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자민당 70년의 저주 - 돈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그래도 일본은 살아남는 이유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일본 자민당이 15일 결당 70주년을 맞았다. 1955년 보수 진영이 혼란스러운 좌파에 대항하기 위해 하나로 뭉친 그 날부터 정확히 70년. 그런데 지금 자민당의 모습이란... 정말 처량하다.
한때의 '불변의 왕'이 소수당으로 추락했다
생각해보자. 일본 자민당은 무려 전후 일본 역사의 대부분을 지배해온 정당이다. 한국의 여당이 4년마다, 혹은 10년 단위로 바뀌는 것에 비해 자민당은 거의 '영구 집권당'이었다. 경제 성장기, 버블 시대, 장기 침체기... 모든 시대를 자민당이 이끌었다.
하지만 2024년 10월 총선, 2025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연속으로 패배한 자민당은 이제 소수당이다. 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70년을 호령한 거인이 하루아침에 약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진범은 "정치와 돈" -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
사실 복잡하지 않다. 자민당의 추락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정치자금 스캔들이다.
자민당 파벌들이 개최하는 파티 수익금을 뒷돈으로 챙기는 "킥백" 논란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지난 48년 전 다나카(田中) 전 총리 구속 이상의 정치 파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의원들이 비자금을 적립했고, 이 사건은 단순 뇌물을 넘어 자민당이라는 정당 전체의 신뢰성을 뒤흔들었다.
한국 여러분들도 공감할 것 같은데, 정치인의 검은 돈 논란만큼 국민 분노를 사는 일이 있나? 특히 70년이나 권력을 독점해온 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일 땐... 그 끝은 정해져 있다.
공명당의 배신 - 26년 연정의 종말
더 흥미로운 건 일어난 일이다. 지난 26년간 자민당과 연정을 해온 공명당이 손을 놓아버렸다. 아무리 자민당이 약해도, 연정 파트너는 유지될 줄 알았는데.
하지만 공명당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생존 문제다. 공명당의 지지층들은 대부분 불교 신자들이고, 청렴을 매우 중시하는 문화다. 검은 돈에 연루되지 않은 것으로 자신들의 정당성을 유지해온 공명당이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의 연루자가 되는 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명당은 자민당과 손을 끊고, 입헌민주당(야당)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소비세 감세 문제, 기업 献金 규제 등 야당과의 정책 공통점을 찾으면서 '중도 개혁의 축'이 되려는 모습이다. 정치의 판도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자민당은 아직도 산 거야?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이 정도 수준의 정치 스캔들이 터진 한국 정당이었다면? 아마 국민의 분노가 폭발해서 아예 다른 세력으로 정권이 교체되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은 다르다. 자민당이 야당(입헌민주당 + 국민민주당)과 합쳐도 국회 과반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일본유신회(대오사카 기반 정당)와 손을 잡고 간신히 연정을 유지했다. 여기서 드러나는 일본식 정치 타협 문화를 봐야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핵심 전략 - "돈 없이도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자"
신임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는 흥미로운 정책을 내놨다. 기초 재정수지(PB) 흑자화 목표를 포기하고, 성장 산업에 적극 투자하는 적극재정 정책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난 수십 년간 일본 정부가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정을 긴축해왔다면, 이제는 AI, 반도체, 조선, 에너지 같은 미래 산업에 과감히 돈을 퍼붓겠다는 뜻이다. 2025년도 추경예산만 14조 엔(약 140조 원)이고, 감세까지 포함하면 20조 엔을 넘는다.
이건 경제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선택이다. 기존 "재정건전화"라는 보수의 대명제를 버리고 "혁신 성장"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자신의 정당성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다.
한국 독자들에게 왜 이게 중요한가?
일본 자민당의 70년 역사와 현재의 위기는, 한국의 보수 진영에게도 많은 걸 시사한다.
한국의 여당도 검은 돈 문제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고, 야당도 여전히 약하고, 기존의 정당 체계가 위기에 빠진 상황이 아닌가? 일본은 70년을 버텼지만, 한국의 보수 정당이 같은 수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또한 자민당의 적극재정 정책 전환은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경제 침체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과연 긴축인가, 투자인가?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마지막 코멘트: "정치인은 돈을 만지면 안 된다"는 원칙
결국 이 모든 일의 핵심은 매우 단순하다. 지난 70년간 자민당은 정치와 돈의 거리를 너무 가깝게 유지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신뢰라는 정치의 가장 근본적인 자산을 손상시켰다.
일본 국민들의 말이 맞다. "여당이 되려면 먼저 청렴해야 한다." 70년의 권력도 정치와 돈의 경계선 하나를 넘으면 무너진다는 교훈이, 한국의 정치권에게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인지... 벌써부터 예감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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