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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눈물과 AI 거품 붕괴의 서막

by fastcho 2025.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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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눈물과 AI 거품 붕괴의 서막

'조PD의 글로벌 경제'입니다.

모두가 인공지능(AI)이 열어줄 빛나는 미래를 이야기할 때, 월스트리트에서는 차가운 현실의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나스닥이 올 4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는데, 이게 단순한 조정일까요, 아니면 거품 붕괴의 전주곡일까요?

첫 번째 주제: 혼다의 눈물, 반도체가 자동차의 발목을 잡다

글로벌 경제의 바로미터는 단연 자동차 산업입니다. 수만 개의 부품이 얽힌 공급망의 정점이자, 한 국가의 제조업 경쟁력을 상징하죠. 그래서 일본 대표 기업 혼다의 실적 전망 하향 소식은 단순한 한 기업의 뉴스 그 이상입니다. 이는 일본 경제는 물론, 촘촘하게 연결된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보내는 경고등과 같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혼다가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춘 핵심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1. 아시아 시장의 부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신흥 강자로 떠오르던 동남아시아에서의 판매량이 뚝 떨어졌습니다.
  2. 반도체 부족 사태: 네덜란드 공급사 Nexperia의 칩 부족으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무려 1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4천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3. 경쟁 심화: 특히 태국과 같은 시장에서는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를 내걸며 혼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레시피와 주방장이 있어도, 식당에 소금이 떨어지면 음식을 내놓을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자동차 설계 기술과 생산 능력을 갖춰도, 손톱만 한 칩 하나가 없으면 수천만 원짜리 자동차가 공장에 멈춰 서는 겁니다. 이번 혼다 사태는 단순한 공급망 관리의 실패를 넘어 훨씬 더 불길한 신호를 보냅니다. 바로 미중 기술 전쟁이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갈등이 더 이상 뉴스 헤드라인 속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자동차 회사 한 곳에 1조 4천억 원의 실제 손실을 입히는 현실이 되었다는 겁니다. Nexperia는 중국 소유지만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회사입니다. 미국의 압박을 받는 네덜란드 반도체 생태계의 작은 균열 하나가 혼다의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운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고작 자동차용 칩 하나가 혼다를 무릎 꿇릴 수 있다면, 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에 훨씬 더 깊숙이 얽혀있는 한국의 현대차나 삼성은 과연 안전할까요?

기술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건 비단 자동차 회사뿐만이 아닙니다. 지금 월스트리트에서는 더 거대한 기술 거품이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주제: AI 잔치는 끝났나? 월스트리트의 냉혹한 현실

올 한 해, 시장을 지배한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이었습니다. AI라는 이름만 붙으면 주가가 하늘로 솟았고,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은 미래를 선점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죠.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AI의 뜨거운 잔치가 끝나가는 걸까요? 최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폭락하면서, 시장은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냉기는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습니다.

  • 나스닥 종합 지수: 한 주 만에 3% 급락하며 지난 4월 이후 최악의 한 주를 기록했습니다.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1.2% 하락했습니다.
  • S&P 500 지수: 1.6% 하락했습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총아로 불리던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 팔란티어 (Palantir): 한 주간 11% 폭락
  • 엔비디아 (Nvidia): 7% 하락
  • 오라클 (Oracle): 9% 하락

Globalt Investments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토마스 마틴의 말은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정확히 꿰뚫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이 올해 AI에만 4000억 달러(우리 돈 약 560조 원)를 쏟아붓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그래서 그 돈으로 어떻게 돈을 벌 건데?'라고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신호는 또 있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즉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던 바로 그 남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의 하락에 돈을 걸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가 움직일 땐, 월스트리트의 모두가 긴장하기 마련이죠. 여기에 골드만삭스의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향후 12년 내에 주식 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이렇게 첨단 기술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가장 원초적인 산업인 농업 분야에서는 더 노골적인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 번째 주제: 미중 무역 전쟁의 최전선, 콩 이야기

콩, 즉 대두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닙니다. 가축의 사료부터 식용유까지, 현대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필수 자원이자, 미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놓인 강력한 지정학적 무기입니다. 이 거대한 싸움의 최전선에서 미국 농부들은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일리노이의 농부 딘 부홀츠의 이야기는 이 상황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미국 정부가 경제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에 200억 달러(약 28조 원)의 구제금융을 제공한 직후, 아르헨티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콩을 팔아치웠습니다. 이 거래로 국제 콩 가격은 폭락했고, 미국 농부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부홀츠의 분노 섞인 한마디는 미국 농부들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우리 세금으로 외국을 도와줬더니, 그들이 우리 목을 쳤다."

최근 미중 정상이 무역 합의를 타결하며 급한 불은 끄는 듯 보였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콩을 대량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죠.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브라질이 값싼 땅과 노동력을 무기로 세계 최대 콩 수출국으로 부상해, 작년 중국 콩 수입량의 70%를 차지하며 미국 농업의 멱살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시니컬한 사실은, 이 복잡한 무역 분쟁의 와중에도 아르헨티나산 콩을 중국으로 실어 나르며 막대한 돈을 번 것은 결국 미국의 거대 곡물 무역상인 '카길'과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라는 점입니다. 국가와 농부의 생존이 걸린 싸움 속에서도 자본은 국경 없이 이익을 좇는 냉혹한 논리를 다시 한번 증명했습니다. 결국 농부들의 눈물과 정치인들의 악수는 거대한 자본의 흐름 앞에서는 한낱 배경음에 불과했던 셈입니다.

국가 간의 샅바 싸움이 식량 안보를 위협한다면, 기업 간의 전쟁은 우리의 건강과 지갑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엔 100억 달러짜리 다이어트약 전쟁입니다.

네 번째 주제: 100억 달러짜리 다이어트약 전쟁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현재 7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 원이 넘는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으며, 앞으로의 잠재력은 그 이상입니다.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 '살 빠지는 거위'를 차지하기 위한 거대 제약사들의 전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입니다.

최근 화이자(Pfizer)가 신생 바이오 기업 멧세라(Metsera)를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에 인수하는 과정은 한 편의 기업 전쟁 드라마였습니다.

지난 9월, 화이자는 멧세라를 최대 73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이미 합의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조용히 끝날 것 같았던 이 딜에 피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의 최강자인 덴마크의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갑자기 더 높은 가격을 부르며 끝난 판을 뒤엎으려 한 것입니다. 이미 합의가 끝난 거래에 경쟁사가 끼어들어 공개적으로 '인수 하이재킹'을 시도하는 것은 업계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로,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려는 제약사들의 절박함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국 화이자는 가격을 100억 달러 이상으로 더 올려 멧세라를 품에 안았습니다. 멧세라가 가진 기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기존의 주 1회 주사제와 달리,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먹는 알약 형태의 치료제는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이기 때문입니다.

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을 향한 기업들의 이 거대한 M&A 전쟁은 그야말로 '21세기의 골드러시'를 방불케 합니다. 더 가벼운 몸을 원하는 인류의 욕망이 제약사들의 탐욕과 혁신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AI 거품에서 다이어트약 전쟁까지, 결국 세상은 더 나은 기술과 더 가벼운 몸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오가는 돈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듯합니다.

'조PD의 글로벌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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