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작 2주일 만에 "적"이 되어버린 일본, 다카이치 외교의 첫 시험은 대만 폭탄 발언?
"전략적 호혜관계"를 확인하고 난 지 불과 2주일. 한 번의 국회 발언이 일중 관계를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이게 진짜 외교일까, 아니면 정치 쇼일까?
반전 없는 드라마보다 더 싱거운 일중 외교의 현실
高市早苗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7일 국회에서 뱉은 "존립위기사태" 발언이 중국을 뒤흔들었다. 마치 핵폭탄을 던진 듯이 말이다. 중국이 대만에 무력 공격을 가하고, 미군이 이를 격퇴하기 위해 우리도 총을 들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미국을 방호하는" 이라는 포장지는 있었지만, 중국 눈에는 그저 "우리 집 앞에서 너들을 쏘겠다"는 선언처럼 들렸을 것이다.
중국의 "경제적 위협" 플레이북, 20년 전부터 내려오던 전술
흥미로운 건 여기서부터다. 중국 정부는 즉각 "경제적 위협" 을 꺼내 들었다. 이게 새롭지 않다는 게 진짜 포인트다. 2010년 센카쿠 열도 어선 충돌 사건 이후 희토류 수출 금지, 2012년 센카쿠 국유화 당시의 일본 제품 보이콧, 그리고 지금의 관광객 감소 권유까지. 중국의 "스크립트"는 거의 같다. "니들이 말을 안 듣으면, 지갑을 때린다" 는 거다.
14일, 중국 외무성이 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호소했다. "중국인들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이 생겼다"고. 물론 이건 말이 안 된다. 일본에 있는 중국인들이 느닷없이 위험해진 건 아니니까. 하지만 중국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경제 압박을 한다. 정치 분쟁을 국민의 안전 문제로 둔갑시키면서 말이다.
1조 7265억 엔의 위협, 그게 맞나?
숫자로 보면 이 위협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2024년 방일 중국인 관광객이 쓴 돈이 1조 7265억 엔 이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소비의 21.2%를 차지한다. 고급 백화점들은 면세 매출의 58%를 중국인에게 의존한다. 이들이 안 오면? 일본 관광업계는 타격을 입는다.
이미 중국 항공사 3곳(중국국제항공,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이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일본행 항공권 취소 수수료를 무료로 받기로 했다. 번역하면 "일본 가지 마"라는 신호다. 호텔과 백화점들은 벌써 "다음 주부터 단체 취소가 쏟아질 것"이라며 전전긍긍이다.
다카이치 정부의 "빠져나갈 수 없는" 악순환
여기서 다카이치 총리는 진짜 곤경에 처했다. 발언을 철회하면 자신의 보수 지지층한테 욕먹고, 철회 안 하면 중국의 경제 압박을 견뎌야 한다. 마치 밤새 숟가락을 곯아먹는 쥐 같은 상황이다.
게다가 다카이치 사나에는 5년 가까이 자민당 정조회 회장으로 활동한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 이다. 대만과의 연대, 군사력 강화, 신일본주의 같은 게 자신의 정체성인데, 중국에 꼬리를 내릴 수는 없다는 게 정치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 일본 정치는 소수 여당 체제로 들어갔다. 니키 다로라는 "중국의 다리" 역할을 하던 정치인이 없어진 상황이다. 공명당도 연립에서 빠져나갔다.
중국의 "상징적 제스처", 사실은 겨냥된 신호탄?
가장 웃긴 부분은 여기다. 중국 대오사쿠 총영사 薛剣 (설검)이 X(구 트위터)에 "더러운 목은 잠깐의 주저도 없이 베어버리겠다" 고 뱉었다. 외교관이, 공식 계정에서, 일국의 지도자를 향해 폭력을 암시하는 표현을 썼다.
이건 중국도 "화났다"는 신호인 동시에, 일본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중국은 왜 "합리적인" 항의가 아닌,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표현 으로 나왔을까? 그건 일본이 중국의 경제적 위협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 같은 경제전" - 2010년과 2025년의 차이
지난 15년을 보면 중국의 경제 압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있다. 2010년 희토류 사태 때 일본은 처음엔 중국에 크게 의존했지만, 지금은 호주·몽골·베트남 등에서 공급을 받으면서 의존도를 93%에서 58%로 낮췄다.
하지만 관광과 소비재는 다르다. 단순한 수입품이 아니라 "민간 교류"라는 소프트파워기 때문이다. 관광객이 안 오면, 그건 "경제 전쟁"이 아니라 "심리 전쟁"이다. 국민들이 "일본은 위험하다"는 인상을 받게 되고, 이게 장기화되면 정치적 국면까지 넘어간다.
다카이치의 비밀 무기, "국가안전보장국장" 市川恵一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10월 중순, 예상 밖의 인사를 단행했다. 국가안전보장국장 자리에 市川恵一] (시카와 혜이치) 를 앉힌 것이다. 전임자 岡野正敬 (오카노 마사타카)는 고작 9개월을 채웠고, 시카와는 이미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발령이 난 상태였다.
이건 외부인에게는 이해가 안 갈 수 있지만, 외교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거대한 신호"다. 국가안전보장국장이란 단순한 관료가 아니라, 총리의 "외교 대리인" 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가장 중시하는 자리
중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본의 외교 당국자는 외상이 아니다. 바로 이 안보국장이다. 중국의 中央外事工作委員会弁公室主任] (중앙 외교업무 담당 최고 실무자)은 일본과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항상 이 자리의 사람과 만나 조율한다. 2010년 센카쿠 충돌, 2012년 국유화 같은 위기 때 신뢰할 수 있는 소통 채널이 없었던 반성 에서 비롯된 관례다.
아베의 "그림자" 부활
시카와 혜이치는 누구인가? 그는 安倍晋三] (아베 신조) 전 총리 시절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 작성에 깊이 관여한 인물이다. 다카이치가 경제안보상 시절에 시카와는 관방부장관보였고, 업무로 인연이 깊었다.
다카이치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나는 아베를 계승한다."
安倍晋三] 가 국가안전보장국장에 임명한 인물은 谷内正太郎] (타니우치 쇼타로), 이후 北村滋] (키타무라 시게루)였다. 모두 아베와 가까운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단순한 부하가 아니라, "총리의 생각을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신뢰의 관계였다.
외교 대리인의 역할이란?
국가안전보장국장은 뭘 하는 사람인가?
첫째, 총리의 "배 밑을 이해하고" 협상의 재량권을 얻는다. 상대국의 요구를 어디까지 튕겨낼지, 어디부터 양보할지 그 라인을 총리와 공유하고, 상대국으로부터도 신용받아야 한다.
둘째, 외무, 방위 등 여러 부처 간의 조정을 담당한다. 다카이치가 내건 안보 관련 3개 문서의 앞당긴 개정이 기다리고 있다.
셋째, 중국이 "하이레벨 정치대화"라고 부르는 비공식 소통 채널의 일본 측 대표 역할을 한다.
"이중 외교"의 위험성
여기서 함정이 있다. 만약 총리 곁에 또 다른 친신임 참모가 있어서 외교 정책이 엇갈리면? 역사에 그 예가 있다.
安倍晋三] 정권 때 중국의 "일대일로"에 신중했던 타니우치 안보국장과 이를 적극 지지한 총리 비서관의 의견이 엇갈렸던 사건이다. 대리인이 2명이 되면 상대국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외교의 신뢰가 무너진다.
"호칭 네트워크" 문제
한 가지 더. 시카와는 외무성 입사 시점이 재무, 경산 차관보다 1~2년 젊다. 관료 세계에선 "년공" 문화가 강하다. 나이 높은 차관들과의 관계는? 이게 실무 과정에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
다카이치 외교, 과연 가능한가?
다카이치-시카와 콤비가 일중 위기를 풀 수 있을까?
정책 싱크탱크 PHP총연의 카네코 마사시 대표는 "안보국장의 움직임이 총리 자신의 의향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건 그만큼 "독주"의 위험성 이 크다는 뜻이다.
다카이치는 이미 비상한 인사로 "내 대리인이 여기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국내 야당과 중국 모두에게. 이제 그 카드를 어떻게 쓸 것인가가 관건이다.
스탠드오프, 그다음은?
지금 일중 관계는 "난장판"에 가깝다. 다카이치는 발언을 철회할 수 없다(정체성 때문에). 중국도 요구를 물릴 수 없다(국내 정치 때문에).
그래서 "중간의 누군가" 가 필요하다. 그게 시카와 혜이치의 역할이다. 중국의 中央外事工作委員会弁公室主任] 과 만나서, 겉으로는 단호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양보의 여지"를 찾는 외교. 바로 그거다.
11월 22~23일 G20 정상회담이 "마지막 승부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2일부터 23일까지 G20 정상회담이 열린다. 다카이치와 중국의 李強] (리창) 총리가 얼굴을 마주칠 "공식적인" 기회다. 이게 다카이치 정부의 진정한 외교력이 나오는 순간 이 될 거다.
지금 상황은 양쪽 다 "약속"이 묶여있다. 다카이치는 보수 진영에, 중국은 국내 민족주의에 묶여있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외교다.
일본인이 놓친 중요한 포인트
한국인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이거다: 일본의 약소국 외교가 얼마나 정교한가 하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다카이치는 단순히 "누구 편인가"를 택하지 않는다. 대신 "누가 내 대리인인가" 를 매우 신중히 고르고, 그를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
이건 한국 정부가 배워야 할 외교의 경제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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