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러 제국의 몰락, 트럼프가 버튼을 누르다
Kenneth Rogoff 하버드 대학 교수가 터트린 폭탄 같은 주장이 일본 닛케이 신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달러의 쇠퇴, 트럼프가 가속한다. 이건 단순한 경제뉴스가 아니라, 지난 80년간 세계 금융을 좌지우지해온 달러 체제의 종말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동시에 체스 그랜드마스터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Rogoff 교수. 이 사람은 2008년 금융 위기 직전에 미국 주택 거품과 유럽 금융위기를 예측해서 경제계에서 일종의 '예언자'로 통한다. 근데 이 예언자가 이제 더 큰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왜 갑자기 달러 위기인가?
먼저 상황을 정리해보자. Rogoff 교수에 따르면, 달러의 위상은 이미 2015년을 정점으로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를 팍스 달러(달러에 의한 평화)라고 부르는 체제인데, 마치 영국이 과거 '팍스 브리태니카'로 세계를 지배했듯이 달러도 그런 시대가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달러화의 세계 기축통화 점유율이 57.7%까지 떨어졌다. 과거의 압도적 지위와는 완전히 다르다.
근데 왜 이제야 문제가 되는가? 바로 트럼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제 정책, 달러를 지옥 구경 보내다
Rogoff 교수의 논리는 명확하다. 트럼프가 하고 있는 것들이 달러를 직접 죽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뭘 하고 있나?
첫째, 미친 관세 전쟁이다. 미국의 의회 승인도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관세를 막 올린다. 이건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파트너라는 신뢰를 박살낸다. 달러는 신뢰를 먹고사는 화폐다. 신뢰가 깨지면 달러의 가치도 깨진다. 마치 가짜 지폐를 캐치한 것처럼.
둘째, 연준의 독립성 침해다. 트럼프는 연준 의장을 비판하고 자기 뜻을 따르는 인사들을 집어넣으려고 한다. 이건 진짜 위험한 신호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화폐 신용의 기본 중의 기본이거든.
셋째, 무분별한 감세다. 재원 없이 확 꺼내는 감세 정책은 미국 정부의 공적 부채를 팽창시킨다. 미국 빚이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는데 더 빚을 낸다? 이건 집을 박살낸 다음 그 위에 또 짓는 거다.
언제 일어날 것 같나? 5년? 4년?
여기서 정말 오싹한 부분이 나온다. Rogoff 교수는 처음엔 향후 5~10년 안에 미국이 예상을 초과하는 물가 상승과 금리 급등을 겪게 되고 달러 신용이 급락할 거라고 예측했다. 근데 이제는 4~5년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타이머가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의 정책들이 그 타이머를 부스터 로켓처럼 가속시키고 있다는 거다.
일본은 괜찮을까? (아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일본 평론가 小竹洋之 선생의 추가 논평이 정말 흥미롭다. 그는 이 문제를 왼쪽 포퓰리즘과 오른쪽 포퓰리즘이 모두 통화 기반을 파괴한다는 관점에서 본다.
트럼프의 오른쪽 포퓰리즘뿐 아니라, 바이든 시절 민주당 좌파가 연준에 압박을 가해 저금리를 유지하도록 강요하고 무분별한 재정 출동을 한 것도 문제라는 뜻이다. 결국 양쪽 다 쓰레기라는 결론이다.
그런데 여기서 진짜 무서운 건, 작가가 마지막에 한 질문이다: "일본 엔은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일본을 보자. 데플레이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전환된 지 오래됐는데, 금융 완화 수정은 늦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재정 출동의 기세는 줄어들지 않는다. 미국이 이 지경에 빠진 이유와 똑같은 패턴이다. 달러가 위기면 엔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한국인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달러와 엔이 함께 약해지면 한국 원화는 어떻게 될까? 한국은 미국, 일본이랑 얽혀 있는 나라다. 기축통화들이 흔들리면 한국도 분명 영향을 받는다.
개인적 소회: 닭 우는 것 같지만, 다 틀렸다
이 모든 걸 보면서 드는 생각이 하나다. 경제학자들이 정치인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게 이 세상의 비극이라는 것.
Rogoff 같은 국제금융의 대가가 이렇게까지 경고해도 트럼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 정책을 고집한다. 마치 타이타닉호의 선장이 "저기 빙산이 보여요"라는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더 웃긴 건, 트럼프가 달러를 약하게 만들려고 하면서도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위상은 유지하고 싶다는 거다. 이건 마치 "내 여자친구 예뻐야 하는데 자주는 안 만나고 싶다"는 못된 심보와 똑같다. 불가능한 거다.
한 가지 분명한 건, "팍스 달러"의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다는 것. 문제는 그 다음 세상이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다. 달러의 완벽한 대체재가 없으니까. 암호화폐? 위안화? 이건 모두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지난 80년간의 질서가 무너지는 과정을 우리는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거다. 경제학 교과서가 다시 쓰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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