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PD의 일본 경제: 트럼프의 '돈로주의' 선언과 판이 바뀌는 세상
'조PD의 일본 경제'입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격랑 속에 있습니다. 오늘 다룰 세 가지 이야기는 바로 이 변화의 핵심을 짚어봅니다. 첫 번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6개 국제기구 탈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국제 질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파고들겠습니다. 두 번째, 일본에서는 J-POP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도 모를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창작자 경제의 판을 바꾸는 저작권법 개정 소식입니다. 마지막으로, "고맙다"는 말이 월급이 되는 시대, Z세대를 넘어 알파세대가 열어가는 '공감 경제권'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통해 미래의 자본주의를 엿보겠습니다. 그럼, 첫 번째 주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 '미국 없는 세계'의 서막 - 트럼프의 66개 국제기구 탈퇴 선언
세계 지도자들이 금리나 무역 같은 익숙한 경제 문제에 골몰하는 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제 질서라는 판 자체를 뒤엎어 버렸습니다. 지난 1월 7일, 그는 무려 66개에 달하는 국제기구와 조약에서 탈퇴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해 온 다자주의 시대의 종언을 고하는 지정학적 대지진입니다. 멀리 떨어진 미국의 정책 변화가 왜 우리에게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지금부터 그 이유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분석: 힘에 의한 질서, '돈로주의'의 등장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지시한 기구들의 면면을 보면 그의 의도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 몇 군데를 손보는 수준이 아닙니다.
- 국련 기후변화협약 (UNFCCC)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IPCC)
- 국련 무역개발회의 (UNCTAD)
- 국련 대학
- 국련 여성기구 (UN Women)
기후, 무역, 평화, 인권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국제 협력 틀에서 발을 빼겠다는 선언입니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국익을 희생하며 외국의 이익을 위해 수십억 달러의 세금을 쏟아붓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노골적인 '힘에 의한 질서(order by force)' 철학의 표출입니다.
이러한 탈퇴의 즉각적인 결과는 국제기구의 기능 마비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대 자금줄이었던 미국이 떠나자 전 직원의 25%에 달하는 2,000명 이상을 감원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 전 세계가 의지해야 할 보건 컨트롤 타워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셈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이 떠난 자리에 생기는 거대한 힘의 공백입니다. 중국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WHO의 경우, 중국은 의무 분담금을 늘려 미국을 대신하는 최대 자금 공여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 사회의 '게임의 룰'을 만드는 자리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사라지고, 중국의 목소리가 커지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최근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이제는 '돈로주의(Donroe Doctrine)'"라고 칭했습니다. 19세기의 먼로주의가 '우리 대륙에 간섭하지 말라'는 빗장이었다면, 21세기 트럼프의 '돈로주의'는 '우리가 당신네 집 문을 발로 찰 테니 비켜 서라'는 선전포고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고립이 아니라, 힘의 논리만을 신봉하는 위험한 팽창주의의 새로운 이름입니다.
"So What?": 한국에 닥친 안보 공백의 그림자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우리와 무슨 상관일까요? 미국의 시선이 자국과 '서반구(Western Hemisphere)'로 향하는 동안, 태평양의 군사 균형은 무서운 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은 이제 숫자로 증명됩니다. 불과 20년 만에 현대식 전투기 보유 대수는 5배로 늘었고, 해군 함정의 총 배수량은 2019년 이후에만 25%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과 주일미군의 총 배수량은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힘의 균형추가 급격히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우려스러운 지점은 미국의 이런 행보가 동맹국들이 의지해 온 '핵우산'에 구멍이 뚫렸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아시아에 대한 관여를 줄이고 있다는 신호는 중국, 러시아, 북한에게는 오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일 양국에게는 국가 안보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위협입니다.
미국이 힘으로 국제 질서의 판을 흔들고 있다면, 바다 건너 일본은 K-POP에 빼앗긴 문화 시장의 판을 되찾기 위해 조용하지만 치밀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무기는 군함이 아닌, 바로 저작권법입니다.
두 번째 주제: J-POP 부활 신호탄? - 가수에게도 BGM 저작권료를!
K-POP이 전 세계를 휩쓰는 동안 잠잠했던 J-POP이 반격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음악계의 이슈가 아닙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의 문화 '소프트 파워'와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꺼내 든 전략적인 움직임입니다. 바로 상업시설에서 흘러나오는 BGM 사용료를 작곡가뿐만 아니라 가수와 연주자에게도 지급하도록 저작권법을 바꾸려는 것입니다.
분석: 142개국은 하는데, 일본은 왜 이제야?
이번에 일본 문화청이 도입하려는 핵심 제도는 '레코드 연주·전달권(Record Performance and Transmission Right)'입니다. 쉽게 말해, 식당이나 매장에서 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작곡가처럼 나(가수)에게도 돈이 들어온다는 뜻입니다.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림을 통해 간단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 기존 방식: 상업시설 → JASRAC(음악저작권협회) → 작사/작곡가 (저작권자)
- 변경 방식: 상업시설 → 새로운 저작인접권 관리단체 추가 → 가수/연주가 (저작인접권자)
놀라운 사실은 이 권리가 이미 전 세계 142개국에서 도입된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점입니다. 일본은 왜 이렇게 늦었을까요? 기사에서는 "상업시설 측의 부담 증가"를 이유로 논의가 미뤄져 왔다고 꼬집습니다. 결국 아티스트의 권익보다는 기업의 부담을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는 냉소적인 해석이 가능합니다.
이 변화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 효과는 상당합니다. 문화청은 이 제도가 2024년에 도입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일본 아티스트들이 해외에서만 24억 엔(약 220억 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만약 시장이 연 10%씩 성장한다면 2034년에는 그 금액이 139억 엔(약 1,270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키워 2033년까지 해외 매출 20조 엔을 달성하겠다는 거대한 목표와 맞닿아 있습니다.
"So What?": K-POP과의 비교 및 시사점
이 소식을 들으면 이런 질문이 떠오릅니다. "한국에서는 아티스트들의 수익 분배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일본의 이런 변화가 K-POP 아티스트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이번 일본의 조치는 마치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준 셰프에게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자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식재료를 키운 농부(작사/작곡가)에게만 돈을 줬던 셈이죠. 이는 일본 아티스트들에게 해외 활동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것입니다. 해외에서 곡이 사랑받을수록 지속적인 수입이 보장되니, 그 돈으로 더 활발한 해외 프로모션과 라이브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K-POP이 구축한 글로벌 팬덤과 수익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J-POP이 본격적인 추격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셰프에게도 정당한 몫을 주자는 이 당연한 논의가 끝나자마자, 일본에서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던져지고 있습니다. 바로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과연 돈이 될 수 있느냐는, 자본주의의 심장을 관통하는 질문입니다.
세 번째 주제: "고맙다"는 말이 월급이 된다? - Z세대를 넘어 알파세대가 여는 '공감 경제권'
거대한 지정학적, 산업적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쩌면 더 조용하지만 근본적인 혁명이 우리의 직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가장 젊은 세대가 이끄는 '공감 경제권'의 등장입니다. 이는 단순히 서로에게 친절하자는 캠페인이 아니라, '고맙다', '수고했다'는 감사의 표현이 실질적인 금전적 보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분석: 자본주의를 업데이트하는 '감정 보상'
이 새로운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NTT 도코모의 자회사 'Dear One'입니다. 입사 1년 차 직원이 동료로부터 "힘든 업무를 잘 해결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40포인트의 '나게센(팁)'을 받았습니다. 이 포인트는 '감정 보상'이라 불리며, 엔화로 환산되어 실제 급여에 더해집니다. 금액은 크지 않지만, 동료에게 인정받았다는 만족감은 "다음에도 더 잘해야지"라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는 전통적인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공감 경제권'의 핵심입니다. 리크루트 매니지먼트 솔루션즈의 신입사원 조사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신입사원들이 직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경쟁'은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성장', '공헌', '동료'가 최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는 270년 전 애덤 스미스가 『도덕감정론』에서 설파했던 생각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시장 경제의 토대가 바로 '공감'이라고 주장했지만, 세상은 그의 후속작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에만 열광하며 무한 경쟁의 시대로 달려왔죠. 이제야 인류가 270년 묵은 아이디어를 따라잡기 시작한 셈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 13세 창업가: 한 중학생은 클라우드 펀딩과 주변의 도움으로 회사를 설립하며 "돈보다 다 함께 회사를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합니다.
- 블록체인 학습 코인: 한 학습 센터에서는 학생들이 서로를 돕거나 가르쳐줄 때 블록체인 기반의 '에피스 코인'을 주고받으며 감사를 표합니다.
"So What?": 미래의 자본주의와 한국 사회
이러한 '공감 경제'는 단순한 복지나 좋은 기업 문화를 넘어, 전통적인 성과급이나 보너스가 주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동료의 인정과 감사가 협업과 동기 부여를 촉진하는 강력한 윤활유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한국의 치열한 경쟁 사회와 기업 문화 속에서 이런 '공감 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MZ세대는 과연 돈과 공감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까요?"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오직 이윤 추구 과정에서 희미해졌던 인간적인 연결과 감사의 가치를 다시 경제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알파 세대는 바로 이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자본주의를 한 단계 업데이트할 첫 번째 세대가 될지도 모릅니다.
클로징: 방송 마무리
오늘 우리는 세 가지 큰 변화의 흐름을 짚어봤습니다. 트럼프의 선언으로 시작된 지정학적 격변에서부터, J-POP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의 문화 경제 전략, 그리고 우리의 일터에서 '가치'의 정의를 바꾸고 있는 '공감 경제'까지.
글로벌 권력의 이동부터 우리 책상 위에서 오가는 '감사'의 가치에 이르기까지, 세상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생각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위에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다음 주에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조PD의 일본 경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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