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AI 스타트업 '오르츠' 사건, 한국인들이 꼭 알아야 할 충격의 진실
매출 90%가 "귀신"이었다
일본에서 최근 터진 스타트업 사기 사건이 전 아시아 투자 커뮤니티를 흔들고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AI 스타트업 오르츠(Ortz)가 매출의 90% 가까이를 날조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더 황당한 건, 이 기만이 공인회계사 시험에 나올 정도로 고전적인 수법이었다는 점이다. 순환거래(circular transaction)라고 불리는 이 기법은 1960년대부터 존재해왔다. 자기들끼리 돈을 주고받으며 매출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감시라면 코 풀고도 알아챌 수 있는 수준이었다.
상장도 했는데, 1년 후에야 적발됐다
2024년 10월, 오르츠는 1000억 엔 대의 시가총액으로 도쿄 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후인 2025년 4월, 증권거래 감시위원회가 내부 고발자의 신고를 받고 본격 조사에 나섰다. 그리고 7월 29일 제3자 위원회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대규모 불정행위의 전모가 드러났다.
한 가지 더 충격적인 건, 오르츠의 매출 성장 곡선 자체였다. 2020년 회사 설립 초기부터 자금난에 시달렸던 이 회사의 보통예금이 1000만 엔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 그런데 2023년 12월 결산 기준으로 매출이 41억 엔으로 급증했다. 3년 사이에 74배 성장이라는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보였다.
사기의 구조는 이렇게 단순했다
오르츠의 주력 서비스는 AI 회의록 작성 서비스였다. 회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텍스트화하고 발언자별로 자동 정렬해주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이 서비스를 실제로 거의 안 썼다.
그러니까 어떤 일이 일어났나? 창립자 요네쿠라 가즈키와 CFO 히오키 유우스케 등 경영진은 광고회사에 낸 광고비를 판매대리인을 통해 다시 돌려받아서 자사 서비스 구매로 계상했다. 단순하면서 정교한 자기 순환 거래였다.
내부 압박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장 전 여름, 경영진은 웹 회의에서 직원들에게 "9월까지 월간 지속 수익(MRR)으로 수억 엔대를 만들어내라"고 지시했다. 일부 직원은 자신의 급여와 같은 액수로 오르츠의 회의록 서비스 구독료를 강제로 내도록 사실상 강요받았다. 받은 급여를 고스란히 회사에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감시자들은 뭐했나? 충격의 무능함
가장 놀라운 건 "어? 이건 좀 수상한데?"라고 의심했던 사람들이 실제로 여럿 있었다는 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제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화 증권의 의심: 주간사로서 2024년 9월, 대화 증권은 오르츠의 바터거래(상호간의 물품 교환)를 의심했다. 즉, 고객이 되어달라고 돈을 주고 서비스를 구매하게 하는 일이 의심스럽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오르츠 최고재무책임자들은 조작된 자료를 제출해서 대화 증권을 속였다.
중소 회계법인의 무능: 오르츠의 감시 회계법인은 시도(Sidō)라는 직원 9명의 중소 법인이었다. 전임 회계법인이 "순환거래가 의심된다"고 경고 문서를 남겼음에도, 시도는 그 거래를 계약 해지시킨 후 실제로는 계속되는 순환거래를 보지 못했다. 서명서 같은 서류 검토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한계 고백: JPX의 최고경영책임자 야마미치 히로키는 "이 정도까지 철저하게 거짓을 만들어내면 감지하기 어렵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감시 담당자는 약 50명이고, 보통 3명이 한 건의 IPO를 감시한다. 사회적 신뢰에 기반해 설계된 시스템은 본질적으로 성악설(性悪說)에 대비하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벤처캐피탈도 문제였다
더 깊은 문제는 투자자 쪽에도 있었다.
오르츠는 2022년 35억 엔의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재팬 씨드(JAFCO), SBI 인베스트먼트 같은 대형 VC들이 선투자하면서 신뢰성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싱가포르 정부 투자회사까지 가세했다.
그런데 여기서 일본 금융청이 지적한 게 중요하다. VC들이 펀드의 운용 실적을 확정하기 위해 투자 기업에 "빨리 상장해달라"고 압력을 넣는다는 것이다. 회사가 아직 내부 통제 체계를 갖추지 못한 미성숙 단계에서 주식시장에 뉘어진다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VC 투자자들은 투자 후 주식이 오르면서 이익을 챙겼지만, 상장 후 불정이 드러났을 때는 벌써 주식을 팔아치운 후였다. 재팬 씨드는 "이미 투자 간가를 초과해서 회수했으므로 투자 손실이 없다"고 공개 발표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1700만 엔을 오르츠 주식에 투자한 뒤 손실을 입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잊혀질까?
더 걱정스러운 건 일본 VC 업계 단체가 재발 방지나 자주 규칙 발표를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감시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내부적으로 심사 매뉴얼을 개정했지만, "보통 회사에서 '왜 여기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불평할 수 있다"며 완전 강화에는 주저했다. 즉,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가지 않도록 심사를 약하게 유지하려는 의지가 여전한 것이다.
오르츠 이후의 변화? 감시 기관들은 "과거의 유사 사안을 찾아내서 필요하면 심사 항목을 확대하겠다"는 정도로 머물렀다. 마치 늦은 깨달음처럼, 이미 광장에 터진 말을 이제야 되돌리려 하는 꼴이다.
한국인들이 꼭 알아야 할 이유
이제 핵심이다. 왜 이 사건이 한국 투자자들에게 중요한가?
첫째, 한국도 비슷한 시스템 구멍이 있다. 최근 한국 정보통신진흥협회(KIBO)에서도 보증대출 4억 8000만 원대가 부정 목적으로 사용된 사례가 발견됐다. 이는 기술 금융 기관도 감시 역량을 초과한다는 뜻이다.
둘째, "멋진 기술 = 좋은 투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워야 한다. ChatGPT 열풍에 편승한 화려한 AI 기업들 중 상당수가 오르츠처럼 기초적인 회계 부정으로 버티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남아의 수산업 스타트업 이피셔리(eFishery)도 비슷한 맥락에서 2025년 매출을 18% 과장하다 적발되지 않았나.
셋째, 대형 VC와 일반 투자자의 정보 비대칭은 해결되지 않았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VC들은 상장 전 수익을 챙기고, 일반 주식 투자자들은 나중에 패를 쓴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현실이지만, 최소한 그 시스템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 조언: 의심하는 투자자가 상을 받는다
오르츠 사건이 보여주는 건 이거다. 완벽한 감시 시스템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스템을 포기하면 안 된다. 대신 개별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게 있다.
아무리 멋진 피치 자료도 "이 숫자가 진짜일까?" "고객들이 정말 이 돈을 낼까?" "왜 성장이 이렇게 급할까?"라고 의심하는 눈이다. 일본의 감시 기관들도 했어야 할 그 질문 말이다.
한국 투자자라면, 아직 기회가 있다. 일본은 이미 "늦은 깨달음"의 기회비용을 치렀다. 우리는 그 비용을 조금이라도 덜 치를 기회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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