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닛산·혼다 미국 협업은 '약발이 떨어진 둘의 마지막 홈런'
한 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던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최근 미국에서 "잘 나가던 친구들의 눈물겨운 합작" 을 준비 중이라니, 정말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닛산(日産)의 이반 에스피노사 회장이 지난 13일,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혼다(本田)와 미국에서 차량 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니까 말이다.
혼자서는 못 되겠다는 신호탄이 올린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부품 협력이 아니라 파워트레인(구동장치) 공동개발까지 나서는 상황이니 얼마나 절박한지 알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높은 관세 정책 속에서 두 회사가 미국 시장에서 생존전을 펼치고 있다는 뜻이다.
닛산의 '미국 악몽'...어떻게 이지경까지 됐나?
요즘 닛산만큼 슬픈 회사가 있을까. 이 회사는 예전 2023년도에만 해도 북미 지역에서만 영업이익 3천344억 엔을 벌어들였다. 전체 영업이익 5천687억 엔의 60% 가까이를 미국에서만 챙긴 것이다. 그런데 24년도 들어서자 북미 사업이 383억 엔의 적자로 뒹굴고 있다니, 이게 얼마나 빠른 추락인가.
뭐 때문에 이렇게 됐냐고?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략 실패다. 미국 시장에서 SUV를 중심으로 하이브리드(HV)가 대세인데, 닛산은 전기차(EV)만 밀었다. 미국인들은 EV보다는 '연비 좋은' HV를 원했던 것이다. 심지어 신차 출시도 형편없었다. '킥스'나 '뮤라노' 같은 신차들을 내놨지만 줄을 서야 할 정도의 히트작은 없었다.
게다가 미국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니까 딜러들에게 줄 인센티브(판매 보조금)만 늘어났다. 결국 수익성은 바닥을 친 것이다. 한마디로 닛산은 상품 경쟁력에서 밀렸다. "값 깎아주세요" 하면서 팔고 있는 꼴이 된 셈이다.
혼다도 마찬가지다...적자로 신음 중
혼다라고 다를까? 혼다도 25년 4~9월 반기에 자동차 사업이 적자를 기록했다. 북미에서 EV 판매에만 목메고, 수익성이 곤두박질쳤다. 결국 둘 다 미국에서 온기가 사라진 시체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트럼프의 25% 고관세라는 칼이 날아오니, 이건 마치 이미 넘어진 사람을 다시 발로 차는 격이다. 닛산만 해도 25년도에 2천750억 엔의 관세 부담을 예상하고 있다. 천문학적 금액이다.
왜 하필 지금? '경영통합 파기'의 뒤풀이인가?
여기서 재밌는 얘기가 나온다. 닛산과 혼다는 작년 8월에 EV 개발 등으로 포괄적 업무 제휴를 맺었다. 그 후 12월에는 무려 경영 통합까지 논의했다. 그런데 2월에 금방 파기돼 버렸다. 왜? 혼다가 닛산을 자회사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닛산 입장에서는 "우리를 자회사로 만들어?" 이 정도면 거절하지 않겠나.
그 이후 둘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지내다가, 미국이 개판이 되니까 "우리 다시 손잡아야 할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한 것 같다. 이번엔 통합이 아니라 '협업' 이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마치 헤어진 커플이 경제적으로 힘들어지니까 "우리 다시 한 집에 살까?" 하는 식이다.
미국 관세와의 '싸움'...협업이 무기?
이제 핵심이다. 왜 협업인가? 에스피노사 회장은 "두 회사 모두 미국 생산 체제도 광범위하고, 공급망도 넓고, 개발 능력도 높다"면서 "결과적으로 관세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했다. 즉, 미국에서 생산하는 비중을 높이면 관세 타격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재밌는 건 닛산이 미국 공장에서 혼다용 픽업트럭을 생산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닛산 입장에서는 가동률 낮은 공장을 돌릴 수 있고, 혼다는 설비 투자 없이 픽업트럭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다. 이거 참, 한 마리 토끼로 둘을 잡는 구조네.
도요타와의 '격차'...닛산·혼다는 왜 이래?
비교해 볼까. 도요타는 12일 미국에 향후 5년간 최대 100억 달러(약 1조5천억 엔)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HV 현지 생산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전에는 100억 달러 투자라고 했다가 또 100억 달러를 한다는 건가? 잠깐, 그게 아니라 작년에 100억 달러 투자했고, 이번엔 추가로 100억 달러를 더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총 200억 달러 규모다.
도요타는 미국에 이미 70년간 약 60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자랑한다. 비교가 안 된다. 이게 바로 체력과 전략의 차이인 것이다. 닛산과 혼다는 "함께 생존하자"고 하는데, 도요타는 "나 혼자도 지배한다"고 하는 상황이다.
개인적 평가...닛산이 정말 걱정된다
솔직히 말해서, 이 협업은 "긍정적 신호"라기보다 "필사적 신호" 에 가깝다. 닛산이 겪는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17년도에 600만 대에 육박하던 닛산의 세계 판매량이 25년도에는 325만 대까지 줄어들었다고 한다. 절반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에스피노사 회장은 26년도 자동차 사업에서 영업 흑자를 목표로 잡았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할까? 이번 협업이 실제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차량 개발, 파워트레인 공동개발, 심지어 닛산이 혼다용 픽업트럭을 생산한다는 계획까지...이 모든 게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닛산이 프랑스 르노와의 자본 제휴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23년도에 서로 15%씩 출자하기로 했던 건데, 이제는 10%로 낮추려고 한다. 결국 누구와 손을 잡을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미국에서만 혼다와 협업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경영 방향성이 정말 흔들리고 있다.
한국인이 봐야 할 포인트
한 가지 분명한 건, 미국의 고관세 정책이 일본 자동차 회사들을 어떻게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독립적 경영전략이 무너지고, 협업이 생존의 핵심이 되어버린 것이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는 어떨까? 현대·기아도 미국 시장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거다. 만약 현대가 기아와 미국에서 협업한다는 뉴스가 나온다면? 그건 위기신호다. 하지만 현대·기아는 그나마 국내에서 수익성이 괜찮고, 실적도 꽤 좋다고 들었다. 닛산과의 비교에서 한 발 먼저 나가 있는 셈이다.
또한 이 협업은 닛산·혼다의 '약진'보다는 '약발이 떨어졌다' 는 신호로 봐야 한다. 한국도 일본도 중국의 저가 EV 공세에 밀리고 있고, 미국 정부의 무분별한 보호주의에 휘말려 있다. 결국 자동차 업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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