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상 경제학자가 경고하는 'AI 버블' vs 트럼프의 관세 폭탄...미국 경제는 과연 견딜까?
일본에서 터져 나온 스티글리츠의 '불편한 진실'
최근 일본 닛케이 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세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던진 메시지는 심각했다. 무제한적 자본주의는 막을 수 없는 불평등을 만든다는 주장이었는데, 이건 단순한 좌파의 외침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특히 흥미로운 건 스티글리츠가 최근 G20 회의에서 불평등 시정 특별위원회 설립을 주도했다는 것. 마치 지구 온난화에 대한 IPCC처럼 말이다.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이제 불평등 문제가 단순한 정치적 쟁점을 넘어 국제적 경제 위기 수준으로 격상되었다는 뜻이다.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죽인다?
스티글리츠의 핵심 주장은 다음과 같다. 자본주의가 추진하는 이기심과 근시안적 관점은 민주주의와 양립 불가능하다는 것. 지난 80년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손잡고 세계를 이끌어왔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제 그 둘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독점 자본주의의 문제. 자본주의의 본질은 경쟁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소수의 거대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경제 권력이 정치 권력으로 바뀌면서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미국에서 부자들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여기서 나온다.
뉴욕 시장 선거, 한국과 무슨 상관인가?
흥미롭게도 스티글리츠는 뉴욕 시장으로 당선된 급진 좌파 정치인을 언급했다. 이 정치인은 전월세 가격 동결과 증세 정책을 주장했는데, 스티글리츠는 이를 대체로 지지한다고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뭐냐면, 이건 뉴욕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의 문제라는 것. 서울의 월세 폭탄, 자산 불평등의 심화, MZ 세대의 전망 부족—이 모든 게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스티글리츠는 "한 번 아파트에 들어가면 집주인의 거대한 지배력에 노출된다"며 임대료 안정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마치 우리 경제 상황을 정확히 묘사한 듯하다.
AI 버블? 아니면 경제 최후의 구원?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AI에 관한 언급이다. 투자는 AI 분야를 제외하곤 매우 약하다는 것.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부문에서의 막대한 투자를 스티글리츠는 "많은 관찰자들이 보기에 버블"이라고 진단했다.
근데 여기서 키포인트. 이 버블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매우 심각한 경제 상황에 빠져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즉, 미국 경제가 AI 버블에 매달려 있다는 뜻인데, 언제까지 이게 지속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1년? 2년? 3년? 그리고 그 버블이 터질 때는 언제일까.
트럼프의 관세 폭탄, 한국이 피할 수 없는 이유
트럼프 정부는 FTA가 자유무역이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고관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이에 대해 정확히 같은 비판을 해왔던 인물이다. 그럼 왜 트럼프를 비판했나? 정책의 논리가 아니라 방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보호주의를 내세우지만, 그게 일반 미국 노동자의 삶을 개선할지는 의문이라는 뜻.
더 문제적인 건 이 불확실성 자체다. 관세가 언제 얼마나 부과될지 모른다면 기업들은 투자를 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은 농업, 건설, 의료, 음식점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민자에 의존하고 있다. 이민을 제한하면서 동시에 관세를 올리면, 인력 부족으로 임금과 물가가 동시에 오를 수 있다. 스테이그플레이션의 악몽이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 반도체, 화학, 철강 등 대미 수출이 막대한데,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한국도 피할 수 없다. 지금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주가가 흔들리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 때문이다.
달러의 종말이 시작됐나?
가장 흥미롭고도 미래지향적인 발언은 기축통화 달러의 쇠퇴에 관한 것이었다. 스티글리츠는 "인간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매우 극적인 형태로 달러의 약체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선포했다.
구체적으로는 각국의 외환보유에서 달러의 비중이 줄고 금(Gold)의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 특히 중국이 이를 대규모로 실행 중이라고 했다. 유로는 신뢰도가 낮고, 엔화는 규모가 너무 작고, 위안화는 규제가 너무 심하니 달러를 대체할 만한 통화가 없다는 게 역설이다.
흥미롭게도 스티글리츠는 케인즈가 제안한 국제 통화 '뱅코르'를 다시 제안했다. 새로운 국제 통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인데, 이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엔에 제출했던 방안과 동일하다.
일본에서 화제인 이유
일본 언론이 이 인터뷰를 크게 다룬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엔화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도 불평등 확대로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스티글리츠의 진단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결론: 시스템의 리셋이 필요한 시대
스티글리츠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충돌은 이제 피할 수 없다는 것. 트럼프의 보호주의, AI 버블, 달러의 쇠퇴—이 모든 게 동시에 벌어지고 있고, 이건 단순한 경제 사이클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는 진단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고, 불평등 문제에 더 진지하게 대응하며, 미래의 통화 시스템 재편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기초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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