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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의 "대담한 감세"가 한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

by fastcho 2025.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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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의 "대담한 감세"가 한국인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발표한 새로운 경제 대책이 한국 시장에 먹먹한 파장을 몰고 왔다. AI, 반도체, 조선 등 17개 전략 분야에 대담한 감세와 함께 복수 연도 예산 조치를 통한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전략인데, 이게 과연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일본이 벌이는 "공격적 재정 게임"의 정체

다카이치 정부의 경제 대책은 단순한 감세 정책이 아니다. 설비 투자 촉진 세제 개혁이라는 명목으로 기업들이 생산 설비에 투자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더 흥미로운 건 "즉시 상각" 제도다.

쉽게 말해, 공장 기계 같은 설비를 도입했을 때 보통은 내용 연수에 따라 여러 해에 걸쳐 감가상각비를 계상한다. 그런데 이제 일본 기업들은 첫 해에 모든 비용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당장 세금 부담이 줄어들고, 그만큼 회사 자금이 남는다. 이 남은 돈으로 또 다른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심플하면서도 구조적인 논리다.

미국도 이미 같은 방식을 취했고, 독일마저 유사한 감세 조치를 취했다. 한국도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문제는 투자 규모의 차이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AI만 해도 약 90조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기업 규모 구분 없다"는 게 함정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일본의 새로운 설비 투자 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포함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중소기업 위주로 세금 혜택을 줬는데, 이제 토요타, 소니, 파나소닉 같은 거대 기업까지 모두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의 기업 정책은 아직도 규제 일변도인 경우가 많다. 특정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동시에 지원금을 주는 이중적인 정책이 대부분이다. 일본이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투자를 촉진하려는 와중에, 한국은 기업의 규모에 따라 차별적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건 명백한 차이다.

반도체 전쟁: 한국의 위기 신호등이 켜진 이유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반도체와 AI 분야는 한국의 핵심 산업이다. 그런데 일본이 갑자기 90조 원대의 자금을 쏟아붣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밀렸지만, 반도체 제조 장비, 소재, 그리고 특수 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강자다. 이번 투자가 본격화되면, 일본 기업들은 토요타, 혼다 같은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소재와 부품을 더 많이 수입하게 될 것이고, 이는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반도체 업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미국 시장이 불안정해지자, 일본 기업들은 자국 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 규모가 다르다는 게 문제다.

조선업도 다시 활활 타오르는가?

조선 분야도 흥미롭다. 다카이치 정부는 조선업 재생을 경제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세계 조선 주문이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이 점유율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 일본까지 본격적으로 나온다는 뜻이다.

일본은 과거 세계 최대 조선국이었다가 한국에 자리를 내줬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조선 능력이 위기 상태라는 점에 착안해서,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시장을 다시 되찾으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도 조선 능력 강화를 중요 과제로 삼았으니, 일본의 이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은 높다.

"메로니 효과"와 다카이치의 계산

흥미로운 건 다카이치 총리의 국제 외교 전략이다. 이탈리아의 메로니 총리와 전화 협의를 통해 "자유롭고 열린 국제 질서"를 강조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이건 단순한 친선이 아니라, G7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다카이치는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라는 이미지를 활용해 트럼프와 개인적 신뢰를 쌓으려 하고 있다. 한 가지 팁을 줄까?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에게 "당신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주제"를 철저히 조사해서 대화를 주도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자신을 잘 이해하고 따라오는 지도자를 좋아하는 타입이라는 점을 다카이치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에는 어떤 교훈을 주나?

사실 이 모든 게 한국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제 경제 질서가 급속도로 재편되는 시대에,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과감한 정책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것이다.

일본이 반도체 90조 원, 조선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한 지금, 한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규제는 늘어나는데 투자 지원은 더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의 CHIPS Act, EU의 칩스 액트에 비해 한국의 정책은 아직도 너무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이 게임은 "누가 더 빠르게 움직이느냐"의 싸움이다. 다카이치의 경제 대책은 정치적 성공 여부를 떠나, 한국 산업계에 적어도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절박감은 분명히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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