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엔저" 속 일본의 재정 위기... 20조엔 보정예산의 공포
여기가 일본이다. 지난주 일경 헤드라인을 장식한 "다카이치 엔저(高市円安)"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이름과 "엔이 약해진다"는 뜻의 '엔야스(円安)'를 합친 조어인데, 정말 그 말이 딱 맞는다. 총리가 공석에 앉자마자 엔화는 9개월 만에 달러당 155엔까지 떨어졌다. 비유하자면, 대통령이 바뀌자 원화가 자살 행진을 시작한 것과 같은 상황이다.
시장이 공포에 빠진 이유: 20조엔의 악수 게임
문제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은 다카이치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부 경제재정자문회의 멤버 구성을 보니 "우리는 맘껏 돈을 쓸 것"이라는 신호가 노골적이었다. 특히 쿠로다 시게오 전 일본은행 총재 시절 부총재를 지낸 와카타베 마사스미 와세다대 교수 같은 극강의 재정지출파들을 꼽아버렸다. 이들은 "2025년도 보정예산이 20조엔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조엔? 한국 돈으로 치면 약 200조 원대다. 일본 작년 보정예산 (13.9조엔)의 44% 증가다. 이건 "조금만 더 쓰자"가 아니라 "크레이지하게 쓰자"는 신호인 것이다.
국채 폭탄, 금리 급등의 악순환
여기서 가장 치명적인 문제가 터져나온다. 국채 증발 우려다. 시장 전문가들은 "20조엔대까지 가면 국채를 무지막지하게 발행해야 한다"며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30년물 국채와 10년물 국채 금리 차이(Yield Curve Steepening)가 1.5% 대까지 벌어졌다. 이건 10월 초순 다카이치 정부 출범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쉽게 말해, 시장은 "일본이 엄청난 빚을 더 질 거다"라고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주의깊게 봐야 할 상황"
여기가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부분이다. 일본의 재정 위기는 곧 엔화 약세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 수출 경쟁력에 직결된다. 일본이 20조엔 보정예산을 들이붓고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엔화는 계속 약해질 것이다. 달러당 155엔, 160엔까지 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한국의 제조업 입장에서는? 일본과의 경쟁 구도에서 유리해 보일 수도 있다. 근데 잠깐만. 일본이 적극적으로 재정 지출을 하는 것은 일본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를 살리겠다는 뜻이다. 즉 일본 내수 시장 자체가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거다. 게다가 엔화 약세는 일본의 수출 기업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 가격이 더 쌌으니까.
시장의 신경전: 155엔이 "용인선"일까?
흥미로운 점은 일본 당국이 실제로 환율 개입을 할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편집앞 칼럼을 보니, 정부가 155엔 정도는 "용인"하고 있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마치 한국 정부가 원화 약세를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과거 일본의 환율 개입은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이 있을 때였다. 그런데 지금은 느릿느릿 내려가고 있다. 약 9개월간 겨우 5% 정도 엔화가 약해진 것이다. 2022년 9월에는 한 달반 사이에 11% 이상 떨어졌다고 하니, 이번엔 상대적으로 천천히 가는 셈이다.
개인적 관찰: "무책임한 적극재정의 유혹"
잠깐,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한다. 다카이치 정부가 정말 올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건가?
일경 기사를 읽다 보니 느껴지는 게 있다. 야마오 마사시 와세다대 교수 같은 극강의 재정지출파들은 "네트 자금 수요를 마이너스 5%로 가야 한다"며 30조엔(약 30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출이 "이상적"이라고 주장한다. 이건 뭐하는 짓인가? 이미 1,200조엔대(약 1경 원) 이상의 국채를 지고 있는 일본이 더 쓰라고?
물론 경제학적 논리야 "경제가 성장하면 세수가 늘어나고, 그럼 빚도 상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근데 이건 모두가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재정 지출이 기대만큼 경제 성장을 못 이끌어내면? 그럼 그냥 빚만 남는 거다. 일본은 이미 "잃어버린 30년"을 겪었다.
한국의 교훈
여기가 핵심이다. 한국도 이런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번 경제가 좀 어려워지면 "재정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것도 일리가 있다. 근데 일본의 사례를 보면, 계속된 적극재정은 결국 국채 부담만 늘렸고, 지금 금리까지 오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 것 아닌가.
한국도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 최고의 재정 정책이라는 것이다. 구호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정말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다카이치 엔저, 일본의 위기는 한국의 교훈이다. 시장이 던지는 신호를 무시하는 정부는 결국 역사의 법정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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