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P30에서 벌어진 '미중 기후 외교전', 한국인들이 꼭 알아야 할 이유
브라질 벨렘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동 회의 COP30, 미국 없는 자리에서 중국의 존재감만 커지다
요즘 국제 뉴스를 보다 보면 한 가지 신기한 현상이 눈에 띈다. 미국이 자리를 비우면 중국이 나타난다는 거다. 이번 COP30 기후 회의가 정확히 그런 경우다. 지난 11월 6일 브라질 아마존 하구의 도시 벨렘에서 열린 COP30 첫 이틀간의 정상급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대표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무려 '대표 불참'이다. 이게 얼마나 파격적인지 아는가?
지금까지 국제회의에서 미국의 부재는 마치 축구 경기에 골키퍼 없이 나가는 것과 비슷했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아도 뭔가 허전하고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는 얼기설기한 느낌이 된다는 뜻이다. 특히 기후변동 문제는 국제 협력이 필수불가결한 분야인데,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2위인 미국이 완벽하게 자리를 비워버렸다.
트럼프가 떠나간 자리에 중국이 무엇을 했나
트럼프 행정부의 부재 속에서 중국은 정말 슬기로운 대응을 했다. 중국의 정 설향 부총리(사실상 2인자)가 직접 나타났다.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멤버 중 한 명으로 서열 6위인 실력자다. 그는 첫 연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 "중국은 약속을 지키는 나라다".
이건 사실 미국에 대한 간접적인 비아냥이다. 미국은 1월에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으니까. 마치 "우리가 책임감 있는 성숙한 국가고, 넌 아니잖아"라고 말하는 것 같은 뉘앙스다. 이 정도면 국제외교의 작은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 9월 시진핑 주석이 선언한 2035년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7~10% 감축)를 강조했다. 이는 절대적 배출 감축 목표를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말하자면 "우리가 진짜로 기후변동 대응에 나섰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중국이 정말 기후 강국이 될 수 있을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최근 15년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분의 90%를 차지했을 정도다. 범인이 착한 사람 행동을 하는 거 아닌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중국은 동시에 재생에너지 발전 장비의 절대강자이기도 하다. 태양광 패널 세계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아프리카 25개 국가가 중국에서 수입한 태양광 패널 용량이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흥미롭지 않은가?
중국은 재생에너지 관련 인프라와 자금력으로 개발도상국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는 마치 "너희가 필요한 녹색 에너지는 다 우리가 제공해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말하자면 기후변동 대응 분야에서 새로운 패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한국이 중국에 밀려나고 있지 않나?
여기서 한국인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 나온다. 정상급 회의에서 일본도 빠졌고, 인도도 빠졌고, 중국도 빠졌다. 그렇다면 한국은? 고이스 조기 전 국무총리... 아니, 잠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 대응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한국은 어떻게 됐을까?
한국은 이 자리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는 사실 우려스러운 신호다.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면서 환경 기술도 뛰어나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전자제품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COP30 같은 국제 무대에서 한국이 "우리도 참여하고 싶습니다"라는 목소리를 내려면 좀 더 공격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이 놓치고 있는 큰 기회: 순환경제 분야
COP30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 또 하나 있다. 일본이 주도하는 재활용 및 순환경제 분야의 새로운 국제 표준이 나오고 있다는 거다. 도요타, 애플, 파나소닉, 독일 폭스바겐 등이 함께 재생 플라스틱과 금속의 사용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국제 규범을 만들고 있다.
이건 정말 중요한 움직임이다. 왜냐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는 새로운 자원 채취와 가공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석유 채굴, 정제, 금속 추출 같은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래서 순환경제가 기후 대응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대기업들도 충분히 이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한국 기업들은 이런 국제 규범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
"돈이 부족하다"는 개발도상국들의 절박한 외침
COP30에서 또 다른 화제는 기후 금융이다. COP29에서 합의한 "바쿠-벨렘 로드맵"에 따르면 2035년까지 개발도상국에 연간 1.3조 달러의 기후금융이 흘러가야 한다. 그런데 현재 속도로 보면 기껏해야 4000억 달러 정도에 그칠 것 같다.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는 극도로 간절하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현재의 국제 자금은 크게 부족하다"고 못을 박았다. 인도는 "자금, 기술, 역량 개발에 접근할 수 없으면 개발도상국은 기후 대응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한국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한국은 선진국인가, 개발도상국인가? 한국은 OECD 국가이고 경제 규모가 크다. 하지만 지역적으로 보면 아직도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있는 위치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역할은? 한국이 이 gap을 메우는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부재, 중국 대공세... 그 사이에서 우리는?
결론적으로 COP30에서 벌어진 일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미국이 빠진 자리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국제 기후 협력을 주도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재생에너지 산업, 개발도상국 지원, 녹색 기술 수출에서 중국의 입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안타깝게도 눈에 띄지 않는다. 한국은 충분한 역량과 기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COP30 같은 국제 무대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순환경제나 기후금융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앞으로 한국이 국제 기후 협력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국 중국의 영향권 안에서 자신의 입지를 점점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기후변동은 사라지지 않는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에서 리더십을 가진 국가가 향후 국제정치에서의 패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이 흐름에서 비켜서 있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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