 계속 유지할 건지, 아니면 온건 노선으로 돌아설 건지. 그 판단 착오가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거예요.

동남아의 정치는 정말로 "체면", "감정", "권력 기반"으로 돌아갑니다. 이성적인 외교라기보다, 타이 드라마를 보는 듯한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다만, 그 엔터테인먼트의 대가는 월 660억 원이라는 무거운 현실이라는 거죠.

일본 기업 분들은 이처럼 이웃 나라들 간의 감정적 대립에 좌우되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사업 전개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솔직히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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