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5명의 보잘것 없는 팀이 노벨상을 이기다? 경제학으로 풀어본 오사카대 坂口 랩의 기적
한국 사업가들 사이에서 요즘 핫한 얘기가 있다. 오사카대 반도 교수의 작은 연구실이 노벨상을 받았다는 것. 여기서 재밌는 건, 이게 그냥 학문적 승리가 아니라는 거다. 이 팀은 자본도, 인력도, 학계의 인정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체 면역 시스템의 큰 미스터리를 풀었다.
생각해보자. 대한민국에서 스타트업 창업할 때 "우리는 자본도 없고, 사람도 없고, 누구도 우리를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면, 누가 투자할까? 근데 진짜 그런 환경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낸 팀이 실제로 있었다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비전이라는 가장 가싼 자본
1992년, 미국에서 귀국한 반도 부부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에 겨우 5명의 작은 팀을 차렸다. 대한민국으로 따지면, 강남역 공유오피스 한 구석 정도의 규모다.
그런데 이 팀에 묘한 자석 같은 힘이 있었다.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또 다른 과학자 또타(戸田) 씨는 어떻게 되었을까? 반도 교수의 한 통의 전화로 일을 그만두고 귀국했다. 임금, 실험실 규모, 학계의 인정 같은 건 없었다. 대신 있었던 건 반도 교수의 명확한 비전뿐이었다.
경제학자 모리타 도시유키(森田公之) 교수는 이를 **"비전(Vision)"**이라고 부른다. 이건 대단히 중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돈이 부족할 때는 비전이 월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신 경제학 트렌드에서 말하는 건, 경험 많은 경영진은 "보장과 돈"으로 끌려 오지만, 젊은 인재는 **"흥미와 비전"**으로 몰려온다는 거다. 반도 팀이 그걸 정확히 알았던 것 같다.
논문 하나로 시작했다가...
1995년, 반도 팀이 발표한 논문 하나가 의학계를 뒤집어놨다. **"면역 시스템을 억제하는 T세포가 존재한다"**는 발견이었다. 지금 들으면 당연한 얘기 같지만, 당시엔 의학계의 상식을 뒤집는 발견이었다. 마치 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아니 이게 가능해?"라면서 기존 산업을 뒤흔드는 것처럼.
근데 여기서 또 흥미로운 건, 당시 학계도 이 논문을 믿지 않았다는 거다. 최신 데이터를 발표해도 국내외 학회에서 "이건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무시했다.
한국인이 들으면 더 공감이 될 얘기다. 우리도 경험해봤지 않나?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제품 내놔도 "아직도 안 되겠지", "저건 틀렸을 거야"라며 무시하는 기존 질서들.
매니저는 현장에서 손을 놀린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경제학적 인사이트가 나온다. 리더십과 신뢰 시스템.
반도 교수는 한 가지 특별한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직접 쥐들의 돌봄과 실험을 했다는 것. CEO가 직접 생산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손을 놀린 거다.
당시 팀원 국안(國安) 씨의 회고가 걸작이다. "반도 선생님이 옆에서 직접 실험하시는 걸 봤으니까, 누구도 거짓 데이터를 낼 수가 없었어요."
이걸 경제학에선 **"리딩 바이 이그잼플(Leading by Example)"**이라고 부른다. 입으로만 "우리 회사 문화는 투명성입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CEO가 직접 그 문화를 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마치 삼성 이병철 회장이 공장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물건을 손질했던 것처럼.
카리스마 리더 vs 현실적인 리더, 둘 다 필요하다는 경제학적 발견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반도의 아내 교자(教子) 씨의 역할이다.
반도 교수는 "절대 직원을 혼내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평가받는다. 근데 아내는 다? **"싫어하는 역할을 사서했어"**라고 당시 팀원들이 증언했다. 즉, 아내는 "당신들이 이것도 못 했어?"라며 팀원들을 채찍질했던 것.
경제학자 모리타 교수의 분석이 정확한데, **"부드럽게 지도하는 것과 엉덩이를 때리는 것, 둘을 두 명이서 나눠서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했다. 한 사람이 둘 다 하려니까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거다.
한국의 재벌가나 대기업 회장들도 이 패턴을 쓴다. 한 명의 경영진이 카리스마와 친근함을 동시에 가지려니까 심리적 피로가 몰려온다. 차라리 좋은 경영진과 신경 써주는 인사팀이 역할 분담하는 게 나단 걸 반도 부부가 이미 1990년대에 터득했던 것.
블루오션 전략, 경쟁이 없던 분야의 위력
마지막으로 가장 핵심적인 전략이 하나 있다. **"아무도 관심 없는 분야였다"**는 것.
당시 국제 과학계는 이 연구 방향이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봤다. 자본도 풍부하고 인재도 많은 미국의 대형 연구소들은 이 분야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게 바로 경제학의 **"블루오션 전략"**이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혼자만 노를 저었다는 뜻. 만약 반도 팀이 유명한 면역학 분야에 도전했다면? 세계의 명문대와 자본이 풍부한 연구소들과 경쟁해야 했을 거다. 그럼 5명의 팀이 이길 수가 없었다.
반도 팀은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고, 아무도 돈을 안 주는 분야"에서 혼자만 집중했고, 결국 30년 뒤 그 분야를 정복했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 주는 교훈
이 이야기가 한국 사업가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스타트업도 지금 이 상황과 똑같기 때문이다.
우리도 자본도 없고, 인물도 부족하고, 누구도 우리를 믿지 않는다. 근데 그게 약점이 아니라면?
오히려 경쟁이 없는 영역을 찾는 기회일 수도 있다는 거다. 반도 랩이 보여준 건, 돈 없는 팀의 유일한 무기는 명확한 비전, 투명한 리더십, 그리고 경쟁 피해 고토대(alone)에서의 집중이라는 것이다.
혹시 당신의 팀도 지금 "왜 우리는 이렇게 약해?"라고 절망하고 있다면, 이 이야기를 기억해보자. 세계 최고 과학자도 한때는 "5명의 약소팀"이었다는 것을.
경제학, 스타트업, 노벨상. 이 세 가지가 한 줄로 연결되는 순간, 인류의 성공은 결국 자본이 아니라 비전이라는 단순한 진리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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